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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도 죽음도 재즈처럼…첫 흑인 주인공 픽사 애니 ‘소울’ 첫선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인사이드 아웃’이 우리의 감정을 탐구했다면 ‘소울’은 우리가 누구고 어디서 왔는가를 한층 더 깊이 파고들었어요. 12살 때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된 지금도 여전히 나를 ‘나’라고 부르는 것이 어떻게 가능한지 말이죠.”
 

영혼계로 간 '인사이드 아웃' 피트 닥터 감독
한국말 대사도…지구상 영혼들 어디서 왔을까

지난 5일 화상 인터뷰로 만난 디즈니‧픽사의 새 애니메이션 ‘소울’의 피트 닥터(52) 감독은 “올해 23살인 아들이 태어났을 무렵 떠올린 아이디어에서 출발한 영화”라고 밝혔다. “우리의 인격은 세상과 상호작용하며 형성된다고 여겨져 왔지만 모두 저마다 독특하고 특정한 개성을 타고나는 것도 분명하다. 그런 개성은 어디서 올까. 영화 ‘소울’에선 영혼들이 태어나기 전에 준비 과정을 거친다고 상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독특하고 따뜻한 상상으로 애니메이션의 경계를 넓혀온 픽사 스튜디오의 대표주자다. ‘코코’ 리 언크리치 감독 등과 공동 연출을 맡아 악몽 속 괴물들의 별난 우정을 그린 ‘몬스터 주식회사’(2001)가 장편 데뷔작. 은퇴한 노인의 모험을 그린 ‘업’(2009)과 사람의 감정을 의인화한 ‘인사이드 아웃’(2015)으로 잇따라 아카데미 장편 애니메이션상을 차지했다. 2년 전부터는 존 라세터가 하차한 픽사 최고 콘텐트 책임자 자리를 제니퍼 리 감독(‘겨울왕국’)과 공동으로 맡고 있다.
 

"디즈니 시도 중 가장 실존적으로 야심차다" 

이번 5년만의 신작에선 영혼(Soul‧소울) 세계를 새롭게 해석했다. 주인공인 중학교 밴드 교사 조 가드너(제이미 폭스, 이하 목소리 출연)는 평생 꿈꿔온 뉴욕 최고 재즈클럽에서 연주할 일생일대의 기회를 얻지만 바로 그날 그만 맨홀에 빠져 영혼들이 머무는 ‘태어나기 전 세상’에 가게 된다.
 
올해 코로나19로 개최 불발된 칸영화제 공식 선정작에 포함된 데 더해 26일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최초로 상영했다. 오는 12월 OTT 디즈니플러스 직행이 결정되며 언론에 사전 공개된 미국에선 주인공이 흑인인 최초의 픽사 애니메이션으로도 주목받았다. 최근 할리우드 다양성 물결 속에 “디즈니의 역대 시도 중 가장 실존적으로 야심찬 영화”(더 랩), “(삶과 죽음에 관한) 슬프고 재미있고 아름다운 깨달음”(타임) 등 언론의 호평을 받았다.
 

'인사이드 아웃' 속편 아니지만 연결고리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앞서 지난달 전세계 미디어 대상의 온라인 행사에서 공개된 짧은 영상에선 조가 지구로 돌아가려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담겼다. ‘인사이드 아웃’ 팬이라면 반가운 공통점도 있다. ‘소울’의 옅은 푸른색 물방울 모양 영혼들은 ‘인사이드 아웃’의 주인공 ‘슬픔이’의 먼 친척뻘 같을 만큼 닮았다. 평면과 입체를 자유자재로 넘나드는 추상적인 비주얼 실험도 흥미롭다. 피트 닥터 감독은 “인간의 본질에 대한 전작의 탐구를 더 파고들었다”면서도 “속편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전 공개된 영상 속엔 한국어 대사도 등장했다. 이에 대해 피트 닥터 감독은 “영혼들이 ‘태어나기 전 세상’으로 가는 장면에 한국인 스토리 아티스트가 ‘바지 어디갔어!’란 재밌는 대사를 해줬다”면서“관객한테 이곳이 전 지구에서 온 사람들로 가득한 세계란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귀띔했다. 
 

