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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삶의 불확실성에 떨었던 코로나 격리 치료 한달

기자
박헌정 사진 박헌정

[더,오래] 박헌정의 원초적 놀기 본능(80)

입원 후 며칠 지나자 열이 내려가면서 두통과 기침이 없어지고, 식욕도 회복되고, 슬프고 부정적인 생각이 걷히면서 안정되어 갔다. ‘더 나빠지지는 않는가 보다’하는 편안한 마음이 들수록 입원실의 시간은 더 늦게 가기 시작한다.
 
확진돼 입원해도 중증이 아닌 일반 병실에서는 특별한 약이나 치료 활동이 없다. 그저 증상을 완화하는 약 먹어가며 몸의 면역반응을 통해 스스로 이기도록 기다리는 게 치료법이니 입원실의 유일한 친구는 시간뿐이다.
 
격리치료는 강제수용 형태다. 자가격리를 포함해, 한 달 정도 혼자 지내보니 바쁜 일상의 평범함이 절실하게 그리웠고, 창밖의 아파트와 푸른 하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느껴졌다. [사진 박헌정]

격리치료는 강제수용 형태다. 자가격리를 포함해, 한 달 정도 혼자 지내보니 바쁜 일상의 평범함이 절실하게 그리웠고, 창밖의 아파트와 푸른 하늘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게 느껴졌다. [사진 박헌정]

 
격리치료라면 결국 강제수용이라는 뜻이니, 만일 몸 팔팔하고 할 일도 많은데 영문 모르고 이렇게 갇혀 있다면 크게 낙담하거나 정신적으로 탈이 생길 법도 하다. 나 역시 몸이 안 좋을 때는 관심 두지 않던 바깥세상에 대한 그리움이 찾아왔다. 건너편 아파트 단지 사람들의 자유로운 발걸음이 부러웠다. 그러나 복도조차 못 나가는 생활, 한번 답답함을 느끼기 시작하면 심리적으로 힘들 것 같아 생각이 한곳에 머물지 않도록 애썼다.
 
퇴원할 때쯤 이번 코로나에 대해 여러 생각이 들었다. 언제쯤 이 난리가 끝날까 하는 답답함 때문인지 그동안 코로나에 대한 세상의 관심은 확진자 숫자 같은 통계와 백신 개발 소식에 집중되어 있었다. 정작 코로나가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운지, 입원 치료과정이 어떤지에 대해 상대적으로 관심이 적었고, 그 후유증은 최근 들어서야 조금씩 언급된다.
 
처음부터 무증상으로 입원해 금방 퇴원하는 사람도 있고, 몇 달 갇혀 고생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부분 열·기침·근육통 같은 증상을 5~7일 정도 앓으면 최고점에 오르고 이후 호전된다고 한다. 그러니 겪어보지 않은 사람은 그 고통에 별로 공감하지 못하고 ‘별것 아니네, 그걸 가지고 웬 엄살이냐’ 할 수도 있다. 그렇게 만만하게 볼수록 감염 위험은 더 커지는 것이다.
 
경험해본 나로서는 아직도 코로나가 무섭다. 독감 비슷하고 사망률도 낮다지만 막상 겪어보니 치료제 없이 몸으로 견뎌내야 한다는 사실이 아주 고단하고 두렵게 다가왔다. 이러다 갑자기 악화해 숨이 막혀도 아무도 나를 돕지 못한다는 상상은 너무 끔찍했다.
 
그러다가 갑자기 죽음을 맞으면 가족은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환자복 입은 채로 화장된다고 한다. 외로운 죽음, 순식간에 세상에서 완벽히 지워지고 가족들 가슴에는 지워지지 않는 얼룩으로 남는다.
 
하루 세 번씩 전해주는 도시락 식사. 처음에는 거의 먹지 못하다가 몸이 회복되면서 입맛이 돌아왔다. 정부와 행정당국의 방역정책과 대응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이 밥을 먹을 때마다 '나랏돈으로 밥 먹여가며 나를 살리려고 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하루 세 번씩 전해주는 도시락 식사. 처음에는 거의 먹지 못하다가 몸이 회복되면서 입맛이 돌아왔다. 정부와 행정당국의 방역정책과 대응에 불만을 느끼는 사람도 많지만, 나는 이 밥을 먹을 때마다 '나랏돈으로 밥 먹여가며 나를 살리려고 하는구나' 하는 마음이 들었다.

 
후유증도 있다. 처음에는 폐에 낯선 공기가 들어오는 것처럼 호흡이 불편했고 지금도 조금만 움직이면 등산이나 한 것처럼 피곤하고 근육통이 있는데, 점점 나을지 평생 갈지 알 수 없으니 불안하다. 정신적으로도, 집 바깥은 온통 바이러스 세상처럼 느껴지고 사람이 무섭다.
 
