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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北 피살된 동생, 월급 절반은 빚 갚아…5급까지 꿈꿨다"

본지가 단독 입수한 서해 피살 공무원 이모씨의 가족 여행 사진. 오른쪽 끝이 숨진 이씨다. 형 이래진씨(오른쪽 셋째)는 "동생이 8급 특채된 2012년 여름 4형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순천만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5남 2녀 중 남자 4형제가 함께 찍은 사진은 이것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사진 이래진씨 제공]

본지가 단독 입수한 서해 피살 공무원 이모씨의 가족 여행 사진. 오른쪽 끝이 숨진 이씨다. 형 이래진씨(오른쪽 셋째)는 "동생이 8급 특채된 2012년 여름 4형제가 어머니를 모시고 순천만으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다, 5남 2녀 중 남자 4형제가 함께 찍은 사진은 이것이 유일하다"고 말했다. [사진 이래진씨 제공]

서해 피살 공무원 이모씨의 큰형 이래진씨가 동생이 희생된 서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는 "동생이 공무원에 특채된 이후 '5급 사무관까지 가보겠다'며 공직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서해 피살 공무원 이모씨의 큰형 이래진씨가 동생이 희생된 서해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 그는 "동생이 공무원에 특채된 이후 '5급 사무관까지 가보겠다'며 공직에 강한 의욕을 보였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북한이 서해에서 대한민국 공무원을 총살하고 불태운 천인공노할 범죄가 발생한 지 한 달을 넘겼다. 하지만 남측의 공동조사 요구에 북측이 아무런 조치 없이 지금껏 침묵해 진상 규명은 오리무중이다.  
 이런 가운데 해양경찰은 숨진 해양수산부 소속 어업지도 8급 공무원 이모(47)씨에 대해 "인터넷 도박을 해오다 정신적 공황 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지난 22일 발표해 논란이다. 시신조차 돌려받지 못한 유족은 "명예 살인"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의혹 커지는 서해 공무원 피살 사건 한 달]
"AK소총·73식 기관총 연발 난사"
합동신문도 없이 해경 "월북" 단정
남은 "월북 실종", 북은 "불법 침입"
김정은 전통문 온 뒤부터 말 바꾸기
남북 '책임 회피 영구미제'로 덮나
유족 "대통령 구조 지시 왜 안했나"
"국방부, 살해·소각 '추정된다' 의견
청와대 안보실 '확인됐다'로 수정"
군이 청와대와 정치 군인에 휘둘려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한둘이 아니다. 한국 정부는 사건 초기부터 월북이라고 발표했고, 북한은 불법 침입자에게 사격을 가했는데 사라졌다며 총살·소각 만행을 부인했다. 남측이든 북측이든 서로 책임을 떠넘기고 있어 자칫 이 사건은 책임 회피용 영구미제가 될 우려도 있다. 국방 전문가, 베테랑 정보 요원, 탈북자들, 그리고 유족의 목소리를 통해 풀리지 않는 의혹을 해부해봤다.  
이래진씨(앞줄 왼족 셋째)가 지난 22일 연평도 선상에서 하태경(앞줄 왼쪽 둘째)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 등과 함께 북한에 의해 피살된 동생 추모제를 열고 있다.                [사진 이래진씨 제공]

이래진씨(앞줄 왼족 셋째)가 지난 22일 연평도 선상에서 하태경(앞줄 왼쪽 둘째) 국회 정보위 야당 간사 등과 함께 북한에 의해 피살된 동생 추모제를 열고 있다. [사진 이래진씨 제공]

