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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북을 열며] 35년 동지가 대통령에게 보내는 편지

윤석만 논설위원 겸 사회에디터

윤석만 논설위원 겸 사회에디터

“(민주주의의) 열매는 누가 따먹고, 나무 그늘에선 누가 쉬고 있는 걸까요?”
 
며칠 전 35년간 해고 노동자로 살아온 김진숙씨가 문재인 대통령에게 편지를 보냈다. 2011년 한진중공업의 85호 크레인에서 309일간 농성을 벌였던 김씨는 문 대통령이 변호사 시절 함께 했던 대표적인 노동운동가다. 그는 “최루탄이 소낙비처럼 퍼붓던 거리에도, 죽음의 진실을 규명하는 투쟁의 대오에서도 함께 했다”며 “어디부터 갈라져 다른 자리에 서게 된 것이냐”고 물었다. 그러면서 “노동 없이 민주주의는 없다는데 (여전히) 죽어서야 존재가 드러난다”며 지금의 현실을 개탄했다.
 
문 대통령은 1990년 농성 중인 노동자를 만나기 위해 82m 높이의 골리앗 크레인까지 올라갔던 노동·인권 변호사다. 당시 주변의 만류에도 “거기에 노동자가 있고 나더러 도와 달라는데 가봐야 할 것 아니냐”며 사다리에 올라탔다. 하지만 김씨의 말처럼 문 대통령은 이제 ‘다른 자리’에 서 있다. 택배 일을 하던 20대 노동자가 카톡을 남긴 채 과로사하고, 40대 가장이 북한에 피살돼 그 아들이 울부짖어도 피해자의 편에 있지 않다. 친문 이상직 의원이 창업주인 이스타항공 노조에겐 오히려 여당이 앞장서 홀대한다.
 
노트북을 열며 10/26

노트북을 열며 10/26

왜 그럴까. “현 정권은 가짜 진보이기 때문”(김경률 경제민주주의21 공동대표)이다. 김 대표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진보라면 환경문제와 노동정책, 재벌 개혁 등에서 뚜렷한 관점이 있어야 하는데 문재인 정권은 오직 권력과 이권에 따라 움직이는 뒷골목 깡패 같다”고 했다.
 
보수가 기업과 시장의 편에 기울 때 진보는 노동과 환경 이슈를 제기하며 사회 균형을 맞춘다. 하지만 김 대표의 말대로 “진보를 참칭(僭稱)하는” 현 집권세력은 진보의 내용엔 관심 없고 진보란 이름으로 표를 얻는 데만 골몰한다. 진보계 원로인 홍세화 선생이 일찌감치 “더불어민주당에 민주주의자가 없다”고 일갈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정권 실세들의 부동산 다주택 보유 논란처럼 정권을 떠받치는 기둥 중 하나인 ‘강남좌파’에는 좌파가 없고, 강남으로 상징되는 물질적 욕망만 남았다.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은 『진보의 미래』에서 “진보와 보수는 결국 모두 먹고사는 이야기”라고 했다. 그 안에서 진보는 복지와 분배를 고민하며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드는 게 목표라고 강조한다. 그런데 ‘노무현의 친구’는 왜 전통적인 진보 지식인들이 등을 돌리고 있는데도, ‘자기 사람만 먼저인’ 세상만을 만들려 할까. 정답은 그가 더 이상 진보가 아니기 때문이다.
 
윤석만 논설위원 겸 사회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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