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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배정 조작의 '주체' 축구심판, 버젓이 활동 중이다

 
2020년 초부터 한국 프로축구 K리그에서 숱한 오심 논란이 일어났다. 올해는 K리그 심판 운영 주체가 한국프로축구연맹(축구연맹)에서 대한축구협회(축구협회)로 바뀐 첫해다. 축구협회는 오심 논란이 일어날 때마다 해명했지만, 이후 논란이 더욱 커지는 기현상이 벌어졌다.
 
예고된 오심.
 
본지가 심판 문제를 심층 취재하면서 다다른 결론이다. 축구계 일부에서는 축구협회 심판 고위급의 '특정 심판 감싸기'가 잇따른 오심의 근본 원인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특정 팀을 봐주는 오심이 아니라, 특정 심판을 보호하기 위함이라는 것이다.
 
일간스포츠는 이 실체를 파악하기 위해 취재에 들어갔다. 수많은 제보자를 만났고, 심판계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 결과 '특정 심판 감싸기' 의혹을 제기할 수 있는 장면들이 보였다. 잇단 오심은 결국 시스템의 문제였다. 본지는 4회에 걸쳐 심판계의 구조적 문제를 심층 보도한다.
 
 
 
◈심판 배정 조작하고도 경징계
 
2017년 중·후반, 한 지역의 고등리그에서 심판 배정 조작 사건이 터졌다. 
 
이 지역 축구협회 전무이사 A는 2급 이상 심판을 배정해야 하는 고등리그에 3급 이하 심판을 배정했다. 실제 경기에 3급 이하 심판을 투입했고, 배정 기록에는 2급 심판 이름을 넣었다.
 
한 경기가 아니라 수차례 심판 배정을 조작했다. 원래 배정을 담당하던 심판이사는 공석이었다. 때문에 전무이사였던 A가 심판 배정과 승인을 주도했다. 이 건으로 A는 축구협회 공정위원회(공정위)로부터 벌금 300만원의 징계를 받았다. 이후 A는 전무이사직을 내려놨다.
 
하지만 A는 여전히 심판으로 활동하고 있다. 오히려 승승장구하고 있다. 올 시즌 최상위 리그인 K리그1(1부리그)에 있다.
 
심판계 일부에서 "말도 안 되는 징계"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심판 자격정지도 같이 받았어야 했다는 주장이다. 윤리강령을 준수하지 건 않은 축구협회 정관 위반이다. 심판으로서 권위와 품위 및 도덕성을 유지할 의무도 저버렸다. 직권남용에 해당할 여지도 있다.
 
공정위 규정을 보면 심판의 명예실추는 최소 자격정지 1년 이상부터 최대 제명, 직권남용 역시 자격정지 1년 이상부터 제명이다. A는 경징계인 벌금 300만원만 받고 심판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 공정위에 나온 최소한의 징계도 받지 않은 셈이다.
 
A에 대한 자격정지까지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에 축구협회는 "심판 문제가 아니라 행정적인 문제였다. 행정적 업무로 인해 전무이사에서 물러났고, 벌금이 부과됐다. 문제가 있었지만, 정상참작의 여지가 있다고 봤다. 심판으로서 징계는 받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현직 심판이 심판 배정을 조작했는데도 축구협회는 눈을 감았다.
 
축구협회의 해명대로 행정직과 심판직을 구분해서 징계했다고 해도 앞뒤가 맞지 않는다. 공정위 규정에 따르면 협회, 시도협회 연맹 임원이 명예실추, 혹은 직권남용을 저지르면 최소 자격정지 1년부터 최대 제명까지 할 수 있다.
 
자격정지란 '일정 기간 구성원의 자격을 정지하며, 해당 기간 등록 불가'를 뜻한다. 달리 명시하지 않는 한 지도자, 선수, 임원, 심판, 중개인 등 축구 관련 모든 활동의 정지를 의미한다. 행정가로서 규정대로 징계를 받았다면 최소 자격정지 1년을 받았어야 했다. 그랬다면 심판 활동도 할 수 없다.
 
원창호 축구협회 심판위원장은 "A가 행정적 책임을 진 걸로 안다. 자격정지가 내려졌다면 심판 생활을 못 했을 것이다. 다른 지역도 마찬가지로 관련된 행정 책임자들이 책임졌다. 법률가들이 있는 공정위가 전후 사정을 보고 판단했다고 본다. (적절한 징계인지에 대한 논란은) 내가 말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답했다. 
 
형평성 논란도 제기됐다. 원창호 위원장이 말한 것처럼 비슷한 시기 다른 지역의 한 전무이사 B도 A와 유사한 사례로 같은 징계를 받았다. 조작한 경기 횟수는 A가 더 많았다. 둘에게는 똑같은 징계가 내려졌다. A는 현역 심판, B는 심판에서 은퇴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축구협회는 "B의 조작 경기수가 A보다 적다"고 인정하면서 "A는 수급 문제가 있어서(뛸 심판이 모자라서) 그랬고, B는 그런 상황이 아닌데 부탁을 받고 한 거라서 동일하게 처리했다"고 설명했다.
 
사진=대한축구협회

사진=대한축구협회

 
◈축구협회의 말 바꾸기와 이중잣대
 
A심판 사건에 대한 축구협회에 입장을 밝혀달라고 요청했다. 처음에는 축구협회가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 축구협회는 "당시 A는 전무이사로 심판이사가 배정한 것을 승인만 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원창호 위원장도 "그 지역 심판 수급에 어려움이 있어 3급 심판을 배정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잘못된 거다. (A가 배정과 승인을 모두 한 것에 대해) 그 내용은 정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본지는 A가 심판을 직접 배정했다는 결정적 증거를 확보, 축구협회에 다시 물었다. A는 배정과 승인을 모두 책임진 '주체'였다. 사실관계를 A에게 직접 확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축구협회는 "A에게 확인해줄 수 없다. 공정위에 확인했다. 그때는 심판이사가 없었으니 A가 전무이사 자격으로 심판을 배정하고, 승인했다"고 인정했다.
 
올해 초 축구협회는 A를 VAR(비디오판독) 보조강사로 선임했다. 현행 심판규정에 없는 새로운 자리다. 게다가 VAR 강사로 주심이 아닌 부심이 발탁되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징계 이력 문제가 제기되자 축구협회는 A 선임을 취소하고, 다른 사람을 선발했다. 축구협회는 "VAR 강사를 보조하는 스태프다. 주심 중에 적절한 사람이 없었다"며 A의 발탁 배경을 설명했다.
 
취소 이유에 대해 원창호 위원장은 "A가 과거 벌금을 부과받았던 사실을 미처 생각하지 못했다. 국제심판이라 교육도 많이 받았고, 행정 경험이 있어서 할 수 있을 거라고 단순하게 생각했다. 내 판단 착오였다. 이의제기가 들어왔는데, 틀린 이야기가 아니라고 생각했다. 규정상 문제는 없지만, 강사는 사람을 가르치는 사람이다. 도의적으로 봤을 때 타당하지 않다고 봤다"고 말했다.
 
심판은 VAR 강사 이상으로 도덕성이 중요한 자리다. 강사를 할 수 없는 사람이 심판을 하는 걸 축구인과 팬들이 납득할 수 있을까. 원창호 위원장은 "어쩔 수 없다. A는 자격정지를 받지 않았다. 과거 징계를 받은 걸로 심판을 자르는 건(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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