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밥짓다 논객 된 삼호어묵 "월세 세상? 그럼 홍남기 월세 살라"

“저 같은 동네 아줌마도 요즘 같은 전세난은 당연히 올 거라 예상했어요”
 
부동산 카페 논객 ‘삼호어묵(39·필명)’은 최근 전세난에 대해 “주택 임대차보호법(계약갱신청구권·전·월세 상한제) 시행의 당연한 결과 아니겠냐”며 이렇게 말했다.
 
'삼호어묵'은 부동산 민심이 바닥을 치던 지난 6월 말부터 최근까지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 시리즈 글 20편을 인터넷에 올렸다. 반향은 컸다. “집값이 오르면 정부는 세금을 쓸어 담아 좋고, 비싼 집을 못 사는 서민들은 계속 여당 지지자로 남는데, 정부가 굳이 왜 집값을 잡느냐”는 그의 주장에 공감하는 사람이 많았다. 글 20편의 총 조회 수는 230만회를 훌쩍 넘겼다. 글을 묶어 지난달 중순 펴낸 책 ‘정부가 집값을 안 잡는 이유’는 한 달 만에 1만 부 넘게 나갔다.
 
전세대란을 막기 위한 24번째 부동산 대책이 곧 발표될 거란 뉴스가 나온 지난 16일 전화와 메신저로 '삼호어묵'을 인터뷰했다. 그는 자신을 초등학생 자녀를 둔 평범한 39세 주부이자 국어 관련 강의를 오래 한 ‘워킹맘’이라고 소개했다. 경제를 전공하거나 해당 분야에서 일한 적은 없다고 했다.  
 
언론과 전화 통화는 처음이라는 그는 기자에게 “‘삼호어묵’이 여자인 게 확인됐으니 ‘알고 보니 남자 아니냐’ 같은 추측은 없어지겠다”며 크게 웃었다. '삼호어묵'이란 필명은 그냥 "밥 짓다 (어묵이) 눈에 들어와서" 쓰게 됐다고 했다. 당찬 목소리, 거침없는 언변은 그의 글처럼 시원시원했다.
 
#삼호어묵과의 인터뷰 내용을 카톡 대화 형식으로 재구성했습니다.
‘집값 시리즈’ 왜 쓰기 시작했나요.
처음엔 별생각 없이 끄적거린 겁니다. 1편은 온라인 커뮤니티 ‘82쿡’에 썼는데 반응이 좋았어요. 그런데 2편을 또 그 곳에 쓰려니 커뮤니티 성향상 욕먹겠더라고요. 겁이 났지만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글을 쏘고(?)’ 번개처럼 도망쳤어요. 그 이후부터 네이버 ‘부동산 스터디카페’에 글을 올렸어요.  
 
시리즈가 화제 된 이유는 뭘까요. 주변 반응은요. 
부동산 정책들이 어렵잖아요. 평범한 생활인 입장에서 쉽고 재밌게 읽혀서 좋아해 주시는 것 같아요. ‘방구석 아줌마’가 갑자기 유명해지니 겁도 났는데, 응원도 많이 받았어요. 동생들한테 "언니·누나가 자랑스럽다"는 말도 이 나이 먹고 처음 들었습니다.
 
“책 안 낸다” 선언한 지 2달 만에 책이 출간됐어요.
원래 화장실 갈 때랑 나올 때 생각이 다릅니다(웃음). 쓰다 보니 책 한 권 분량이 나왔는데 이왕 써놓은 글이니 더 많은 사람이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출간요청도 많았고요. 그래서 책으로 냈어요. 그리고 아예 유명해지면 덜 무섭겠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뭐가 무섭던가요.
정부가 시장 교란하는 부동산 인플루언서들 처벌한다고 발표하니까 사람들이 ‘삼호어묵이 첫 타깃이다’‘삼호어묵 곧 잡혀간다’고 했어요. 그땐 정말 겁이 났어요. 제가 뭘 잘못한 게 없으니 진짜 잡아가진 않았겠지만 “경기가 거지같다”고 말 한마디 했던 반찬가게 사장님 조리돌림 당하는 거 보셨잖아요? 그런 게 정말 무서웠어요. ‘그알’(SBS TV ‘그것이 알고싶다’) 자주 출연하시는 이수정 교수님 야당 간다는 기사 뜨자마자 악플테러 당하는 거 보면서도 무서웠고요.
일러스트. 김지수 인턴

일러스트. 김지수 인턴

요즘 서울은 거래가 없는데도 매매·전셋값이 올라요. 삼호어묵 씨 주장대로라면 이건 정부가 원하는 방향인 건데요.
그렇죠. 집값이 조금만 올라야 사람들이 ‘집 사기 힘들다’면서 정부에 불만을 품는데, 집값이 이렇게 심하게 오르면 사람들은 아예 집 사기를 포기하고 그 불만을 집 가진 사람들에게 쏟아냅니다. 그리고 유주택자 괴롭혀주겠다는 정부를 지지하지요. 집값 올린 건 정작 정부인데도요. 그걸 너무 잘 아니까 정부는 집값을 ‘안’ 잡는 겁니다. 거래가 없는 건 수요를 강제로 누르니까 그런건데 집 사고 싶은 사람은 많으니까 가격은 또 올라요. 수요가 없는 게 아닙니다. 
 
