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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에게도 알려진 역사적 사실 성실하게 그렸다”

26일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온라인 간담회 모습.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26일 부산영화제에 초청된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온라인 간담회 모습. [사진 부산국제영화제]

“엄청난 각오나 용기가 필요할 만큼 크게 의식하진 않았다. 역사적 사실에 반하지 않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생각뿐이었다.”
 

‘스파이의 아내’ 구로사와 감독
일본군 731부대 생체실험 영화로
“양심적 목소리로 받아줘 기뻐”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 731부대의 생체실험을 다룬 ‘스파이의 아내’로 올해 제25회 부산국제영화제에 초청된 구로사와 기요시(65) 감독이 26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이렇게 밝혔다. 영화의 배경은 태평양전쟁 직전인 1940년. 사업차 만주에 갔던 고베 무역상 유사쿠(다카하시 잇세이)는 우연히 731부대 생체실험 참상을 목격, 세상에 폭로하려 하고 이를 말리려던 아내 사토코(아오이 유우)는 결국 대의에 동참하게 된다.
 
일본영화로는 드물게 일본의 전쟁범죄를 소재로 삼아, 지난달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았다. 26일 기자간담회에서 그는 조심스러운 태도였지만 대답은 막힘이 없었다. ‘일본 내 양심적 목소리로 해석해도 되느냐’는 질문엔 “그렇게 받아들이신다면 그것대로 기쁘지만, 내가 숨겨진 일을 드러내는 작업을 새로 한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인에게나 세계적으로 하나의 역사로 알려진 사실에 따라 성실하게 그리고자 힘썼다. 일종의 서스펜스나 멜로드라마로도 볼 수 있도록 만들려 했다”고 덧붙였다.
 
“오래전부터 시대극을 꿈꿨다”는 그는 “현대의 경우엔 무엇이 옳은지 그른지 판단이 쉽지 않은데 현대와 이어진, 그리 멀지 않은 과거 무대로 할 경우엔 역사이기 때문에 옳고 그름에 확신을 갖고 그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면서 영화 배경인 1940년대를 “일본이 대단히 위험하고 위태로운 체제를 맞이하고 있을 때”라고 설명했다. “일본은 과거 중국·만주·한국 등 여러 지역으로 침공했는데 40년대부터 일본 국내가 전쟁 일색 분위기로 바뀌었다. 전쟁이 물밀 듯 밀려오기 직전, 경계 즈음의 시기를 영화에 택했다”면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와 함께 일본 대표 영화감독으로 꼽히는 기요시 감독은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12일자)에서 “왜 일본의 전쟁범죄가 전쟁 종료 75년이 지나서까지 일본 영화 제작자들 사이에서 금기시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며 일본 영화계를 비판한 바 있다.
 
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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