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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호의 세계 경제 전망] 누가 당선되든 ‘미국 경제 우선주의’ 계속된다

미국 대통령 선거의 경제적 파장

그래픽=최종윤

그래픽=최종윤

열하루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이 막바지를 향하고 있다. 여론조사로는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가 앞선다. 도널드 트럼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견지해온 뉴욕타임스(NYT)는 어제도 “바이든이 거의 모든 정책이슈에서 트럼프를 앞서고 있다”고 보도했다. 여성들 사이에서는 “바이든이 트럼프를 무려 23%포인트 차이로 앞선다”라고도 했다. 그러나 여전히 결과는 미지수다. 2016년에도 미 주요 매체가 선거 당일까지 힐러리 클린턴의 당선을 예측했지만, 결과는 빗나갔다. 전 세계가 미 대선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이유다. 누가 집권하느냐에 따라 전 세계의 외교·경제·통상이 요동치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다각도로 선거 결과를 전망하고 있지만, 변하지 않는 사실은 하나뿐이다. 승부의 열쇠는 결국 ‘미국 내부의 경제 문제’라는 사실이다.
 

코로나19로 부의 불균형 드러나
양극화 해소와 경기부양 불가피
코로나 이후 중국에 더 쫓기면서
미·중 경제패권 다툼 계속될 듯

미국의 역사가 그랬다. 1930년대 대공황에서 뉴딜을 앞세워 4선을 기록한 프랭클린 루스벨트가 대표적이다. 로널드 레이건부터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역시 재선 성공의 관건은 경제 성과와 직결됐다. 클린턴은 선거 구호가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라고 했을 정도였다. 정책 대결의 핵심은 결국 자본주의 시장경제를 어느 정도까지 허용하고 규제하느냐의 문제였다.
 
이번 미 대선도 다르지 않다. 트럼프 대통령과 도전자 바이든의 대결은 기업과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어디까지 풀고 조이느냐, 정부의 시장 개입을 어디까지 확대하느냐를 놓고 국민을 설득하는 과정이다. 그런데 이번 선거는 미 건국 200여년 역사에서 가장 큰 변곡점에서 치러지고 있다. ‘아메리칸 드림’으로 자유와 시장경제를 앞세워 세계를 이끌어 온 미국의 경제가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자본주의의 그늘이 깊어지면서다. 미 언론은 이런 관점을 놓치지 않고 있다. 큰 틀에서는 부의 불균형 완화가 핵심 이슈가 되고 있다.
  
양극화 불만 커지는 미국 경제
 
서부의 간판 도시 샌프란시스코로 가보자. 그중에도 텐더로인(Tenderloin)이다. NYT의 르포에 따르면 길거리 음악으로 유명한 이곳은 샌프란시스코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꼽힌다. 소매치기가 난무하고 강도와 폭력, 마약과 매춘이 빈발한다. 시 당국과 경찰의 단속도 역부족이라는 게 NYT의 진단이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가 미 전역을 덮치면서 이 지역의 참담한 모습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거리 곳곳에서 공공연하게 마약을 하고 주삿바늘을 돌려 쓰는 모습이 목격된다. 몇 블록 안 되는 구역인데도 홈리스 텐트가 300개를 넘는다.
 
텐더로인은 아메리칸 드림의 그늘에 방치된 미국 빈곤층의 단면이다. 2014~2018년 가계소득으로 추정한 텐더로인의 1인당 평균 국민소득은 2만2150달러였다. 한국의 2007년 수준이다. 여기가 “미국이 맞나”라고 할 만큼 소득이 낮다. 샌프란시스코의 평균 소득 10만4552달러는 물론이고 미 연방의 최저 소득 기준에도 못 미친다. NYT는 “문제는 미국에 이런 데가 한두 곳이 아니라는 점”이라고 지적했다. 더구나 코로나19가 퍼지면서 미국의 저소득자들은 속수무책에 빠졌다. 사회적 거리 두기와 직장 폐쇄로 실업급여 청구자는 장사진을 이룬다.
 
초중고 학생들이 배를 곯고 있다는 NYT의 보도는 더욱 충격적이다. 코로나19 때문에 학교에 가지 못해 급식 위기에 처하면서다. 의회가 기아보조금을 주 정부에 긴급 제공했지만, 일부 지역은 급식비를 나눠줄 행정력 부재를 이유로 지원을 거절했다. 사회보장제도가 있지만, 선별적 복지를 기본 체계로 하는 미국의 맹점이 드러나는 순간이다. 부자들은 달랐다. 부유층이 밀집한 캘리포니아 볼리나스(Bolinas)는 거주자 1300명 전원이 진단검사를 받았다. 이들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노트북으로 일하고 배달 앱을 통해 안방에서 음식을 시켜먹는다.
 
워싱턴포스트(WP)도 유엔아동기금의 조사를 인용해 경고음을 날렸다. 이에 따르면 18세 이하 미국인의 건강·학습능력·생활 만족도 등 웰빙 수준이 38개 선진국 중 36위를 기록했다는 사실이다. 이 조사에서 미국 아동의 상대적 빈곤 지수도 41개국 중 밑에서 4위를 기록했다.
 
