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Load Image preLoad Image
검색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주요 기사 바로가기
다른 기사, 광고영역 바로가기
중앙일보 사이트맵 바로가기
닫기
닫기

일 년에 500라운드하는 열정...미드 아마 골프의 세계

브리지스톤골프배 대회 챔피언조 선수들. 성호준 기자

브리지스톤골프배 대회 챔피언조 선수들. 성호준 기자

 21일 브리지스톤 골프배 미드아마 최강전이 열린 경북 영천의 오션힐스 영천 골프장. 2라운드 합계 1언더파로 두 타 차 우승을 차지한 박태영씨에게 동료들이 물을 뿌렸다. 늦가을 바람이 쌀쌀했지만, 우승자는 추운 줄도 모르는 듯했다. 50대 중반의 박 씨는 “내 인생에서 두세 번째로 중요한 사건”이라고 했다.  
 
아마추어 최고수들이 출전하는 이 대회는 언뜻 봐선 프로대회 같았다. 정장을 입은 사회자가 출전 선수 소개를 했으며 경기위원은 참가자의 공을 확인하고 마커를 지정해줬다. 티잉그라운드 등 여러 곳에 광고판이 깔렸고, (녹화) 방송 중계팀도 따라다녔다. 프로대회와 다른 건 참가 선수들이 카트를 타는 것이다.  
 
‘미드아마추어’란 25세 이상의 아마추어 골퍼를 뜻한다. 신분은 아마추어지만 프로 지망에, 프로처럼 훈련하는 주니어 선수 등을 배제한 순수한 아마추어 골퍼라는 뜻이다. 2009년 대한골프협회(KGA) 산하에 한국미드아마추어골프연맹이 생겼다. 회원은 7500명이다.
 
미드아마 대회 45초 만에 신청 마감
 
미드아마추어 대회는 핸디캡 9 이하의 ‘싱글’들이 출전한다. 올해 본선 대회는 5개로 전염병 때문에 평소보다 줄었다. 연맹 고재환 부장은 “자신의 실력을 공식대회에서 견줘보겠다는 골퍼가 많다. 올해 대회에서 가장 빠른 마감이 정확히 45초였고, 보통 5분 이내에 마감된다”고 했다.  
 
브리지스톤배는 본선엔 102명, 시니어 부문 18명이 참가해 2라운드로 치렀다. 프로대회처럼 그린 투어라는 이름의 2부 투어도 있다. 타수 80대 초반인 핸디캡 12까지 참가 가능한데 미드 아마 상위 50위 이내의 고수들은 참가가 제한된다.  
 
참가자 연령은 50대가 주류지만 최근 30대의 젊은 참가자도 늘고 있다. 아마 최고수 중엔 중소기업 사주가 많다. 미드아마계에서 15승을 한 레전드 김양권(61) 연맹 고문은 “젊은 시절 노력해 회사를 안정적인 궤도에 올려놓고 그 노력으로 골프에 전념하는 사람들이다. 아무래도 건강하고 돈과 시간의 여유가 있는 사람이 최고 자리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돈, 시간, 건강 갖춘 중소기업 오너 많아
 
열정은 누구보다 뜨겁다. 컨디션 관리 때문에 아마 고수 중 술 마시는 사람은 없다고 보면 된다. 흡연자는 손에 꼽는다. 하루 대부분을 골프에 할애한다. 체력훈련을 하고 쇼트게임 연습을 하고 식단 조절도 하고 라운드도 한다. 김양권 고문은 “얼마 전까지 1년에 500라운드를 했다. 하루에 27홀에 겨울 전지훈련을 가면 36홀씩을 했다. 클럽 챔피언은 그린피를 내지 않기 때문에 큰 부담은 아니다”라고 했다.  
한국 미드아마골프의 레전드인 김양권 고문. 성호준 기자

한국 미드아마골프의 레전드인 김양권 고문. 성호준 기자

 
반면 이 대회 2위를 한 동정운씨는 “젊을 때 열심히 몸을 만들어놨기 때문에 일주일에 한두 차례 라운드, 한두 차례 연습하는 정도”라고 했다. 그러나 이런 경우가 아마 흔치는 않다.
 
