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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혁주 논설위원이 간다] 올 2월 태양광 전기 넘쳐 정전 위기 겪었다

신재생 과속이 빚은 전력 불안

제주도의 해상 풍력 단지. 제주도는 태양 광·풍력 발전량이 자체로 감당할 규모를 넘었다. 자칫 발전과 잉으로 정전을 겪을 판이다. 그래서 올해 들어 8월까지 46번 풍력 발전을 정지시켰다. [중앙포토]

제주도의 해상 풍력 단지. 제주도는 태양 광·풍력 발전량이 자체로 감당할 규모를 넘었다. 자칫 발전과 잉으로 정전을 겪을 판이다. 그래서 올해 들어 8월까지 46번 풍력 발전을 정지시켰다. [중앙포토]

전기는 요물이다. 모자라도 문제지만 넘쳐도 큰일이다. 발전량이 사용량을 확 넘어서면 전기의 주파수(한국은 60㎐)가 흔들리고 발전기들이 연쇄 정지한다. 결과는 대정전이다. 항상 소비량에 전력 공급량을 잘 맞춰야 하는 이유다.
 

발전량이 사용량 크게 초과하면
발전기 연쇄 정지해 정전 사태
통제 어려운 태양광·풍력 늘수록
전력 공급 과잉 따른 불안 커져

제주도는 섬이다. 지리적으로만 아니라 전기로 봐도 그렇다. 육지와 연결하는 해저 전력선이 두 가닥 있기는 하다. 그러나 단방향이다. 육지로부터 전기를 받아쓰는 용도다. 이런 점 때문에 최근 들어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다. 태양광·풍력 등 제주도 내 신재생 발전이 늘면서다. 때론 제주도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전기가 제주도 내 태양광·풍력에서 나온다. 자칫 전력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정전 사태를 빚을 판이다. 해소하려면 육지로 전기를 내보내야 하는데, 구조상 그때그때 전기를 내보내는 게 불가능하다.
  
제주도, 올해 46번 풍력 발전 정지
 
해결책은 하나였다. 전력망을 통제하는 전력거래소가 제주도의 풍력 발전사업자에게 전화해 발전 정지를 요청했다. 이른바 ‘출력 제한 조치’다. 풍력에서 나올 전기를 그냥 갖다 버리는 것이다. 태양광·풍력이 늘면서 출력 제한 조치도 덩달아 증가했다. 2018년 17회에서 지난해 46번으로 늘었다. 올해는 8월까지 벌써 지난해와 맞먹는 46회다. 이로 인해 올 상반기에만 전기 13.4GWh가 허공으로 날아갔다. 4인 가구 약 4만5000세대가 한 달 동안 쓸 전력량이 허무하게 사라졌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정전 사태 같은 전력 불안을 겪지 않기 위해 불가피한 조처였다.
 
‘신재생 과속 스캔들’이라고나 할까. 감당키 어려울 정도로 빠른 태양광·풍력 발전 보급 속도가 제주도의 전력망 불안을 불렀다. 현재 제주도가 감당할 수 있는 태양광·풍력 발전 용량은 590㎿다. 그러나 벌써 627㎿에 이르는 태양광·풍력 발전기가 설치됐다. 수용 가능한 용량을 넘어섰다. ‘전력 공급 초과에 의한 정전 불안’을 수시로 겪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게다가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에 관광객이 줄어 전력 소비마저 감소했다. 이로 인해 전력 공급 과잉에 따른 불안이 한층 커졌다.
 
신재생 전력 과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는 제주도와 육지를 잇는 제3의 해저 전력선을 깔기로 했다. 제주도 내 발전량이 넘칠 때 육지로 전기를 내보내는 용도다. 2022년 말 완공 예정이다. 그러나 이것으로도 제주도의 전력 불안은 해소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가천대 전기공학과 손성용 교수는 “제주도의 신재생 발전량이 계속 늘어날 것이어서 제3 연계선을 완공해도 2025년이면 또다시 전력 공급 과잉으로 인한 불안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제주도는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량을 현재의 6.5배인 4085㎿로 늘릴 계획이다.
 
