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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쟁이’ 감독 “여‧여 커플과 아이, 이들도 행복할 순 없을까”

 
28일 개봉하는 독립영화 ‘담쟁이’(감독 한제이)는 20대 예원(이연)과 40대 은수(우미화)라는 동성 커플의 단단한 관계가 사고로 인한 장애, 조카 수민(김보민)을 입양할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 벌어지는 갈등을 담담하게 그리면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사진 트리플픽쳐스]

28일 개봉하는 독립영화 ‘담쟁이’(감독 한제이)는 20대 예원(이연)과 40대 은수(우미화)라는 동성 커플의 단단한 관계가 사고로 인한 장애, 조카 수민(김보민)을 입양할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 벌어지는 갈등을 담담하게 그리면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사진 트리플픽쳐스]

오는 28일 개봉하는 우미화‧이연 주연의 ‘담쟁이’는 동성 커플, 특히 여성 간의 사랑을 담은 흔치 않은 영화다. 국내에선 지난해 11월 선보인 김희애 주연의 ‘윤희에게’(감독 임대형)가 12만2000여명, 올 초 개봉한 프랑스 영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감독 셀린 시아마)이 14만8000여명의 관객을 끌어 모으는 등 여성 동성애 영화가 소리 소문 없이 흥행해 왔다. ‘담쟁이’도 올해 온‧오프 동시 상영으로 치러진 제21회 전주국제영화제의 OTT 플랫폼 웨이브 상영 당시 인기순위 1위를 기록했다고 한다. 다만 ‘정통 퀴어 멜로’라는 홍보 문구와 달리 실제로는 두 주인공의 끌림이나 정체성 갈등보단 이들의 가족 형성이 사회로부터 어떻게 배척당하는지에 초점을 맞춘 영화다.

법적 가족 아닌 동성커플의 현실 그려
"제도 바깥의 이들 통해 정상성 질문"
한제이 감독 장편데뷔작 28일 개봉

 
“영화의 착안점 중 하나가 동성 연인이 응급 수술을 받는데 동의서에 사인할 수 없는 관계란 거였어요. 이들이 법적인 가족으로 인정 못 받으면서 생기는 문제들을 통해 우리가 진짜 이루고 싶은 가족이 뭔지 질문하고 싶었죠.”
 
대학원 졸업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각본, 연출, 프로듀서까지 맡아 동성 커플에 대한 신선한 시선의 장편 데뷔작 '담쟁이'(10월28일 개봉)를 선보인 한제이 감독. [사진 트리플픽쳐스]

대학원 졸업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각본, 연출, 프로듀서까지 맡아 동성 커플에 대한 신선한 시선의 장편 데뷔작 '담쟁이'(10월28일 개봉)를 선보인 한제이 감독. [사진 트리플픽쳐스]

이 영화로 장편 데뷔한 한제이(33) 감독의 말이다. 개봉에 앞서 서울 광화문 카페에서 만난 한 감독은 두 주인공 중 한명인 예원(이연)을 연상시키는 숏커트에 쾌활한 웃음으로 영화의 출발을 설명했다. 영화는 20대 의류매장 직원 예원과 수년째 동거 커플인 40대 교사 은수(우미화)가 중심이지만 애초엔 은수의 아홉살 조카 수민(김보민)의 시선에서 출발했다고 한다. 수민의 입장에서 ‘가족이 되고 싶은데 되지 못하는 관계’에 골몰하다보니 지금과 같은 시나리오가 나왔다고. 동성 연인에다 신체장애, 입양 문제 등 극단적 상황들을 포개놓은 데 대해선 “그렇게 함으로써 현실 제도의 문제를 분명히 드러내고자 했다”고 했다. “은수, 예원, 수민은 누구보다 함께 살고 싶어 하는데 왜 가족이 될 수 없는 걸까요.”
 