한국말 대사 '바지 어디갔어!'

일종의 사후세계인 ‘태어나기 전 세상’이 지구를 내다볼 수 있는 우주의 어떤 공간처럼 그려지는 게 흥미롭다. 다른 영혼들의 행렬에서 도망친 조는 오랫동안 환생을 거부해온 영혼 ‘22’(티나 페이)를 만나며 삶의 또 다른 측면에 눈뜨게 된다. 새로 태어나기 전의 영혼에 이름 대신 숫자를 붙인 이유는 “한국이든 러시아든 지구상 어디든 갈 수 있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600억, 700억 번째 영혼들이 환생하고 있는 마당에 22는 지구를 거부한다. 피트 닥터 감독은 “그녀는 허무주의자다. 지구에서 많은 고통, 시련, 실망을 봤다. 낙관주의자인 조가 그녀를 설득해 가는데 이건 정말 힘든 논쟁”이라면서 “어떤 것에 불평하지만 돌아서면 또 인생은 멋지지 않나. 무엇이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지 둘의 논쟁을 통해 균형 있고 재미있게 보여주려 했다. 어린이 애니메이션인 만큼, 재미있어야 했다”고 돌이켰다.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픽사 애니메이션 '소울'.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흑인 주인공 뒤엔 훌륭한 재즈 뮤지션 

처음부터 주인공이 흑인이었던 것은 아니다. 피트 닥터 감독은 “조가 애니메이터라면 어떨까? 과학자거나 사업가라면?” 다양한 캐릭터를 고민하던 시기, 재즈 피아니스트 허비 행콕이 트럼펫 연주자 마일스 데이비스와의 콘서트를 회상하는 마스터클래스 영상을 보게 됐단다. 그 영상에서 행콕은 자신이 예상치 못한 코드를 연주했을 때 “모든 걸 망쳤다”고 생각했지만 “마일스는 그것을 새로운 일로 받아들였다”고 회상한다. “마일스는 재즈 뮤지션이 항상 시도해야 할 일을 했고 모든 순간을 가치 있게 만들려고 했다”면서 말이다.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건 어쩌면 이런 사소한 순간 아닐까. 심지어 그 순간엔 그걸 망쳤다고 느꼈더라도 말이다. 피트 닥터 감독에게 이 영상 속 일화는 “훌륭한 스토리일 뿐 아니라 ‘소울’의 엄청난 메타포”가 됐다. 꿈에 거의 다다른 순간 발을 헛디딘 조의 삶으로 연결된 것이다. 그는 아예 조를 음악가로 정하고 재즈를 영화의 주제이자 음악으로 끌어들였다. 재능 많은 흑인 뮤지션들과 함께 작업하며 자연스레 조는 흑인 캐릭터가 됐단다. 
'소울' 재즈 음악을 담당한 뮤지션 존 바티스트와 피트 닥터 감독(왼쪽부터)이 지난 1월 3일 LA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함께했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소울' 재즈 음악을 담당한 뮤지션 존 바티스트와 피트 닥터 감독(왼쪽부터)이 지난 1월 3일 LA 픽사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에 함께했다. [사진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소울’ 제작에 픽사 안팎의 흑인 창작자들이 대거 참여하면서 극중 조처럼 40대 흑인이자, 시나리오 작가인 켐프 파워가 공동 연출자로 합류했다. 멕시코 문화를 그린 픽사 애니메이션 ‘코코’ 당시 제작진에 라틴계 스태프가 많이 참여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 결과 영화엔 뉴욕 흑인 이발소 등 일상적인 풍경도 섬세하게 담겼다. 재즈음악에 참여한 뮤지션 존 바티스트의 피아노 연주를 손가락 움직임 하나하나 정확히 애니메이션으로 표현하는 장면, 황금기 재즈 명곡들의 향연도 이번 작품의 묘미다. 디즈니플러스가 진출하지 않은 한국에선 극장에서 만날 가능성에 크다. 홍보사에 따르면 내년 초 개봉을 준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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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원정 기자 na.wo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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