 국방 전문가들 "정치 압력에 군 휘둘려"
 군과 국방부 사정에 밝은 소식통의 전언을 종합하면 우리 군은 공무원 이씨의 신병이 북한 측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한 9월 22일 오후 3시 30분부터 북한 황해도 등산곶 주변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었다. 2010년 천안함 폭침 당시 공개된 것처럼 열상감시장비(TOD)와 고성능 카메라가 동원됐다. 
 익명을 원한 국방 전문가는 국방부 내부 소식통의 전언을 토대로 "북한 해군 단속정에는 구경이 7.62mm로 똑같은 AK 소총과 73식 기관총이 탑재돼 있었다. 당시 총성을 토대로 AK 소총 또는 기관총으로 수십발 연발 사격을 가해 살해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북한군의 총살과 시신 소각에 대해 당초 국방부는 합참의 보고를 토대로 9월 22일부터 줄곧 청와대에 "북한군이 총으로 쏘고 불로 태운 것으로 추정된다"며 다소 여지를 두고 보고했다고 한다. 하지만 9월 24일 안영호 합참 작전본부장의 대국민 발표를 앞두고 합참과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발표 문안 조율 과정에서 안보실 측이 '추정된다'를 '확인됐다'로 바꾸도록 지시했다고 소식통이 전했다. 
 기존 관행에 따르면 이 과정에서 안보실장(서훈) 또는 안보실 1차장(서주석)이 결정을 주도했을 것이라고 이 소식통은 전했다. 전직 해병대 사령관은 이에 대해 "청와대 안보실에 파견된 '정치 군인들'이 국방부에 정무적 요구나 압력을 가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런데 9월 25일 뜻밖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대남 전통문이 오면서 청와대의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고 한다. 김정은이 만행을 부인하자 그 이후부터 청와대와 국방부는 기존 합참의 정보 판단에 흠집을 내는 발언을 쏟아냈다.  
 4년간 국방위에서 활동한 김영우 전 국회 국방위원장은 "이례적으로 북한의 만행에 대해 신속하게 '확인됐다'고 발표해 놀랐는데, 이후 군이 청와대 압력 때문인지 다시 말을 바꿔 불신을 자초했다"며 "정치에 국방이 오염되고 휘둘리니 대한민국 국방이 큰일 났다"고 개탄했다.  
 서욱 국방부 장관 취임(9월 18일) 직후에 벌어진 이번 사건 대응 과정에서 군이 국민 생명 보호라는 가장 중요한 임무를 방기했다는 지적도 있다. 군단장을 지낸 예비역 3성 장군은 "군이 위치를 포착했을 시점에 이씨는 살아 있었고 살릴 수 있었고 살려야 했다. 청와대 압력 때문인지 대북 감청 능력 노출을 꺼려서인지 국민 생명을 구하는 노력을 제대로 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그는 "9월 23일 새벽 대통령이 참석하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야 마땅했는데 관계 장관회의만 했다. 세월호 7시간보다 대응이 더 부실했다"고 지적했다.  
30년간 국정원에서 대북 전문가로 활약한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살해된 이씨 사건을 대통령의 유엔 종전선언 연설에 방해되는 것으로 누가 왜곡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30년간 국정원에서 대북 전문가로 활약한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살해된 이씨 사건을 대통령의 유엔 종전선언 연설에 방해되는 것으로 누가 왜곡했는지 반드시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베테랑 정보맨들 "합동신문 없이 월북 예단"
 국가정보원에서 오래 활약해온 베테랑들도 이번 사건에 대해 의문을 쏟아냈다. 대공 사건인데 관계기관 전문가들로 이뤄진 합동정보신문조(합동정보조사팀)를 투입한 흔적이 보이지 않았다는 문제를 지적했다. 통합방위법에 따라 합동신문조는 국정원·합참·기무사(군사안보지원사)·정보사·경찰청 등의 대공 요원으로 구성해 현장에 투입돼 관련자를 신문하고 조사·분석한다. 
 장석광 전 국가정보대학원 교수는 "합동신문조는 다각도로 사건에 접근해 객관성을 높여 주기에 임의로 감추거나 왜곡하기 어렵다"며 "국정원·검찰·경찰 등 각 기관의 정보를 융합해 활용하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강릉 무장공비 침투 사건(1996년), 북한군 노크 귀순 사건(2012년) 등 굵직한 대공 사건에 모두 투입됐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해상 경계 책임에서 벗어날 수 없는 해경이 조사를 주도해 월북이라고 단정하듯 발표했다.
 국정원 차장을 지낸 한 정보 전문가는 "국민 생명이 걸린 중요하고 민감한 사건을 조사하는데 합동신문조를 투입하지 않았다는 게 이상하다. 뭔가 감출 게 있었다는 얘기밖에 안 된다"고 말했다.
 30년간 국가정보원에서 활약해온 유성옥 전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도박 빚은 월북이라고 단정할 필요충분조건이 될 수 없다"며 "정황만 갖고 예단할 게 아니라 월북이라고 판단하려면 스모킹건 즉, 월북 의사를 직접 밝힌 이씨의 육성을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9월 23일 새벽 관계 장관회의에서 이번 사건의 성격을 규정했을 것"이라며 "남북 관계 개선과 대통령의 종전 선언에 방해되는 사건으로 본질을 누가 축소·왜곡했는지 밝혀야 한다"고 말했다.    
황해도 일대를 관할하는 북한군 4군단 대위 출신 탈북자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이씨 피살 사건은 김정은이나 북한군의 완벽한 지휘 통제와 전략적 목적에 따른 행위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황해도 일대를 관할하는 북한군 4군단 대위 출신 탈북자 김성민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이씨 피살 사건은 김정은이나 북한군의 완벽한 지휘 통제와 전략적 목적에 따른 행위로 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탈북자들 "무조건 김정은 최고사령관에 보고"
 김정은이 몰랐다는 주장에 대해 탈북자들은 "김정은에게 직접 보고하지 않고 남한 사람을 쏴 죽이는 일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이번 사건의 경우 단속정 정장(대위)-〉전대 지휘부-〉서해함대 사령부-〉해군사령부 -〉총참모부-〉최고사령부(김정은)의 계통을 밟아 보고됐을 것으로 봤다.  
 황해도에 주둔하는 북한군 4군단 대위 출신 탈북자 김성민(58) 자유북한방송 대표는 "김정은은 군 지휘관들에게 '바늘 떨어지는 소리도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무조건 최고 사령부에 보고한 뒤 결정과 명령을 따라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6시간 뒤에 사살하고 불태웠다는 것은 우발적이거나 현장 지휘관의 결심에 따른 행위가 아니라 김정은이나 북한군의 완벽한 지휘 통제와 전략적 목적에 따른 행위로 봐야 한다"며 "사살 행위를 정당화하기 위해 불법 침입으로 몰아갔다"고 분석했다.  
 북한군 특수부대인 제11 폭풍군단 상급병사 출신 탈북자 이웅길(39)씨는 "표류든 월북이든 무작정 죽이지는 않는다. 사살해야 할 다른 이유가 있었을 수 있다"고 봤다. 월북설에 대해 그는 "남한의 감청을 북한도 너무 잘 알기 때문에 북한군이나 보위부는 교란하기 위해 역정보를 흘린다. 감청 내용만 믿고 단순하게 월북으로 몰아가면 북한에 놀아나서 국민을 두 번 죽이는 꼴"이라고 지적했다.
북한 특수부대인 11 폭풍군단 상급병사 출신 탈북자 이웅길씨는 "북한은 남한의 감청을 교란하기 위해 역정보를 흘린다. 감청 내용만 믿고 월북이라 판단하면 국민을 두번 죽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세정 기자

