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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성천 토종물고기 흰수마자 끝내 자취 감췄다…낙동강 영주댐 탓

흰수마자. 사진=변명섭

흰수마자. 사진=변명섭

낙동강 지류인 경북 영주의 내성천.
이곳에 살던 토종 물고기 흰수마자가 모습을 감췄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l급 종(種)이고, 4대강 사업과 관련해 그동안 수차례 증식·복원 사업까지 진행됐지만, 낙동강에서 씨가 말랐다.
 
낙동강에서 흰수마자가 완전히 사라졌는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하겠지만, 복원 사업 자체는 실패로 끝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강은미(정의당) 의원은 "한국수자원공사에서 올해 5월, 9월, 10월 세 차례 내성천 9개 지점과 낙동강 본류 1개 지점에서 흰수마자 서식 여부를 조사했는데, 한 마리도 발견하지 못했다"고 23일 밝혔다.
 
수자원공사 측에서는 다음 달에도 한 차례 더 조사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내성천에 건설된 영주댐이 시험 방류를 할 경우 현실적으로 조사가 불가능할 전망이다.
 

2018년 9마리…지난해 1마리…올해는 0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인 흰수마자. 사진=환경부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인 흰수마자. 사진=환경부

이에 앞서 대구지방환경청이 지난해 7월과 10월, 올해 5월에 실시한 '내성천 유역 자연 생태계 모니터링'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내성천 유역 27개 지점에서 어류를 조사했는데, 흰수마자가 발견된 것은 지난해 7월 1곳에서 단 한 마리가 발견됐을 뿐이다.
 
대구환경청 모니터링 보고서는 "흰수마자가 출현한 지점은 영주댐 하류 수심 30㎝ 안팎의 하상(河床·하천바닥)이 모래인 지점이었고, 이보다 하류인 복원 방류한 곳에서는 정밀 조사에도 불구하고 흰수마자가 채집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구환경청 보고서는 또 "2차와 3차 조사에서 모든 지점에서 흰수마자가 채집되지 않아 개체군이 크지 않음을 알 수 있다"고 지적했다.
 
4대강 사업의 하나로 시작된 내성천 영주댐 건설 공사로 흰수마자 서식지가 수몰되면서 수자원공사는 2014~2016년 매년 한두 차례씩 인공증식한 흰수마자 어린 물고기 1만 마리를 방류한 바 있다.
수자원공사는 지난 5월 29일에도 경북 예천군 풍양면 낙동강 본류에 흰수마자 치어 5000마리를 추가로 방류했다.
 
이후 영주댐 하류 내성천에서는 2014~2017년 흰수마자가 181~492마리 관찰됐으나, 2018년에는 9마리만 관찰됐고 지난해 이후에는 내성천에서 자취가 뚝 끈긴 것이다.
 

치어 1만5000마리 방류했지만…

2011년 영주댐 건설 전 모래가 흐르던 내성천의 모습. 강찬수 기자

2011년 영주댐 건설 전 모래가 흐르던 내성천의 모습. 강찬수 기자

이와는 별도로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이 건국대·공주대 등에 의뢰해 작성한 '하천 수생태계 조사 및 평가 -낙동강 대권역' 보고서(2017년 12월)에서도 낙동강 수계 355개 지점을 조사했지만, 본류 구간에서는 흰수마자가 전혀 발견되지 않았다.
 
다만 낙동강 지류인 위천(경북 의성군 비안면)에서 흰수마자 두 마리가 발견됐을 뿐이다.
2016년 같은 팀의 조사에서는 낙동강 수계에서 흰수마자가 한 마리도 발견되지 않았다.
 
한 어류 전문가는 "내성천 흰수마자는 거의 전멸 상태이고, 병성천·감천 등 다른 낙동강 지류에서도 사라졌다"며 "보 건설로 수심이 깊어지면서 서식지가 물속에 가라앉은 탓도 있고, 지류 하상 침식을 막기 위해 만든 돌보(하상보호공)가 물고기 이동을 막는 탓도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환경부 지정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인 흰수마자는 강바닥이 모래이고, 흐름이 비교적 빠른 여울이 있는 얕은 물에서만 산다. 흰수마자는 위협을 느끼면 모래 속에 파고 들어가 숨는다. 산란을 위해 본류로 이동한다.
 
4대강 사업으로 유속이 느려지고 수심이 깊어지면서 서식지가 사라졌고, 보 등 하천 시설물로 인해 산란 후 원래 서식지로 되돌아오는 회유로가 차단된 것이다.
 

