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전세 씨 말라 ‘주거 사다리’ 끊겨…월세 공제 확대해야

전세대란 쇼크 

‘전세의 소멸’ ‘전세 물건 실종’…. 최근 서울·수도권 임대차시장에서 가장 많이 나오는 말이다. 이런저런 이유로 그 많던 전세 물건이 자취를 감추면서 전셋값이 폭등하고 있다. 서울과 수도권의 인기 지역 아파트 전셋값은 ‘호가(부르는 값)’가 ‘시세’가 돼 버렸다. 서울 양천구 목동신시가지의 67㎡(이하 전용면적)형은 최근 7억5000만원에 계약됐는데, 불과 두 달 전만 해도 5억원짜리였다. 이 지역 95㎡형이 10억원 선에서 계약이 이뤄진다. 두 달여 만에 3억원이 뛰었다.
 

강남서 강북·수도권 전세난 확산
목동 95㎡형 두 달 새 3억 뛰어

임대차 2법 탓 전세 유통도 막혀
반전세 늘며 전셋값에 월세까지

무주택자 전세 대출 완화하고
월세·반전세 주거비 부담 낮춰야

서초·강남·송파구 등 강남 3구는 물론 노원구 등 강북권도 마찬가지다. 부동산중개업소마다 “아파트는 전세 물건이 없다”고 입을 모은다. 그 많던 전세 물건은 다 어디로 갔을까. 전세가 사라지면서 최근 임대차시장이 극도로 불안한 건 한두 가지 이유 때문이 아니다. 집값을 잡겠다는 정부의 무차별적인 규제가 임대차·주택시장의 ‘선순환 구조’를 무너뜨린 때문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임대차시장은 박살이 났다”고 표현한다.
  
“총량 계속 늘려야 임대차시장 안정”
 
임대차시장 불안은 정부가 서민의 ‘주거 사다리’를 걷어차면서 시작됐다. 대학 입학이나 취업·이직, 결혼 등으로 부모로부터 독립하면 보통은 ‘사글세→월세→다세대·다가구·연립주택(이른바 빌라) 전·월세→아파트 월세→아파트 전세→내 집 마련’의 사다리를 오르게 된다. 더 나은 주거 환경에 대한 인간의 욕망에 기반한 주택시장의 순환 과정이다. 정부나 주택건설 업체는 이를 바탕으로 임대차·주택시장을 예측해 정책을 세우거나 새 집을 지어 판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정부가 주택을 꾸준히 늘리면 아파트 전세 수요 중 일부는 집을 사서 임대차시장에서 빠져나가고, 이들이 빠져나간 임대차 물건을 신혼부부 등 새로운 임대차 수요가 받아야 한다. 그런데 정부가 대출 규제 등으로 내 집 마련에 제동을 걸고, 재건축 규제 등으로 주택 공급을 막으면서 ‘아파트 전세’ 부문에서 수요가 쌓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이미 주택담보·전세대출을 강화한 지난해 6·17 대책 때 예견됐던 일이고,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하반기 상승세로 돌아섰다.
 
전셋값이 슬금슬금 오르자 7월 말 시행한 ‘임대차 2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상한제)’이 여기에 기름을 부으면서 폭발했다. 임대차 2법을 기존 임대차 계약에까지 소급 적용하면서 기존 전세 물건의 유통을 막아 버린 것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주택도시보증공사·주택금융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9월 서울의 전세자금대출 공적보증 갱신율은 60.4%로, 전월(51.6%) 대비 8.8%포인트 증가했다. 올해 1~8월 평균(55%)과 비교해도 임대차 2법 시행 이후 갱신율이 확 높아졌다. 이를 뒤집어 보면 기존 전세 물건이 시중에 유통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부동산 정보사이트인 아실에 따르면 10월 하루 평균 서울 아파트 전세 물건은 9186건으로, 7월 4만1580건보다 80% 가까이 줄었다. 그나마 시중에 유통된 아파트 전세 물건 상당수는 저금리·보유세 강화 등의 영향으로 ‘반(半)전세(보증부 월세)’로 바뀌어 버렸다. 임대차 2법 이후 서울에선 아파트 반전세 계약이 늘고 있다.
 
대출을 받아 집을 샀거나, 재건축 아파트 등에 실거주 요건을 둔 것도 전세 물건의 유통을 가로막고 있다. 이런 문제에 대해 국토교통부 장·차관은 “주택 총량엔 변화가 없어 임대차시장이 불안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하는데, 전제 자체가 틀렸다는 지적이다. 임대차시장엔 매년 새로운 수요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가구 수(주민등록표 기준)는 432만7605가구로, 전년보다 6만3737가구 증가했다. 결혼·이직 등으로 분가한 가구인데, 이 중 상당수는 새로 집을 얻어야 하는 신규 임대차 수요다.  
 
