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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2만원짜리 음식이 있느냐며 놀라워 한 호텔 사장

기자
이준혁 사진 이준혁

[더,오래] 이준혁의 창업은 정글이다(46)

코로나로 인해 관광업계의 불황이 장기화하고 있다. 호텔업계도 예외가 아니다. 국내 특급 호텔은 예전에는 상상도 하지 못했던 데이 유즈(day-use, 대실판매) 영업으로 10만원 이하로 객실을 판매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호텔 뷔페 음식을 배달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는 1889년 대불호텔이 최초로 오픈한지 130여 년이 흐른 지금 전국적으로 약 450개의 호텔과 4만5000실의 객실을 보유한 명실상부 호텔 강국으로 발돋움했다. 하지만 코로나의 직격탄을 맞아 지금은 대부분의 호텔이 끝없이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다.
 
국내 특급호텔의 매출 구조를 보면 객실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와 같은 불가항력적 환경이 도래해 객실 이용객이 줄면 곧바로 부도위기에 처한다. [사진 pikist]

국내 특급호텔의 매출 구조를 보면 객실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와 같은 불가항력적 환경이 도래해 객실 이용객이 줄면 곧바로 부도위기에 처한다. [사진 pikist]

 
88서울올림픽을 전후해 국내에는 서울을 중심으로 국제적 수준의 외국계 체인과 대기업 소유의 특급호텔이 대거 오픈을 했다. 호텔의 주 이용객은 외국인이나 일부 특권층 사람이 대부분이었다. 일반인이 호텔을 이용하는 것은 극히 드물었지만, 2000년대 이후에는 호텔 이용객의 평준화가 이루어졌다.
 
그런데도 관광호텔 등급 심사 기준에 맞춰 만들어진 한식당, 중식당, 일식당, 양식당, 뷔페식당은 약속이라도 한 듯 한 끼에 10만원을 훌쩍 넘긴 가격을 책정해 운영하고 있다. 호텔 문만 나서면 주위에 1만, 2만 원대 가성비 좋은 다양한 형태의 식당이 존재하는 상황이니 손님이 있을 리 없다. 불황의 늪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얼마 전 서울을 비롯한 전국적으로 특급호텔을 운영 중인 오너의 요청으로 매년 적자에 허덕이다 못해 문을 닫을 지경에 이른 호텔 식음 부분의 경영 컨설팅 회의를 한 적이 있다. 코로나의 영향으로 호텔 식음 매장의 매출감소는 이해하겠는데 코로나 이전에도 호텔 식음 부문은 적자여서 그 원인을 모르겠다는 얘기를 했다.
 
90년대 이전 국내 외식업계는 상업 공간의 개발이 활발하지도 못했다. 특히 일반 대중이 이용할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로 무장한 식당이 많지 않았기에 중요한 가족모임이나 접대를 해야 할 장소로 비싼 가격을 지불해서라도 호텔 레스토랑을 이용했다. 글로벌 시대에는 전 세계 유명 맛집이 뛰어난 맛과 저렴한 가격으로 호텔 못지않은 훌륭한 시설을 갖추고 영업을 하기 때문에 호텔은 식음 매출이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무엇보다 11만8000원대의 가격으로는 2만 원대로 가성비를 추구하는 일반식당을 이길 수 없다고 조언했다.
 
회장은 놀랍다는 표정을 지으며 어떻게 2만 원대 음식이 있냐고 반문해 내가 더 놀란 적이 있다. 시장이 변하고 환경이 변하고 고객의 이용 패턴이 변하는데도 고객이 원하는 상품을 팔지 않고 자기가 팔고 싶은 상품만을 고집하면서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살아남겠다고 하는 자체가 놀라웠고, 그런 의식을 지니고 있으니 망할 수밖에 없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반식당은 주차도 불편하고 시설도 떨어지지만, 호텔은 일단 이용하기 편리한 곳에 있고 주차 시설 자체가 훌륭해 이용 메리트가 높다. 또한 인테리어를 비롯한 모든 시설이 뛰어나며 우수한 인력을 보유하고 있다.
 
국내 특급호텔의 매출 구조를 보면 객실 비중이 전체 매출에서 약 6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코로나와 같은 불가항력적 환경이 도래해 객실 이용객이 줄면 곧바로 부도위기에 처한다. 호텔 레스토랑도 객실 이용객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덩달아 매출이 격감한다.
 
호텔 영업구조를 식음 매출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 10만 원대 음식을 파는 호텔 부속 시설로서의 식음이 아니라 이용고객의 확장성을 염두에 둔 외식 공간으로 영업 방향을 틀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백화점 식당가처럼 외부 유명 식당도 유치해 수수료 임대 매장으로 전환하여야 한다. 여러 개의 작은 식당으로 구색을 갖출 게 아니라 점심 1만 원대, 저녁에도 3만 원을 초과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이용 동기를 충족시켜 줄 수 있는 대형 매장 중심으로 시설 구성을 해야 한다.
 
언제까지 10만 원대 뷔페를 팔고 20만 원대 일식 코스를 팔면서 호텔을 운영할 것인가? 아마 조금만 더 있으면 호텔의 최대 경쟁자는 편의점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아니 이미 오고 있다. [사진 pxfuel]

언제까지 10만 원대 뷔페를 팔고 20만 원대 일식 코스를 팔면서 호텔을 운영할 것인가? 아마 조금만 더 있으면 호텔의 최대 경쟁자는 편의점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아니 이미 오고 있다. [사진 pxfuel]

 
“죽는 것은 변화하지 않는 재미없는 공간이며, 소비자를 끌어올 수 있는 공간의 혁명적 변신이 절실하다”는 서울대 소비자학과 김난도 교수의 말처럼 호텔도 이제는 상공간의 변신을 해야 할 때가 온 것이다.
 
언제까지 10만 원대 뷔페를 팔고 20만 원대 일식 코스를 팔면서 호텔을 운영할 것인가? 아마 조금만 더 있으면 호텔의 최대 경쟁자는 편의점이 되는 시대가 올 것이다. 아니 이미 오고 있다. 2만 원짜리 음식이 있느냐며 놀라워하는 호텔 오너 자신이 문제인데도 80년대 호텔 레스토랑을 고집하며 왜 장사가 안되지만 외친다.
 
호텔 자체 앱을 만들어 호텔 내 모든 음식을 배달하고, 2만 원대 뷔페를 만들어 호텔 내 식당을 마케팅이 필요 없는 공간으로 만드는 그런 의사결정을 내려야 한다. 내가 원하는 사업을 하지 말고 고객이 원하는 사업을 해야 한다. 김밥을 팔아도, 떡볶이를 팔아도 모든 의사결정 초점은 항상 고객에게 맞춰져 있어야 한다. 그 길만이 살길이다. 폼 잡을 때가 아니다.
 
(사)한국공유정책 일자리 위원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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