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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대훈] 비트코인, 미운 오리새끼에서 화려한 백조로

 

[한대훈의 투(자 이야)기] 비트코인 가격이 다시금 꿈틀거리고 있다. 크게 세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코로나19로 가속화된 각국의 무차별적인 유동성 공급에 따른 화폐가치 하락의 대안이다. 두번째는 부동산 규제, 많이 상승한 주식의 가격부담으로 풍부한 유동성이 암호화폐 시장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세번째 이유가 필자가 주목하는 부분인데, 페이팔이 촉발한 디지털금융의 가속화다.

 

#페이팔發 비트코인 가격 상승

전세계 3억5천만 명이 사용하는 간편결제서비스 페이팔은 비트코인 매매와 결제를 지원하겠다고 선언했다. 페이팔은 올해말까지 페이팔 지갑에 암호화폐의 보관 및 매매 서비스를 추가하고, 내년 초에는 모든 가맹점에서 암호화폐를 이용한 결제를 가능케 할 것이라는 계획이다. 중개업과 결제업을 실시하겠다는 의도인데, 이는 사실상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한 금융 및 커머스 분야에 뛰어들 것임을 시사한다. 내년 상반기 중에는 간편송금서비스 벤모로 확장하고 해외에서도 이용하게 할 계획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페이팔은 커스터디 업체인 빗고(Bitgo) 인수를 추진 중이다. 빗고는 미국에서 커스터디를 운영하는 회사로 골드만삭스의 투자를 받아 화제가 된 회사다. 앞서 미국의 스퀘어, 마이크로스트래티지(Microstrategy), 영국의 모드글로벌(Mode Global) 등은 고유자산의 일정부분을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소식을 발표하기도 했다. 사기, 광풍, 튤림버블 등으로 치부되던 미운오리새끼 비트코인은 이제 글로벌 기업들의 관심을 받는 화려한 백조로 비상을 꿈꾸고 있다. 

 

#어게인 2017?

자연스레 2017년과 비교된다. 하지만 분명 2017년과는 큰 차이점이 있다. 당시에는 새롭게 등장한 자산에 대한 기대감이 가격 상승을 이끌었다. 마치 과거의 닷컴버블과 양상이 비슷했다. 하지만 당시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은 많은 준비가 되지 못했다. 막 걸음마 단계에서 과도한 집중을 받으며 질타를 받았을 뿐이다. 열기는 빠르게 사그라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당시와 다르다. 이제는 더 이상 투기자산이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을 중심으로 비트코인을 비롯한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결제, 송금 등 금융업무에서부터 헤지를 위한 포트폴리오 구성 등 금융업을 중심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앞으로도 이러한 움직임은 더욱 확장될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시장의 급격한 위축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생각한다. 

 

#비트코인과 디지털자산 시장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까?

페이팔의 비트코인 매매와 결제 케이스로부터 미래를 한번 상상해보자. 페이팔은 내년부터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로 사업 영역을 넓힌다는 계획이다. 페이팔의 발표에 따르면, 전세계 2,600만 가맹점에서 암호화폐 결제를 받을 예정이다. 정산은 결제 당시의 시세에 따라 환산하도록 해 가맹점이 암호화폐 시세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물론 고객 입장에서는 투자자산으로 보유한 암호화폐를 결제에 쓸 유인이 부족하기 때문에 사용의 활성화로 이어지기 위한 추가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업에서의 변화도 예상된다. 페이팔의 암호화폐 결제 서비스 지원은 디지털화폐의 확대뿐 아니라 기존금융에서 디지털금융으로의 확장된 형태로 발전되는 전기를 마련했다. 이미 미국의 스퀘어(Square)는 비트코인 간편 구매 기능인 캐시앱을 통한 실적 증가로 주가상승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아직 핀테크 업체들뿐아니라 기존 금융사들은 디지털자산 분야 진출에 소극적이었던 것이 사실이다. 사실 페이팔도 경쟁사인 스퀘어의 모습에 자극을 받았을 가능성이 크다. 마이크로소프트, 스타벅스 등이 비트코인을 활용한 결제업 진출 가능성이 높게 제기됐지만,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드러나지 않았던 가운데 글로벌 결제 회사들의 진출은 향후 디지털자산 시장에서의 비트코인의 기능 확대를 시사한다. 

 

아울러 금융서비스를 이용하지 못하는 이들에게 금융혜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이 마련된 것이며, 점차 디지털화폐는 일상생활로 자연스레 자리잡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 때 은행통장 없는 돈의 보관에 대한 신뢰가 없었지만, 이제는 페이팔, 스퀘어, 국내의 카카오 등에 보관된 자산에 대해서도 서서히 신뢰가 생기고 있다. 그들이 전통 은행의 역할을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디지털금융에는 국경이 없는 만큼, 비트코인 등을 필두로 한 디지털자산을 활용한 결제와 송금이 가능해질 수 있는 전기를 마련했다. 지금 당장은 결제나 송금 등에 국한되겠지만, 다양한 금융영역에서의 확대가 기대되는 부분이다. 이미 디파이(DeFi)를 통해서 그 가능성을 조금씩 타진하고 있지 않은가? 기존금융에 오픈 네트워크를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디지털 금융은 이제 한걸음씩 발자국을 남기고 있다. 2017년의 화려한 광풍이 꺼지고 4년이 지난 지금, 이걸 어디에 사용하냐며 많은 비난과 비판을 들었던 비트코인을 비롯한 암호화폐는 이제 하나둘씩 그 답을 내놓고 있다.

#아직 끝난 것이 아니다

페이팔이 쏘아 올린 공이 새로운 기대감으로 작용하고 있지만, 아직 끝난 게 아니다. 중앙은행도 나선다. 중국은 이미 선전시에서 CBDC의 자체적인 테스트를 마쳤다. EU와 BOJ에서도 CBDC에 대한 연구는 계속되고 있고, 미온적인 입장을 보이던 한국은행도 CBDC에 대한 연구에 한창이다. CBDC마저 본격화되면 이젠 더 이상 은행을 통한 송금과 카드를 통한 결제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필자는 임재범 노래 중에 ‘너를 위해’라는 노래를 좋아한다. 가사 중에 ‘내 거친 생각과 불안한 눈빛과 그걸 지켜보는 너’라는 가사가 있는데, 거친 생각은 테크 기업, 불안한 눈빛은 기존의 금융기관,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중앙은행 혹은 금융당국이라는 생각을 여러 번 했었다. 거친 생각을 가지고 있는 테크기업은 더욱 공격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고, 지켜보던 중앙은행도 CBDC 발행을 비롯해 디지털금융 시대를 준비하고 있다. 아직 불안한 눈빛을 가진 금융기관은 이에 맞설 해결책과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아직 명확한 규정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거세지는 움직임에 맞서 어떠한 준비를 하고 있는지에 대해서는 스스로 돌이켜 볼 시점이다. 

 

한대훈 SK증권 애널리스트, 『넥스트 파이낸스』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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