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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민 배달라이더 휴가비 받는다···플랫폼 기업·종사자 첫 단협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서 한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에 나서고 있다.[뉴스1]

지난 2월 서울 강남구 배민라이더스 남부센터에서 한 직원이 오토바이를 타고 배달에 나서고 있다.[뉴스1]

여러 플랫폼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배달기사(라이더)도 근로자(노동조합법)처럼 보호하는 단체협약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체결됐다. 모호한 법률적 지위로 인해 제도권 밖에 있던 플랫폼 종사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방안이 될지 관심을 모은다.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배달 서비스 운영사 우아한청년들은 22일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이하 서비스노조)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플랫폼 기업과 종사자가 체결한 국내 첫 단체협약이다. 양측은 지난 20일 최종 확정된 단체협약 내용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조합원 77.1%가 투표했고 찬성률 97.6%로 잠정안을 통과시켰다. 이선규 서비스노조 위원장은 “라이더를 하나의 직업으로 인정받기 위한 조항에 노사가 합의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말했다.  
 
총 30개 조항으로 구성된 단체협약에는 라이더를 보호하기 위한 여러 방안이 담겼다. 플랫폼의 일방적 계약해지를 근절하고 기본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했다. 그간 관례로 부과했던 배차 중개료(건당 200~300원)도 면제한다. 기본 3000원인 배달료를 고려하면 라이더 수입이 10%가량 오르는 셈이다. 라이더 건강검진 비용과 피복비를 지원하며 장기 계약 라이더에겐 휴가비와 명절 선물도 제공한다. 김병우 우아한청년들 대표는 “이번 단체협상이 국내 플랫폼 업계 전반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마중물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플랫폼 업계에선 이번 단체협약이 다른 플랫폼으로 확산할지 주목하고 있다. 택배기사·학습지 교사 등 특수고용직(특고)과 ‘긱 워커’(gig worker)로 불리는 정보기술(IT) 기반 플랫폼 종사자는 개인사업자(프리랜서)로 분류된다. 현행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받기가 쉽지 않다. 이들이 합법적 노조를 만들어 교섭을 요구해도 플랫폼 기업이 거부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종사자들이 여러 플랫폼에서 동시에 일감을 받기 때문에 기업들은 ‘우리가 사용자인지’(전속성)는 더 따져봐야 한다며 소송까지 가곤 했다. 수년간 택배기사노조와 소송을 진행 중인 CJ대한통운이 대표적이다. 최근에는 카카오모빌리티가 전국대리운전노조의 교섭요구를 거부했다. 하지만 우아한청년들은 ‘사용자’인지 다투지 않고, 라이더와 교섭에 나섰고 이번에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정미나 코리아스타트업포럼 정책실장은 “플랫폼 종사자보다 전속성이 더 강한 특고에서조차 지난 20년간 단체교섭은 성사된 적이 없고 아직도 소송이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특고보다 노동형태가 더 유연한 플랫폼 업계에서 단체교섭이 타결된 것은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22일 서울 송파구에서 진행된 우아한청년들과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조인식에서 서비스일반노조 배민라이더스 김영수 지회장, 서비스일반노조 이선규 위원장, 우아한청년들 김병우 대표 (앞줄 왼쪽부터) 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22일 서울 송파구에서 진행된 우아한청년들과 민주노총 서비스일반노동조합의 단체교섭 조인식에서 서비스일반노조 배민라이더스 김영수 지회장, 서비스일반노조 이선규 위원장, 우아한청년들 김병우 대표 (앞줄 왼쪽부터) 등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사진 우아한형제들]

 
한편 배달기사들이 가입한 또다른 노조 라이더유니온은 이날 단체협약에 반발하며 재교섭을 요구했다. 지난해 12월 라이더유니온도 우아한청년들에 단체교섭을 요구했었다. 지난 2월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쳐 민주노총 서비스노조가 대표교섭 노조로 확정됐다. 라이더유니온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악화하는 노동환경 문제가 (단협에서)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고 우리 노조 의견을 반영하지 않았다”며 “재교섭할 때까지 잠정 합의안에 명시된 조합 시설 및 편의 제공에 따른 비용 지원도 받지 않겠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서비스노조 측은 반박했다. 서비스노조는 입장문에서 “라이더유니온의 문제의식을 존중하지만, 그것이 모두 관철되지 않았다고 재교섭을 요구하는 것은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교섭대표노조인 서비스노조 투표결과 97.6%가 찬성해 압도적으로 가결된 것이 공식적인 결과”라며 “라이더유니온은 합의안의 부결을 선언할 주체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교섭대표 노조와 체결한 단체협약은 노동조합법상 거부할 수 없다. 하지만 절차적·내용적으로 공정대표 의무를 어겼을 경우 노동위원회에 이의를 제기하거나 위자료를 청구할 수는 있다. 국내 대형로펌 노동법 전문 변호사는 “내용적으로는 대표 노조와 소수 노조를 차별했을 경우, 절차적으로는 소수 노조가 의견을 제시할 시간을 주지 않은 경우 등이 공정대표 의무를 위반한 사례가 될 수는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제 기자 letm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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