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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 없이 알맹이만 팔아요...'제로 웨이스트' 숍 알맹상점

쓰레기 분리수거를 할 때마다 난감한 품목이 몇 있다. 바로 샴푸 및 화장품 플라스틱 용기, 그리고 페트병 뚜껑처럼 크기가 작은 플라스틱 물품들이다. 막연히 재활용 되겠지 생각하며 플라스틱 수거함에 넣지만 찝찝함이 남는다. 실제로 우리가 버리는 대부분의 샴푸·화장품 용기는 재활용 되지 않는다. 병뚜껑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 조각도 마찬가지다. 복합 플라스틱이기 때문이다. 샴푸 용기 펌프 안만 봐도 철 재질의 스프링, 실리콘으로 된 마개 등이 혼재한다. 재질별로 분해해 따로 내놔야하는데 개인이 분리하기는 쉽지 않다. 병뚜껑 같은 작은 플라스틱 용기는 너무 작아 재활용 업체에서 따로 분류해 수거하지 않는다.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숍 알맹상점. 빈 용기를 가져가 세제와 생활용품 등을 알맹이만 구입할 수 있는 상점이다. 장진영 기자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제로 웨이스트' 숍 알맹상점. 빈 용기를 가져가 세제와 생활용품 등을 알맹이만 구입할 수 있는 상점이다. 장진영 기자

 

必환경 라이프?

이런 플라스틱 용기를 버릴 때마다 죄책감이 든다면 서울 마포구 망원동에 위치한 ‘알맹상점’에 찾아가볼 만하다. 샴푸‧린스‧바디워시‧보습제 등 화장품부터 세탁‧주방 세제·제습제 등 생활용품까지 대용량 통으로 들여놓은 이곳은 껍데기 없이 내용물만 파는 상점이다. 집에 넘치는 플라스틱 용기를 하나 가져가 내용물만 사오면 된다. 상점 한 편에는 작은 플라스틱을 모으는 ‘자원순환센터’라는 거창한 이름의 코너도 있다. 따로 버리면 수거해가지 않는 병뚜껑 크기의 작은 플라스틱을 수거하는 곳이다. 색깔별로 한 데 모아 서울환경연합이 운영하는 재활용 센터 '플라스틱 방앗간'에 보내면 예쁜 치약 짜개로 재탄생된다. 그밖에 대나무 칫솔‧다회용 빨대‧ 천연수세미 등 플라스틱 아닌 다양한 생활용품도 판매한다. 
세탁 세제, 주방 세제, 샴푸, 바디워시 등 생활용품뿐 아니라 올리브유, 각종 차류도 용기 없이 소분해 판매한다. 장진영 기자

세탁 세제, 주방 세제, 샴푸, 바디워시 등 생활용품뿐 아니라 올리브유, 각종 차류도 용기 없이 소분해 판매한다. 장진영 기자

 
플라스틱 쓰레기가 없는 세상을 꿈꾸는 알맹상점은 고금숙‧양래교‧이주은 세 명의 공동대표가 운영한다. 망원시장 일대에서 ‘플라스틱 프리(free)’ 운동을 펼치던 시민 활동가 셋이 의기투합해 지난 6월 문을 열었다. 이주은 대표는 “지구를 위해 혹은 동물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위해 플라스틱을 줄여야한다는 절박한 마음”이라며 “장볼 때 수북이 나오는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고, 포장 없는 물건들을 사고 싶어 만든 가게”라고 했다.  
지난 22일 알맹상점에서 공동대표 이주은씨를 만났다. 천연 수세미와 대나무 칫솔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생활 용품을 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지난 22일 알맹상점에서 공동대표 이주은씨를 만났다. 천연 수세미와 대나무 칫솔 등 플라스틱 쓰레기가 나오지 않는 생활 용품을 들고 있다. 장진영 기자

