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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남장하고 투옥 남편 구출한 귀족 부인 실화 오페라

기자
한형철 사진 한형철

[더,오래] 한형철의 운동화 신고 오페라 산책(36)

양광모 시인은 “사랑은 만 개의 얼굴로 온다”고 했습니다. 심장이 터지고, 죽음도 두려워하지 않고 꽃에서 달까지 온다고 했지요. 로미오와 줄리엣도 발코니에서 헤어질 때 ‘천 번이나 안녕’을 소근거렸잖아요. 그렇게 꿈같고 기적 같은 사랑이 오고, 결국 그 인연으로 만난 것이 부부의 연이 아닐까요? 이렇게 소중한 부부의 사랑을 지키는 것도 또한 그들의 사랑하는 마음이구요.
 
1805년 베토벤이 발표한 ‘피델리오’는 천만 개의 불꽃이 튀어 이룬 부부의 사랑을, 역경을 딛고 되찾는 위대한 여인을 찬미하는 오페라랍니다. 이 작품은 평생 독신으로 살다가 요즘 코로나19 같은 폐렴 합병증으로 생을 마친 ‘악성(樂聖)’ 베토벤의 유일한 오페라 작품입니다.
 
그는 천부인권인 자유를 소망하고, 역경을 이겨낸 인간의 의지와 부부애를 신의 음성 같은 합창으로 완성시켜 뜨거운 감동을 주는 예술로 승화시켰습니다. 그의 교향곡 ‘운명’과 ‘합창’처럼 말이지요. 그는 유일한 이 오페라에 그의 진보적이고 혁명적인 사상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습니다.
 
10월23일부터 24일까지 이틀간 국립오페라단에서 콘서트오페라 형태로 공연할 예정입니다. 자, 웅장한 오케스트라와 영웅적인 합창이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가슴 벅찬 부부애의 감동이 기다리는 이 오페라 속으로 들어가 볼까요!
 
레오노레는 교도소장의 치부를 폭로하려다가 오히려 그에게 납치된 남편 플로레스탄을 구하기 위해, 남장하고 남편이 갇힌 감옥의 간수로 들어왔습니다. 피델리오는 그녀가 남장하고 사용한 이름이구요. 그런 그에게 간수장 로코의 딸 마르첼리네가 연정을 품고 있습니다. 그녀와 다소 '썸씽'이 있었던 간수장의 부하 야퀴노는 마르첼리네에게 구혼하고 있구요. 그녀의 아버지 로코는 피델리오의 일처리가 마음에 들어 사위로 삼아도 괜찮겠다며 호감을 보입니다.
 
이에 네 사람은 서로의 선율이 꼬리물고 이어지며 각자의 감정을 드러내는 캐논풍의 4중창 ‘믿을 수 없네’를 부르지요. 사위 삼고자 하는 로코와 피델리오도 자신을 사랑할거라고 믿는 마르첼리네, 이들의 행동이 당혹스러운 피델리오, 그리고 자신의 구애가 어긋나는 상황이 절망스런 야퀴노의 노래가 서로 어우러집니다.
 
 
로코는 피델리오에게 결혼해 잘 살려면 돈도 많아야 한다고 충고도 하고, 교도소장의 지시로 자신이 극비리에 관리하고 있는 죄수 이야기도 합니다. 피델리오는 자신이 지하감옥을 관리하겠다고 제안합니다.
 
갑자기 법무장관의 방문일정이 통보되자 교도소장은 고민에 빠집니다. 그가 레오노레의 남편을 납치해 교도소 지하에 은밀히 가두었거든요. 불법 납치 사실이 드러날 것을 두려워 한 교도소장은 이 참에 아예 그를 제거하기로 결심합니다. 그는 로코에게 시체를 파묻을 구덩이를 파놓으라고 지시합니다.
 