북한 특수부대인 11 폭풍군단 상급병사 출신 탈북자 이웅길씨는 "북한은 남한의 감청을 교란하기 위해 역정보를 흘린다. 감청 내용만 믿고 월북이라 판단하면 국민을 두번 죽이게 된다"고 지적했다. 장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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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피살 공무원 이모씨의 큰형 이래진씨는 대통령의 편지를 들어보이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진상 규명과 동생 명예회복을 촉구했다. 그는 유엔에 인권 문제를 공식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서해 피살 공무원 이모씨의 큰형 이래진씨는 대통령의 편지를 들어보이면서 이번 사건에 대해 진상 규명과 동생 명예회복을 촉구했다. 그는 유엔에 인권 문제를 공식 제기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세정 기자

 북한군에 의해 참혹하게 살해된 이씨는 전남 완도가 고향이다. 5남 2녀 중 넷째다. 맏형 이래진(55)씨와 동생 이씨는 모두 수산고를 졸업한 바다 사나이들이다. 형 이씨는 동원산업과 해양 선사에서 선박사고, 실종·자살 사건을 많이 다뤄본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 사건이 터지자 청와대·국방부·해경 등의 발표에 대해 논리적으로 반박해 정부가 여러 번 입장을 번복했다.  
 형 이씨는 동생이 연평도 남쪽에서 북서쪽의 등산곶까지 38km를 헤엄쳐 월북했다는 정부 발표에 대해 조류와 풍향 등 오랜 바다 경험으로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그는 동생이 21일 새벽 시간에 근무 중 실족한 뒤 북동쪽으로 표류하다 북한군에 체포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씨는 "9월 22일 오후 6시 30분 문재인 대통령에게 상황 보고가 이뤄진 이후 대통령이 국민 생명을 살리기 위해 도대체 어떤 지시를 했는지 낱낱이 공개하고 밝혀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공용채널(VHF)을 이용한 공용상선 통신이 가능했고 9월 초에는 남북 정상이 친서까지 교환했는데도 대통령은 9월 24일 "사건 당시 북한과 연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며 거짓말을 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녹화한 대통령의 종전선언 유엔 연설을 조금 늦췄다면 박수받았을 텐데 그렇게 하지 않았다. 종전선언이 큰가 사람 목숨이 큰가 대답하라"고 촉구했다. 진상규명과 동생의 명예회복을 요구하는 이씨는 "정부가 남북관계에 불똥이 튀지 않도록 하기 위해 동생에게 책임을 떠넘기고 있다. 유족은 인권 문제로 유엔에 제소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남 양산에 거주하는 숨진 이씨의 고2 아들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 부근에서 열린 추모식에서 '아빠에게 보내는 편지'를 공개했다. "왜 어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남을 짓밟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것인지, 힘없는 사람의 목숨 하나쯤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벌줄 수 있을까. 이런 게 아빠가 남기고 가신 숙제가 됐어요." 아빠 잃은 아들의 숙제는 우리 모두의 숙제이기도 하다.
서해 피살 공무원 추모제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 부근에서 열렸다. 장세정 기자

서해 피살 공무원 추모제가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 부근에서 열렸다. 장세정 기자

서해 피살 공무원의 고2 아들이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 부근에서 열린 추모제 당시 공개한 '손편지'.

서해 피살 공무원의 고2 아들이 지난 24일 정부서울청사 부근에서 열린 추모제 당시 공개한 '손편지'.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장세정 논설위원 zh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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