그런데 지난해 서울에서 새로 입주한 주택은 4만5000여 가구뿐이다. 더구나 이 수치는 멸실(낡아 사라진 집)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입주 물량이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서울은 총량 자체가 부족(2018년 말 기준 주택보급률 95.5%)하기 때문에 총량을 계속해서 늘려가야 임대차시장을 안정화할 수 있다”고 말했다.
 
주거 사다리가 끊겨 위에선 나가지 않고, 아래에선 계속 올라오는 데 신규 입주는 물론 기존 전세 물건도 유통되지 않으니 지금의 전세난은 어쩌면 당연해 보인다. 주택시장의 선순환 구조가 붕괴하면서 임대차시장에 극심한 ‘수요-공급 미스 매치’가 발생한 것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정책의 수혜 계층과 피해 계층은 누구인지, 부작용을 어떻게 줄일 것인지 등을 면밀하게 분석하지 않고 정책을 남발하면서 벌어진 일”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아파트 전세난은 이제 서울·아파트를 넘어 경기도·광역시·빌라로까지 번지고 있다. 정부는 전세난에 대한 대책을 준비 중이라고 하지만, 시장에선 또 어설픈 대책을 내놓으면 혼란만 가중할 것이라고 우려한다.
 
사실 임대차시장은 100% 실수요시장이어서 해결책은 간단하다. 2012년 세종시 입주 때가 좋은 예다. 아파트보다 정부청사가 먼저 완공하면서 ‘전세대란’이 벌어졌지만 1~2년 후 아파트가 본격적으로 입주하면서 안정을 찾았다. 따라서 무주택자의 주택담보대출 규제 완화 등을 통해 임대차 수요를 매매 등으로 분산하고, 신규 임대차 수요 등을 예측해 그에 맞게 공급을 늘리면 된다.  
  
월세 살면 결혼·출산 가능성도 ‘뚝’
 
하지만 수요 분산은 ‘집을 사라’는 것이어서 정부의 부동산 정책 기조에 어긋난다. 공급은 당장 할 수 있는 게 아닌 데다 정부는 여전히 ‘총량’ 타령만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대책은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라도 낮추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월세로 거주하면 자가 거주 대비 결혼 가능성이 65.1%, 자녀를 출산할 가능성은 55.7% 작아진다.
 
특히 최근의 반전세는 전셋값만큼의 보증금에 오른 전셋값만큼 월세가 늘어난 것이어서 세입자의 부담이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서울 잠실동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사장은 “반전세라고 해도 보증금이 기존의 전셋값 수준이어서 세입자 입장에선 보증금을 대기 위해 전세자금대출을 받고, 월세를 별도로 지불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당장 도입할 만한 건 월세에 대한 소득공제 한도 상향이다. 지금은 소득이 연 7000만원 이하일 때 월세 1년치의 10%(최대 75만원), 소득이 5500만원 이하일 때 12%(최대 90만원)를 공제해 준다. 국토부도 공제 확대를 추진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무주택자의 전세자금대출 소득 제한을 완화하고, 저소득층은 월세 소득공제를 확대해 주거비를 간접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45%, 경기도 -22%…‘공급 절벽’ 내년이 더 문제
정부가 대책을 강구 중이지만 전세난이 쉽게 잡히긴 어려울 것 같다. 임대차시장 안정의 핵심인 신규 입주 물량이 확 줄기 때문이다.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은 줄곧 “공급엔 문제가 없다”고 주장해왔지만, 내년부턴 이 말을 못할 것 같다.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그래픽=이정권 기자 gaga@joongang.co.kr

이미 공급 감소는 현실화하고 있다. 주택산업연구원에 따르면 7월 서울·수도권 신규 입주 아파트는 2만3362가구, 8월 2만2725가구 정도였다. 그러다 지난달 1만100가구, 10월 1만2805가구로 반토막 났다. 아파트는 분양에서 입주까지 대개 3년 정도가 걸리는데,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재개발·재건축 등 정비사업 규제를 강화한 여파가 하반기부터 공급 감소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내년에는 더 준다.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 조사 결과 내년 전국의 아파트 입주 물량은 총 26만5594가구로, 올해보다 26.5%(9만5726가구) 감소한다. 서울의 내년 입주 물량은 2만6940가구로 올해(4만8758가구)보다 44.7%(2만1818가구) 급감한다.  
 
경기도 역시 내년 10만1711가구가 입주 예정으로, 올해와 비교하면 22.1%(2만2476가구) 줄어든다. 임병철 부동산114 수석연구원은 “매년 낡은 주택 등이 적지 않게 멸실된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며 “전세 품귀 속에 내년 아파트 입주 물량마저 올해보다 줄어 전세난이 쉽게 사그라들 지 않을 것 같다”고 내다봤다.
 
송석준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관련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2010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멸실 주택은 9만4263가구에 이른다. 2017년엔 11만7730가구, 2018년엔 11만5119가구가 줄었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선데이 배너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