로코가 죄수들에게 정원에서 산책하면서 햇빛을 보게 해주어, 그들은 잠시나마 자유에 젖어 있습니다. 죄수들이 행복한 감정을 합창 ‘오, 기쁨이여!’로 노래합니다. 쇠사슬에 묶인 상황에서도 희망을 놓지 않고 자유의 몸이 될 것을 기도하며 평화를 갈구하는 일명 ‘죄수들의 합창’이지요. 그렇습니다! 인간의 존엄성은 바로 사상과 신체의 자유로부터 비롯되는 것 아니던가요?
 
죄수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 [사진 Flickr]

죄수들의 자유에 대한 갈망. [사진 Flickr]

 
로코는 피델리오에게 죄수의 시체를 파묻을 구덩이를 같이 파자고 합니다. 혹시 그 죄수가 남편일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그녀는 긴장하지요.
 
음습하고 어두운 지하감옥에서 플로레스탄이 비통하게 “신이여~”를 외치며 자신의 끔찍한 처지를 노래합니다. 진실을 말한 대가로 죽을 수도 있으나 옳은 일을 했으니 당당하다 하지요. 부드러운 산들바람이 불듯이 음악은 밝은 분위기로 바뀌고, 그는 아내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마치고 바닥에 쓰러집니다.
 
피델리오와 로코가 지하감옥에 내려와 구덩이를 파기 시작합니다. 피델리오는 구덩이를 파면서도 계속 죄수를 살펴보다가 결국 그가 남편임을 알아채지요. 그녀의 가슴은 찢어질 것만 같습니다. 
 
갇힌 자의 고통. [사진 Flickr]

갇힌 자의 고통. [사진 Flickr]

 
무덤으로 쓰일 구덩이를 완성하자 로코는 소장에게 보고하고, 교도소장이 내려와 단검으로 플로레스탄을 찌르려는 순간, 피델리오가 그를 막아섭니다. 그녀는 “그의 아내인 나부터 죽이라”고 소리치지요. 교도소장이 두 사람을 모두 죽이겠다며 달려들지만 그녀는 감춰둔 권총을 꺼내 교도소장을 제압합니다. 이때 멀리서 트럼펫 소리가 울리고 법무장관의 도착을 알립니다. 그녀와 교도소장에게는 축복의 시간과 저주의 시간이 교차합니다. 사랑과 용기 덕분에 살게 된 자와 절망과 분노로 패배하는 자로 나뉘지요.
 
감옥광장에 군중이 모여들고, 법무장관이 등장해 수많은 억울한 민원을 들어줍니다. 예전의 정치적 동지였던 플로레스탄이 끌려 나오자 장관은 깜짝 놀라며 반갑게 맞이하지요. 장관은 즉시 교도소장을 파면하고, 용감한 여인인 레오노레에게 직접 남편의 쇠사슬을 풀어주라고 열쇠를 줍니다.
 
자신을 구해준 부인께 감사하는 남편과 사랑이 이곳으로 인도했다는 레오노레. 그녀의 용기와 미덕을 찬양하는 합창이 마치 그의 교향곡 9번 ‘합창’을 연상케 하는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연주와 함께 울려 퍼지며 막이 내려집니다.
 
 
이 작품은 프랑스의 대혁명 당시 남장을 하고 감옥에 갇힌 남편을 구출한 귀족 부인의 실제 사건을 소재로 했답니다. 베토벤은 자신이 지향하는 이상적인 인물로 드라마틱한 레오노레와 플로레스탄을 그렸습니다.
 
플로레스탄과 여타 죄수들의 자유를 향한 간절한 합창을 통해 인간의 존엄을 상징하고, 남편을 구하기 위해 용감하게 험한 곳으로 뛰어든 위대한 부인의 모습에서 부부애의 미덕뿐 아니라 영웅적인 모습을 표현하고 있는 것이지요.
 
결국 ‘피델리오’는 자유를 향한 인간의 끝없는 갈구와 위대한 부부애의 승리를 노래하고 있답니다.
 
오페라 해설가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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