 
대용량으로 생활용품을 들여놓고 소분해서 판매하는 상점은 납품 거래처를 뚫는 것부터가 난관이었다. 대용량 납품 용기 자체가 없다보니 어떤 통에, 어떤 밸브를 달아, 어떤 방식으로 매번 같은 통을 세척해 제품을 받을지 처음부터 세세히 기준을 마련해야 했다. 명색이 포장 없는 가게인데 납품 받은 물건들이 비닐 포장에 쌓여 있을 때는 다시 돌려보내 알맹이만 달라고 했다. 거절하는 업체들도 많았다. 취지를 이해하고 포장 없이 알맹이만 박스에 담아주는 업체들로만 꾸려 거래처 리스트를 확보했다. 이 대표는 “한 통에 수백 만원이 훌쩍 넘는 샴푸통을 들여놓을 땐 얼마나 팔릴지 몰라 망설였다”며 “다행히 입소문이 나면서 2L들이 샴푸가 2~3일 만에 소진되는 등 조금씩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고 했다.  
알맹상점에선 주방세제를 g당으로 판매한다. 대용량 용기를 매번 세척해가며 내용물을 납품해주는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장진영 기자

알맹상점에선 주방세제를 g당으로 판매한다. 대용량 용기를 매번 세척해가며 내용물을 납품해주는 거래처를 확보하는 것이 가장 어려웠다고 한다. 장진영 기자

 
4개월차 알맹상점의 주말은 상점 내부가 좁게 느껴질 만큼 사람들이 몰린다고 한다. SNS 팔로워도 처음 2000여명 정도에서 현재는 2만 명이 다 되어간다. 알맹상점을 찾는 이들은 ‘알짜’라고 불린다. ‘알맹이만 원하는 자’라는 뜻이다. 멀리서 빈 용기를 들고 찾아온 알짜들은 “우리 동네에도 이런 상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구동성이다. 알맹상점을 보고 비슷한 개념의 ‘제로 웨이스트(zero waste·쓰레기 줄이기)’ 숍을 내고 싶다며 찾아오는 사람들도 많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소분 상점 가이드라인’을 무료로 배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처음엔 1년만 버티자는 생각이었는데 공감하고 실천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늘고 있어 뿌듯하다”고 했다.  
알맹상점에 비치된 재사용 병에 올리브유를 담는 모습. 용기를 가져오지 못한 손님들을 위해 소독한 용기를 비치해뒀다. 장진영 기자

알맹상점에 비치된 재사용 병에 올리브유를 담는 모습. 용기를 가져오지 못한 손님들을 위해 소독한 용기를 비치해뒀다. 장진영 기자

 
알맹상점 한 편에서는 종종 워크숍이나 클래스가 열린다. 얼마 전에는 브리타 정수기 필터를 분해해 활성탄을 새로 채우는 재활용 워크숍을 열었다. 독일에서 제조하는 브리타 정수기는 플라스틱 생수병을 사용하기 싫어하는 사람들이 주로 찾는 물통 형태의 정수기다. 물통에 정수 필터를 넣고 수돗물을 부으면 필터 안 활성탄‧이온교환수지 알갱이가 불순물을 걸러준다. 단, 4주마다 한 번씩 이 필터를 교체해야한다. 이 대표는 “작은 플라스틱 필터인데 복합 재질이라 그냥 버리면 쓰레기가 되기 때문에 내부를 분해해 활성탄 등을 채워 재사용할 수 있도록 워크숍을 마련했다”며 “생산자가 재활용까지 책임져야하는 해외에선 브리타 필터 수거 시스템이 있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어 뜻이 맞는 이들끼리 서명을 받아 브리타코리아 본사에 제안할 예정”이라고 했다. 제로 웨이스트 문화의 거점이 되고 싶다는 알맹상점다운 행보다.  
얼마전 열렸던 브리타 정수기 필터 해킹 워크숍. 재활용되지 않는 필터를 직접 분해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알맹상점 인스타그램

얼마전 열렸던 브리타 정수기 필터 해킹 워크숍. 재활용되지 않는 필터를 직접 분해해 재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사진 알맹상점 인스타그램

 
“개인의 목소리는 작지만 여럿이 공감하면서 움직임을 만든다면 플라스틱 포장이나 쓰레기가 당연시 되는 문화도 조금씩 사라지지 않을까요. 그 과정에서 알맹상점이 작게나마 역할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이주은 대표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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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지연 기자 yoo.jiyoe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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