바이든은 이 지점을 파고들고 있다.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계층인 블루칼라·노동자·이민자·유색인종을 겨냥해 사회복지 혜택을 늘리고 부자들로부터 세금을 더 걷겠다는 공약이다. 한마디로 미국 경제정책의 ‘좌 클릭’이다. 바이든이 당선할 경우 미국은 ▶법인세 인상(21%→28%)과 부자 증세 ▶오바마케어의 확대 ▶이민자 보호정책 강화를 본격화하게 된다.
 
바이든으로선 판세가 매우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다. 코로나19가 빈부 격차의 단면을 드러내 주면서다. 그중에서도 미국의 그늘은 의료보험에서 극명하다. 미국의 의료보험은 민간 의료보험을 주축으로 정부에서 운영하는 메디케어(65세 이상 고령자)와 메디케이드(저소득층)가 보완적 역할을 하는 구조로 운영된다. 문제는 실업자나 이직이 잦은 비정규직과 이민자를 포함해 인구의 15%에 달하는 4700만명이 여전히 의료보험의 사각지대에 남아 있다는 점이다. 오바마 정부는 이들 상당수를 의료보험 체계에 포함하는 이른바 오바마케어 법안을 통과시켰다. 이 제도의 문제는 정부가 막대한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는 점이다. 결국, 개인 부담이 없기 때문에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였다. 그래서 공격을 받던 중에 코로나19가 터지면서 블루칼라는 물론 트럼프를 지지해온 백인 저소득층도 필요성을 절감하게 됐다.
  
이번에도 경제가 승패의 열쇠
 
물론 트럼프의 반격도 만만치 않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미국의 빈곤율이 1959년 이후 최저치를 찍었다는 미 인구조사국의 발표는 고무적이다. 과감한 감세와 보호무역주의로 미국에 일자리가 늘면서 빈곤율이 급감했기 때문이다. 트럼프가 사상 최대의 감세와 규제 완화를 선거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볼 수 있다. 트럼프는 바이든이 경기부양을 위해 4년간 2조 달러를 투자한다고 공약을 내걸자, 자신은 그보다 더 많은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고 맞받아쳤다. 이런 이유로 파이낸셜타임스(FT)에서도 “바이든의 우세에도 불구하고, 민주당 내부에서는 여전히 바이든의 승리를 조심스럽게 보고 있다”고 진단했다.
 
미 선거는 결국 어느 쪽 진영에도 경도돼 있지 않은 6개 경합주에서 대세가 판가름난다. 그중에서도 러스트벨트(공업쇠락 지역)에 있는 위스콘신·미시간·펜실베이니아의 저소득 백인 계층의 표심이 관건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저소득층의 공화당 지지자들 사이에서도 오바마케어 같은 복지정책이 먹히고 있다는 것이 미 언론의 분석이다. 그러나 막상 미국 현지에서는 중앙정부보다는 주 정부의 부실한 대응 때문에 코로나19 피해가 늘어났다는 인식도 퍼져 있다. 또 트럼프는 2001년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 가입과 북미자유무역협정 이후 미국이 일자리를 잃었다면서 자신의 정책이 미국의 이익에 도움이 되고 있다고 주장해 지지를 호소하고 있다. 트럼프에게 반드시 불리한 상황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누가 당선되든 선거가 끝나야 최근 약세로 돌아선 미 달러화와 거품 논란에 빠진 증시의 향방이 정해질 것이다.
 
바이든 “미국에 일자리 가져오겠다” 공약
미국에서도 사회주의 바람이 끊이지 않는다. 이 바람의 대표주자는 진보좌파를 대변해온 민주당 소속의 억만장자 버니 샌더스(78) 상원의원이다. 그는 과감한 사회주의 정책을 들고나와 돌풍을 일으켰다. 그의 공약은 복지 확대, 부자 증세, 노동자 처우 개선, 금융개혁, 공정무역 등 전형적인 진보좌파 정책이다.
 
그러나 샌더스 열풍은 찾잔 속 태풍으로 끝났다. 진보 성향의 NYT조차 “샌더스의 급진적 사회주의는 미국인이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고 봤다. 미국의 현실에 불만을 갖는 사람도 많지만, 자본주의 시장경제가 아메리칸 드림의 원동력이라는 사실을 외면하지 못하는 것이다.
 
중도 진보 성향의 바이든은 “혁명을 얘기해봤자 우리 삶은 달라지지 않는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실질적인 삶의 변화”라고 말하면서 샌더스의 급진적 공약과 거리를 뒀다. FT 역시 “샌더스는 의회에서 통과되지도 못할 비현실적 공약을 내놓고 있다”며 “민주당은 급진 좌파 정책과도 거리를 두는 신진보주의로 흘러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바이든은 그간 “미국에 일자리를 가져오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결국 누가 당선되든 미국 내 부(富)의 불균형을 보완하는 정책이 추진되면서 보호무역과 함께 미국 경제 우선시 정책이 지속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김동호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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