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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고 이건희 회장의 도전과 혁신을 되새긴다

30년 전 세상은 삼성을 알아주지 않았다. 해외 매장에서 삼성전자 제품은 찬밥 신세였다. 한구석에 뽀얗게 먼지를 쓴 채 놓여 있기 일쑤였다. 그랬던 삼성이 글로벌 초일류 기업의 자리에 올랐다. 삼성 제품과 서비스는 프리미엄의 대명사가 됐다. 지금 삼성의 모습에서 푸대접을 받던 30년 전의 과거는 상상하기 어렵다. 상전벽해(桑田碧海)다.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의 업적이다.
 

신경영 선언 후 삼성을 초일류 반열에
안팎에서 경제 위기 몰아닥치는 지금
그의 혁신 기업가 정신이 절실한 시점

이 회장은 도전과 혁신의 아이콘이었다. “마누라와 자식을 빼고 다 바꾸라”는 프랑크푸르트 신경영 선언(1993년)을 통해 자신이 ‘암 2기’라고 암울하게 진단했던 삼성의 체질을 바꿨다. 애니콜 휴대전화기 15만 대를 부수고 불태우며 품질 경영의 DNA를 심었다. 미래에 대한 고심 끝에 ‘인재 경영’ ‘창조 경영’을 내세웠다. 시장과 기업 생태계의 트렌드를 간파하고, “소프트웨어·디자인 같은 소프트 기술 경쟁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악착같이 배우라”고 강조했다. 삼성의 전·현직 임직원들이 “혁신과 변화의 중심에 늘 이 회장이 있었다”고 회고하는 이유다.
 
이 회장은 그렇게 환경 변화와 외부의 압력을 도전과 혁신으로 넘었다. 그가 타계한 지금, 한국 경제와 산업은 어느 때보다 심한 변화의 소용돌이와 압력 속에 놓여 있다. 13년 전 일찌감치 이 회장이 지적했던 ‘샌드위치 위기’는 갈수록 깊어진다. 일본이 축적한 소재·부품·장비 기술은 따라잡지 못했고, 중국은 한국을 턱밑까지 쫓아왔다. 미·중 무역전쟁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수출 주도형 한국 경제에 치명타를 안겼다. 나아지는가 했으나 코로나19의 2차 감염 파도가 미국과 유럽을 휩쓸며 수출 회복 전망은 다시 어두워지고 있다. 내부적으로 올가미 규제는 갈수록 촘촘해진다. 거대 여당은 기업의 손발을 한층 더 옭아맬 상법·공정거래법·노동법 개정안을 밀어붙이겠다고 벼르고 있다. 반대로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춘 노동 유연화는 감감무소식이다.
 
이런 상황에서 마냥 규제·노동 개혁을 기다릴 수만은 없다. 이 회장은 정책에서 비롯된 경영 여건 악화를 피하지 않았다. 이명박 정부가 “국민연금을 비롯한 공적 연·기금의 주주권 행사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했을 때, 재계는 우려했으나 이 회장은 “공개적으로 하는 것은 오히려 환영한다”고 밝혔다. 연·기금이 투명하게 주주권을 행사한다면 받아들이고 극복해 내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외부에서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지 않고 스스로 해결하는 기업가 정신의 발로다. 지금 대한민국 기업인들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덕목이다.
 
삼성은 녹록지 않은 환경에 맞닥뜨렸다. 핵심 사업인 반도체는 중국이 국운을 걸고 추격하고 있다. 반도체를 뒤이을 미래 사업은 확실치 않다. 기업의 윤리와 사회적 역할에 대한 기대는 갈수록 커지고 있다. 2013년 신경영 20주년을 맞아 이 회장이 설파했던 ‘1등의 위기’가 그대로 현실이 되고 있다. 당시 이 회장은 해답을 제시했다. 키워드는 그가 실천해 왔던 도전과 혁신, 창조 경영이었다. 삼성뿐 아니라 이 시대 한국의 기업인들이 되새겨야 할 금과옥조(金科玉條)다. 기업가 정신을 일깨워준 이 회장의 명복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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