영주댐이 고운 모래 흐름 막아

경북 영주시 평은면의 영주댐이 올해에도 여전히 녹조현상이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8월 23일 촬영한 영주댐 모습. 연합뉴스(내성천 보존회 제공)

경북 영주시 평은면의 영주댐이 올해에도 여전히 녹조현상이 발생했다. 사진은 지난 8월 23일 촬영한 영주댐 모습. 연합뉴스(내성천 보존회 제공)

특히 내성천에서 흰수마자가 사라진 것은 내성천 모래의 입도(粒度, 굵기) 변화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흰수마자가 살아가는 데는 고운 모래가 필요하지만 상류에서 내려오던 고운 모래가 영주댐 건설로 막히면서 거친 모래만 남게 된 것이다.
 
수자원공사가 국회에 제출한 1~4차 내성천 흰수마자 치어 방류 관련 입도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4년 9월 미호교·고평교 지점은 지름 1㎜ 미만의 모래 비중이 90%를 웃돌았지만, 불과 2년 만인 2016년 8월에는 20~30% 수준으로 급감했다.
 
내성천 석탑교(영주시 문수면 조제리) 지점의 경우 2014년에는 지름 1㎜ 미만의 모래가 51.3%를 차지했으나, 2018년 조사에서는 20.6%로 줄었다.
반면, 지름 1~2㎜ 모래는 39.4%에서 43.2%로, 지름 2㎜ 이상의 모래는 9.3%에서 33.4%로 늘었다.
 
국토교통부의 '내성천 중류권역하천기본계획(변경) 보고서'에서 밝힌 대로 따르면 영주댐 상류에서 공급되는 고운 모래 가운데 98.71%는 댐에 걸려 차단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내성천 주변이 육상화되고 장갑화(바닥이 딱딱해지는 현상)도 진행되고 있다.
 
강 의원은 "환경부가 2019년 9월 영주댐 시험 담수를 강행했고, 댐 상류의 모래를 내보내는 배사문은 2019년 9월 25일 이후 한 번도 열리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1조1030억 들여 초래한 '환경재앙' 

지난해 2월 22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영주댐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2월 22일 세종문화회관 앞에서 시민단체 회원들이 영주댐 철거를 촉구하고 있다. 연합뉴스

20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용혈폭포 앞에서 열린 제249회 영주시의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환경부 규탄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영주시

20일 경북 영주시 평은면 용혈리 용혈폭포 앞에서 열린 제249회 영주시의회임시회 제2차 본회의에서 환경부 규탄대회가 진행되고 있다. 영주시

내성천 영주댐은 4대강 사업의 일부로 낙동강 중하류 수질 개선을 위해 건설됐으며, 총 1조 1030억원의 사업비가 들어갔다.
 
2016년 12월 준공한 뒤 1·2차 시험 담수를 진행했지만, 녹조 발생 등 수질악화로 인해 2018년 3월 수문을 열고 담수를 중단했으며, 지난해 다시 수질 개선 계획을 전제로 시험 담수를 진행했다.
 
환경부는 댐에 설치한 발전기 시설을 시험하고 수질, 수생태계, 댐 안전성 등을 확인하기 위해 시험 담수를 진행했으나, 물이 차오르면서 동시에 극심한 녹조가 발생해 우려를 낳았다.
일부 환경단체는 녹조 문제, 구조물 안전 우려 등을 주장하며 철거를 요구하기도 했다.
 
강 의원은 "4대강 사업으로 만든 영주댐은 낙동강의 하천 환경 개선을 내세웠지만, 녹조를 내려보내 오히려 내성천과 낙동강의 수질 부담을 가중하고 있고, 동시에 우리나라 최고의 모래 강인 내성천의 빼어난 경관을 훼손하고 흰수마자를 결국 멸종으로 치닫게 했다"며 "환경부는 좌고우면하지 말고 내성천의 생태계를 회복하는 복원 로드맵을 착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녹조 현상이 생긴 영주댐 상류. 연합뉴스(내성천 보존회 제공)

녹조 현상이 생긴 영주댐 상류. 연합뉴스(내성천 보존회 제공)

한편, 환경부는 시험 담수한 영주댐의 방류를 추진하고 있다.

당초 지난 15일부터 약 80일 동안 영주댐의 물을 초당 50㎥씩 방류하면서 수생태계와 안전성 등을 모니터링할 계획이었으나, 주민·지자체의 반발로 시험 방류를 연기한 상태다.
 
환경부는 영주댐 처리 원칙과 절차를 논의하기 위해 올해 1월 영주댐 협의체를 구성했고, 협의체는 지난달 21일 소위원회에서 댐 방류를 결정했다.
 
영주댐수호추진위원회 등 주민과 지방자치단체·의회 등은 "지자체와 지역민 동의 없이 일방적으로 댐 방류를 결정했다"며 "영주댐 물을 자연하천 수준으로 방류하게 되면 농업용수 공급에 막대한 차질이 발생하고 흉물스러운 경관만 남게 된다"고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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