최근엔 30대가 집을 많이 샀어요. 김현미 장관은 “30대 ‘영끌’ 안타깝다”고 했고요.
인간적인 측은함을 드러낸 게 아니잖아요. 법인·다주택자가 뱉어낸 매물을 30대가 사들여 집값이 안 내려가는 상황이 안타깝다는 이야기지요. ‘너희(30대)가 집을 사서 집값 올랐다’고 특정 세대 탓을 하는 게 웃겼습니다. 공급을 늘리기보다 수요를 옥죄는 정부다운 반응이었어요. 30대들은 이런 상황을 누가, 왜 만들었는지 깊게 생각해볼 필요가 있어요.
 
쓴 글 보면 “집값 오를 거 같냐”는 질문에 “집값이 떨어지겠어요?”라고 답했어요. ‘삼호어묵은 집값 상승론자다’ 이런 의견도 있습니다.    
(집값이) 오를 걸 예상한다기보다 떨어질 이유를 전혀 못 찾겠어요. 양도세에 실거주 요건 강화하고, 재건축 아파트에도 집주인들 다 들어와 살라고 하는 바람에 지방에 살던 서울 집주인들도 다 서울 집으로 돌아와 살아요. 매물이 잠기지요. 상황이 이런 데 공급은 꽉 틀어막고, 재건축 재개발 다 막고, 아직 토지보상도 안 된 3기 신도시 기다리라 하니, 무슨 수로 집값이 내려가나요? 제가 좋아하는 대게도 공급이 부족하면 값이 확 올라가요. 대게는 안 먹으면 그만이지만 집은 안 그래요. 꼭 필요하잖아요. 그리고 더는 집값이 이렇게 올라가면 안 된다는 마음으로 글을 쓴 건데, 왜 저를 자꾸 상승론자로 보는지 이해가 안 되더라고요.
 
전세난도 심각해요. 홍남기 부총리도 ‘전세 난민’이라고.
‘임대차3법’은 시작부터 결과가 정해져 있었어요. 이 법 때문에 굳이 안 들어가도 되는 집에 집주인들이 들어가 사는 바람에 전세 시장이 박살 났어요. 기존 세입자들은 매매·전셋값 비싸지니 계속 살던 전셋집을 계약 연장해서 살고 싶고. 이러면 당연히 전세 귀해지지요. 이런 거 예상 못 했다는 변명도 안 통합니다. 한참 전부터 전문가는 물론 저 같은 동네 아줌마도 다 예상했던 일인데요. 전세 시장이 난리 났으니 24번째 대책이든 뭐든 내놓는 척하겠지만, 효과는 없을 겁니다. 그리고 지지율이 높아서 대책을 마련하는 척 이상으로 진짜 뭘 할 필요도 없어 보여요. 홍남기 부총리님은 전세 못 구하면 월세 살면 되지 않나요. 한 여당 의원님도 “모두 월세 사는 세상 와야 한다”고 했잖아요. 정작 서민들은 저축도 못 하고 생활비 축나니까 어떻게든 월세를 피하고 싶어 하는데….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뉴스1

한 언론 인터뷰에서 정치성향 물었더니 “짜장(여당)이 싫다 했지, 짬뽕(야당)이 좋다 한 거 아니다”라고 하셨어요. 결국엔 짬뽕(야당) 먹겠다는 뜻으로 들려요.
중국집에 짬뽕, 짜장만 있는 게 아니고 볶음밥, 울면, 잡채밥도 있잖아요? 물론 짜장과 짬뽕 중에 뭐 먹을지 결정해야 하는 상황인데, 짜장면에 바퀴벌레 들어 있으면 울며 겨자 먹기로 좋아하지도 않는 짬뽕시킬 수밖에 없긴 합니다.
 
부동산에 관심 생긴 건 언제인가요. 요즘 관심사는요.     
부동산 글 써서 유명해져 놓고 이렇게 말하면 좀 웃기는데, 사실 투자는 물론이고 부동산 자체에 큰 관심은 없어요. 그런 관점으로 부동산 글을 쓴 적도 없고요. 그런 건 전문가들의 영역입니다. 제가 쓴 건 부동산 정책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나라에서 왜 이런 정책을 펴고, 그 결과는 어땠냐를 보는 겁니다. 요즘 관심 있는 건 게임이요. 콘솔 게임을 좋아하고 요즘은 ‘언차티드’ 시리즈 게임을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밤에 아이 재워놓고 열심히 합니다.
 
최근 ‘시무7조’로 주목받은 조은산님과 비슷한 듯 달라요.  
아무래도 비슷한 연령대이고 전문 기고가, 논객이 아닌 평범한 생활인 입장에서 정부 정책을 비판한다는 공통점이 있어서 친밀감을 느끼죠. 글 쓰는 스타일, 활동영역은 조금 다르고요.
 
조은산님과 개인적으로 교류하시나요.  
딱히 교류하는 사이는 아니지만 조은산님께서 제 글을 재미있게 읽으셨다고 네이버 쪽지 보내주신 적이 있어요. 저도 조은산님 글을 좋아합니다.  
 
조은산님께 한마디 한다면
조은산님! 언론 인터뷰를 아예 안 하시는 바람에 저한테 몰리는 경향이 있어서 빡셉니다. 참고 부탁드립니다.  
 
제2, 제3의 삼호어묵, 조은산이 나올까요.  
세상은 넓고 글 잘 쓰는 사람도 많으니 얼마든지 또 나올 겁니다. 저 같은 사람들이 많아져서 제가 좀 묻어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김태호 기자 kim.taeh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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