코로나를 겪으며 어떤 변화가 생겼다. 우선 하루하루 사는 삶에 익숙해졌다. 힘들 때는 내일이면 나을까 하는 마음으로, 회복될 때는 퇴원을 기다리는 마음으로 하루씩 보내다 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는 내일을 위해 뭔가 남겨야 한다고 배웠지만 다 부질없게 생각되었다. 동물과 달리 인간은 미래를 생각하며 살기에 배고픔, 사고, 추위에 대비해 물질을 모으고 아끼고 남기려 한다. 그러나 한 달 동안 격리되어 지내보니 전쟁이나 감염병처럼 내가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닥치면 믿을 것은 이웃과 공동체이고, 그다음 단계는 신 아닐까 싶다. 삶의 불확실성 앞에서 내가 가진 것은 참 알량했다.
 
그러니 ‘아끼다가 썩히느니 오늘 잘 쓰자. 내일의 행복은 내일 생각하고, 지금 행복하고 여유롭게 살자’ 이게 요즘 생각이다. 세상 곳곳에 보이지 않는 위험이 많으니 마음 비우며 살라고 하는데, 그 빈자리를 현재의 행복감으로 채워야겠다. 주변에는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늘 행복하고 즐거운 사람도 참 많다.
 
지난 총선 때 마스크 쓰고 거리 유지하며 투표하던 모습. 우리는 공적인 영역에서는 방역 수칙을 잘 지키다가도 일상에서는 소홀할 때가 많다. 대표적인 게 아는 사람과는 별일 없을 거라고 믿으며 같이 음식 먹고 이야기하고 접촉하는 것이다.

지난 총선 때 마스크 쓰고 거리 유지하며 투표하던 모습. 우리는 공적인 영역에서는 방역 수칙을 잘 지키다가도 일상에서는 소홀할 때가 많다. 대표적인 게 아는 사람과는 별일 없을 거라고 믿으며 같이 음식 먹고 이야기하고 접촉하는 것이다.

 
나는 단지 확진자라는 이유만으로 비난 받을까 봐 걱정도 된다. 물론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신 책임을 묻는다면 할 말 없지만, 그건 일종의 사고다. 코로나 이후에 여행, 나들이, 외식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테고, 반대로 TV에서 북적이는 여행지나 인파를 보며 욕하지 않은 사람도 없을 것이다. 그 욕 먹는 사람과 욕하는 사람은 서로 다르지 않은, 한 사람의 ‘나’다. 코로나로 인한 피해와 스트레스는 충분히 공감하지만, 화풀이를 피해자에게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조심할수록 확률은 줄지만 운 없으면 누구든 걸려들 수 있다.
 
물론 범죄적인 수준으로 또는 파렴치하게 방역을 방해하거나 바이러스를 전파하고 다닌 사람도 있지만, 그 판단은 법에 맡기고 우리는 감정에 휘둘리지 말고 서로 간의 공격을 멈추어야 한다. 바이러스는 밉지만 결국 우리가 해결해야 할 우리 일이기에 염증 대신 염려가 필요할 것 같다.
 
나는 이번에 사회와 공동체에 대한 연대감도 깊게 느껴봤다. ‘이 사회가 방역뿐 아니라 내 목숨에도 신경 쓰는구나’하는 생각, 나랏돈으로 밥 먹여가며 보살피고, 의료진은 환자 심리상태까지 신경 쓰며 친절히 대해주고, 보건소도 뭐든 도와주려 애쓴다. 같은 방향으로 힘을 모은다는 믿음이 생긴다. 소중한 경험이었다.
 
재차 강조하지만, 코로나의 고통은 생각보다 훨씬 크고 무섭다. 마스크 안 쓴 채 자신만만하던 미국 대통령이 확진되었고, 상황이 나아진 건 아니지만, 경제를 위해 거리 두기를 1단계로 완화했다. TV에서 다시 붐비는 관광지, 유흥가, 식당을 보면 ‘저러면 안 되는데’ 싶다가 ‘다들 먹고는 살아야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렇더라도 마스크 없이 태연하게 다니는 사람을 보면 정말 뻔뻔하고 밉살맞다. 정말 이해되지 않는 건, 자기가 아는 사람과의 만남은 안전하다고 믿는 태도다. 친척이나 지인들과 바짝 붙어 앉아 “우리끼리는 괜찮아”하며 악수하고 밥 먹고 웃고 떠든다.
 
생업과 일상생활에 타격받고, 타인에게 피해 주고, 무엇보다 두려운 건 내 가정을 통째로 위험에 빠트리는 것이다. 사랑하는 가족을 생각해서라도 제발 만용을 거두고 비대면과 거리 두기를 일상화하면서 조심스럽게 지내면 좋겠다.
 
수필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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