과거 아마 고수들은 내기 골프의 고수로 통했다. 프로자격증을 가진 탤런트 홍요섭 씨는 “예전엔 클럽 챔피언들이 다른 클럽 챔피언들을 만나 도장 깨기 비슷하게 경기를 했는데 돈 내기를 하는 경향이 있었고 전문 내기 꾼도 끼어들었다. 10여 년 전에 타당 500만 원짜리 내기하는 사람도 봤다”고 했다. 미드아마추어 연맹 대회가 생긴 이후로 아마 고수들이 제도권으로 들어왔고 내기꾼들은 음지로 사라졌다. 
 
미드아마 대회 생긴 후 내기꾼 사라져
 
미드아마 대회 초창기엔 대회에서 알까기를 하거나 한 조 선수들이 스코어를 줄이기로 담합을 하는 경우도 있었다. 연맹은 캐디들에게 부정을 저지른 참가자 신고 포상제를 실시하고 각 지역 골프협회에 공지하는 강수를 썼다. 지금은 대회에 전문 경기위원을 둔다. 브리지스톤배에서는 일반 티잉 구역과 시니어 부문 티잉 구역을 헷갈려 사용한 조가 경기 후 자진해서 신고해 실격되기도 했다.  
 
미드아마추어 골프 대회가 커지면서 프로 출신도 출전하는 경우도 있다. 프로도 원하면 아마추어로 돌아올 수 있다. 미국 미드아마추어 챔피언십에서는 이런 선수들이 강세다. 연맹 김근호 전무는 “발족 취지가 성인이 돼서 골프를 시작한 순수 아마추어들의 모임이기 때문에 프로 출신이 아마추어로 다시 전향하더라도 몇 년간의 유예기간을 두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브리지스톤골프배 우승자 박태영씨. 영천 오션힐스 클럽챔피언인 그는 ″회원이라서 유리한 점 보다는 부담감이 훨씬 컸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브리지스톤골프배 우승자 박태영씨. 영천 오션힐스 클럽챔피언인 그는 ″회원이라서 유리한 점 보다는 부담감이 훨씬 컸다″고 말했다. 성호준 기자

공인구를 쓰는 것도 특징이다. 브리지스톤과 볼빅 공만 사용할 수 있다. 타이틀리스트 볼을 쓰는 참가자들의 반발이 없지 않은데 연맹은 “어려울 때 도와준 회사”라며 틀을 유지하고 있다. 브리지스톤 신용우 이사, 연맹 후원사인 게이지 디자인 정준호 대표는 “일반골퍼들이 아마 고수들이 무슨 장비를 쓰는지에 대한 관심이 많아 마케팅 면에서 효율적”이라고 평가했다.  
 
프로 대회 나가면 샷거리에서 밀려
 
흔히 프로도 잡는다는 아마 고수들의 냉정한 실력은 어떨까. 미드아마연맹 선수권 우승자는 한국 오픈에, 미드아마 랭킹 1위는 매경 오픈에 나간다. 한 번도 컷 통과한 적이 없다. 지난해 두 대회에 모두 나간 김양권 고문은 매경오픈에서 78-76타, 한국오픈에서 74-83타로 컷탈락했다.  
 
김 고문은 “미드아마대회에서 카트를 타고 경기하다가, 프로대회에서 걸으면서 경기하니 힘들다. 망신을 당하면 안 된다는 부담도 크다. 또한 티샷은 제일 마지막에 하는데, 거리는 제일 짧아 세컨드샷을 제일 먼저 해야 한다. 티샷을 치고 헐레벌떡 달려가야 하는데 세컨드샷을 할 때 호흡조절을 하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올해 미드아마 랭킹 1위 강권오(55)씨는 “투어 프로와는 거리부터 쇼트게임까지 다르다. 7~8타 정도는 차이 날 것”이라고 했다. 김 고문은 “요즘 미드아마의 젊은 선수들은 거리가 많이 나가니 조만간 오픈 프로 대회에 나가 컷통과할 날이 올 것”이라고 기대했다.
 
영천=성호준 골프전문 기자
sung.hojun@joongang.co.kr
AD
온라인 구독신청 지면 구독신청

PHOTO & VIDEO

shpping&life

많이 본 기사

댓글 많은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