28일 개봉하는 독립영화 ‘담쟁이’(감독 한제이)는 20대 예원(이연)과 40대 은수(우미화)라는 동성 커플의 단단한 관계가 사고로 인한 장애, 조카 수민(김보민)을 입양할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 벌어지는 갈등을 담담하게 그리면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사진 트리플픽쳐스]

28일 개봉하는 독립영화 ‘담쟁이’(감독 한제이)는 20대 예원(이연)과 40대 은수(우미화)라는 동성 커플의 단단한 관계가 사고로 인한 장애, 조카 수민(김보민)을 입양할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 벌어지는 갈등을 담담하게 그리면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사진 트리플픽쳐스]

영화는 가족이나 동료에게 “만나는 사람 없다”(은수) “같이 사는 사촌 언니”(예원)라고 둘러대면서도 평범한 노부부처럼 나란히 늙어가고 싶어 하는 동성 커플의 일상에서 시작한다. 평온했던 관계는 은수가 교통사고를 당하면서 소용돌이치기 시작한다. 은수가 하반신을 못 쓰게 된 대형사고에도 예원은 보호자를 자처할 수 없고 직장에서 제대로 휴가를 받지도 못한다. 설상가상으로 부모 잃은 조카 수민을 데리고 살아야 하는 상황에서 두 사람이 동성 커플이란 건 불리한 양육 환경으로 작용한다. 레즈비언 커플을 이채롭게 ‘눈팅’하려던 관객들마저 서서히 이들이 겪는 보편적 고민으로 빨아들이는 힘이 있다.
 
“영화를 본 동성애자들이 ‘우리 모습 사실적으로 그렸다’고 반응하실 때 반갑죠. 폐 끼치기 싫은 은수가 이만 헤어지자고 하는 거나 예원이 그 때문에 불안해하고 고통스러워하는 것 역시 여느 남녀 사이의 갈등처럼 느껴졌으면 했어요. 퀴어에 거부감을 갖거나 무관심한 분들이 봤을 때도 영화 속 그들이 가족으로 인정받게 되길 응원하길 바랍니다.” 
 
28일 개봉하는 독립영화 ‘담쟁이’(감독 한제이)는 20대 예원(이연)과 40대 은수(우미화)라는 동성 커플의 단단한 관계가 사고로 인한 장애, 조카 수민(김보민)을 입양할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 벌어지는 갈등을 담담하게 그리면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사진 트리플픽쳐스]

28일 개봉하는 독립영화 ‘담쟁이’(감독 한제이)는 20대 예원(이연)과 40대 은수(우미화)라는 동성 커플의 단단한 관계가 사고로 인한 장애, 조카 수민(김보민)을 입양할 수 없는 현실의 벽 앞에 벌어지는 갈등을 담담하게 그리면서 '가족'이란 무엇인가를 질문한다. [사진 트리플픽쳐스]

은수·예원의 베드신도 나오지만 관능을 강조하기보다 사실상 부부인 이들의 삐걱대는 위기감을 담아냈다. 수민까지 세 사람이 침대에서 한 방향으로 모로 누워 잘 때나 소파 모서리에 뭉쳐서 서로를 쓰다듬는 모습 등은 여느 가족의 평화로운 일상이다. 이들이 결국 각각 홀로 서게 될 때 “어떤 게 가족이고 아닐 수 있는지, 그런 정상의 경계를 스스로 질문”하지 않을 수 없다.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은 사람들이 기묘한 인연으로 엮여 대안가족을 구성했던 2006년 화제작 ‘가족의 탄생’(감독 김태용)이 연상되기도 한다. 공교롭게도 한 감독이 대학원 졸업 시나리오로 이 작품을 썼을 때 지도교수가 김태용 감독이었단다.
 
한 감독은 대학 때 생명공학을 전공했지만 친구들과 재미로 찍은 작품이 초단편영화제에 가면서 영화하는 재미에 푹 빠져서 서른살에 본격적으로 영화 작업을 시작했다. 첫 장편을 찍으면서 각본‧연출‧프로듀서까지 1인3역을 한 것은 “이렇게 힘들 줄 미처 모르고” 벌인 일이었다고. 영화 엔딩 장면에서 음악감독 김사월이 부르는 노래의 가사도 공동작사했다. 40대 은수가 정체성을 감추고 살아서 평소에도 참는 연습이 일상화된 편이고 20대 예원은 독립적이고 적극적인 모습이 두드러지는데, 중간 세대에 해당하는 감독 자신의 모습이 두 캐릭터에 조금씩 반영돼 있다고 한다.  
 
“첫 작품을 퀴어 소재로 해서 다음 작품도 그쪽이냐는 질문을 많이 받는데, 저는 가족 영화를 찍었다고 생각하거든요. 그리고 다음 작품도 가족 코미디물로 작업 중이예요. 제가 힘들고 외로울 때 영화에서 위로 받았던 것처럼 힘든 걸 잊게 해주는 영화를 만드는 게 꿈입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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