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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상·하차 일 몰리는데···외국인도 못쓰게한 '몹쓸 규제'

 A 택배 회사의 화물 터미널에서 사무직으로 일하는 김준식(가명ㆍ37)씨는 월 3~4회가량 화물을 싣고 내리는 상ㆍ하차 작업에 투입된다. 사무직 정직원이지만 일손이 부족하다 보니 벌어지는 일이다. 작업 자체가 고되다 보니 ‘아르바이트 비용(이하 알바비)’을 꽤 많이 쳐줘도 사람을 구하기가 어렵다.  
 

[속터지는 규제 ②]

택배 상ㆍ하차 작업의 시간당 알바비는 1만1000원 선. 최저임금(시간당 8590원)보다 2000원 이상 많다. 택배회사들은 이 알바비를 올려서라도 상·하차 인력을 구하고 싶지만, 이를 위해선 택배 가격도 올려야 해서 사실상 손이 묶여있다. 그렇다고 근로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더이상 외면하긴 어렵다. 
 
이런 중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으로 택배 물동량도 큰 폭으로 늘고 있다. 18일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택배 물동량은 27억8980만 상자였다. 매년 10% 이상 증가세다. 올 상반기엔 이미 16억 상자(추정치)가 배송됐다.  
택배 터미널의 모습. [중앙포토]

택배 터미널의 모습. [중앙포토]

코로나19 풀려도 택배 인력난 여전할 듯

택배 회사들은 속이 탄다. 일감이 넘치고, 지불할 돈이 있어도 힘든 상·하차 작업은 일할 사람을 구하기 어렵다.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택배 기사 과로 문제에도 상·하차 작업이 큰 부분을 차지한다. 그래서 택배회사들은 상ㆍ하차 작업 만에라도 외국인 근로자를 활용할 수 있는 길이 열리길 바란다. 
 
정부도 이런 문제점은 이미 알고 있다. 지난해 국무조정실 주도로 택배 상ㆍ하차 작업에 한해 해외동포 방문취업(H-2) 비자를 내주는 방안도 추진됐었다. 하지만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 등이 내국인 일자리를 뺏는다는 이유로 반대해 별다른 진전은 이뤄지지 않았다. 택배 현장에서의 일손 부족은 당분간 계속될 수밖에 없단 얘기다.  
국내 택배시장 물동량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국내 택배시장 물동량 추이.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익명을 원한 택배업계 관계자는 “외국인 고용과 관련된 민감한 이슈라는 건 알지만, 택배 상ㆍ하차 작업의 경우 이미 내국인들이 꺼려 일손을 구하기 힘든 상황”이라며 “내국인의 일자리를 빼앗는 것도 아닌데, 이런 상황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걱정”이라고 우려했다.  
 

1.5t 트럭은 되는데, 2.5t은 안 된다? 

산업 현장에서는 경직된 규제로 인한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19 특수로 일이 몰리는 택배업계는  또다른 규제에 시달리고 있다. 현재는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상 1.5t 이하의 트럭에만 택배 배달이 가능한 번호판(배)을 주고 있다. 택배 물량은 폭증했는데, 작은 차로 배달과 화물 픽업을 반복하다 보니 그만큼 효율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이에 적재량 2.5t 이하의 트럭으로도 택배 배달이 가능하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지난 8월 정진석 국민의 힘 의원 주도로 관련 내용을 담은 ‘화물자동차 운수사업법 개정안’이 발의됐지만, 실제로 개선이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용달 차주 등이 반대하고 있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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콘크리트 믹서 트럭에 대한 신규등록 제한도 택배 트럭과 사정이 일부 비슷하다. 정부는 2009년부터 현재까지 건설 현장에서 쓰이는 레미콘의 운송 수단인 콘크리트 믹서 트럭의 총수를 사실상 묶어놓고 있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영세 운전자 및 임대 기업 보호를 위해서다. 
 
하지만 현장에선 이미 이 규제가 기존 사업자들의 이익을 보전하는 도구로 전락했다고 주장한다. 실제 콘크리트 믹서 트럭 번호판에는 개인택시처럼 수천만 원대의 프리미엄이 붙어있다. 수요가 다소 줄어든 코로나19 이전에는 이들의 실력 행사로 레미콘 업계가 운반 차량을 확보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일도 비일비재했다.  
 

국회 회의 시스템도 시스코 것 쓴다 

다른 업종에서도 규제 때문에 발이 묶인 사례가 많다. 소프트웨어산업계에선 국내 중소기업 보호 등을 위해 만든 규제가 국내 대기업을 역차별하는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19로 관련 시장이 커지는 가운데서다. 한 예로 지난 9월엔 글로벌 IT 기업인 시스코의 ‘웹 엑스’가 국회 영상회의 솔루션으로 채택됐다. 코로나19 확산이 계속되면서 영상회의의 필요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웹 엑스는 보안성에서 특히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한다. 앞으로 법안 검토와 공청회, 상임위 회의록 작성 등은 물론이고 보좌진 채용 과정 등도 비대면으로 전환될 것이라 한다. 
 
국내 IT 기업은 속수무책이다. 2013년부터 정부가 대기업 공공 소프트웨어(SW) 사업 참여 제한 제도를 도입해 운영하다 보니, 대기업 계열 IT기업들은 정부 발주 사업들에서는 사실상 힘을 쓰지 못하고 있다. 중견ㆍ중소기업의 기술력으론 아직 글로벌 IT 기업에 맞서기 어렵다. 지난 9월 일선 학교의 원격수업에 쓰이는 구글의 학습관리시스템(LMS)인 구글 클래스룸에 접속 오류가 발생해 이를 활용하는 전국 학교의 원격수업이 중단됐을 때에도 ‘국산 플랫폼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현실이 될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반응이 다수다.  
 

중기 보호 이후 전자정부 수출 반 토막

연도별 전자정부 수출실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연도별 전자정부 수출실적.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더 나아가 대기업의 공공 SW 사업 배제가 업계 전반의 경쟁력을 약화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행정안전부와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따르면 대기업 참여제한 시행 이후 전자정부 관련 수출 실적은 2015년 5억3404억 달러에서 2018년에는 2억5832만 달러로 반 토막이 났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사업을 통해 레퍼런스(사업 실적)를 쌓은 뒤 해외로 나가는 일반적인 수출 패턴을 완전히 역행하고 있는 규제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정광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규제 개혁이 어려운 건 해당 규제로 인해 반사이익을 누리는 집단이 있기 때문”이라며 “과감한 규제 개혁이라는 게 결국 기득권을 얼마큼 넘어설 수 있는가의 문제인데, 기존 기득권의 눈치만 살피다 보니 제대로 된 규제 개혁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수기 기자 lee.sook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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