신재생 전력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전력망 불안은 비단 제주도만 겪는 일이 아니다. 나라 전반적으로도 경고음이 울리기 시작했다. 올해 2월 23일에 아슬아슬한 일이 벌어졌다. 날씨가 따뜻해 난방 전력 소비는 줄었는데 맑은 날씨로 인해 태양광 발전이 확 늘었다. 자칫 전력 공급 과잉이 벌어질 판이었다.
 
전력거래소는 발전기들을 잇달아 정지시켰다. 발전량을 줄이고 줄이다 보니 더 이상 줄일 수 있는 양이 100㎿까지 떨어졌다.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소 1기의 5분의 1밖에 안 되는 양이다. 그야말로 간당간당했다. 전력거래소 측은 지난 7월 대한전기학회에 낸 ‘실시간 하향 예비력 기준 설정에 관한 검토’ 논문에서 당시의 상황을 이렇게 적었다. “감발(減發·발전량 감소) 자원 부족으로 과주파수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전력 소비가 더 줄었다면, 그에 맞춰 발전량을 줄일 수 없어 주파수에 문제가 생기고, 종내에는 발전기가 멈춰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 있었다는 뜻이다. 공급 과잉으로 인한 정전 위기였던 셈이다. 전력거래소가 국민의힘 윤영석 의원에게 낸 자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렇게 전력 공급이 넘쳐 아슬아슬했던 상황(5분 안에 발전량을 200㎿ 이상 줄일 수 없는 상황)이 8번 벌어졌다. 2017년까지는 한 번도 없던 일이다. 2018년에는 1번, 지난해는 2번이었다.
 
태양광·풍력은 흐리고 바람 없는 날에 전기를 만들지 못해서만이 아니라, 때론 이렇게 전기를 너무 많이 만들어 문제다. 일각에서는 “올해 코로나19 때문에 공장이 가동률이 떨어지는 등 전반적으로 전력 수요가 줄어 전력 공급 과잉을 몇 번 겪은 것”이라고 설명한다. 그러나 통제 불가능한 태양광·풍력 발전이 늘어난 점을 배제할 수 없다. 더구나 정부가 탈원전과 신재생 확대를 강력히 밀어붙이고 있어 앞으로 전력 불안은 더 커질 전망이다.
  
호주에선 풍력이 정전 사태 일으켜
 
우리나라가 바다와 북한으로 단절된 ‘전력 섬’이라는 사실은 불안을 가중하는 요소다. 인천대 경제학과 손양훈 교수(전 에너지경제연구원장)는 “우리나라는 전력망을 연결할 이웃 국가가 없어 전기가 넘쳐도 밖으로 내보낼 수 없다”며 “그래서 신재생을 늘릴 때는 전력망의 안정에 더 신경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정부가 신재생 확대에 따른 전력망 불안 문제를 얼마나 깊이 들여다봤는지는 미지수다. 충북도립대 전기에너지시스템과 이근준 교수는 “전력망의 동적 안정성을 검토한 정부 보고서를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이 교수와의 문답이다.
 
신재생 확대로 문제가 생길까.
“정부 목표는 2040년 신재생 발전 비중 35%다. 태양광·풍력 발전은 돌지 않을 때가 많기 때문에, 발전량 비중의 35%를 차지하려면 실제 발전기는 그 4배인 140% 정도를 설치해야 한다. 날씨에 따라 140%가 완전 가동하는 일도 생긴다. 전력 공급 초과다. 이걸 어떻게 해결하겠다는 것인지 얘기가 없다.”
 
남는 전력을 에너지저장장치(ESS)에 담아 뒀다가 나중에 쓰면 되지 않나.
“ESS는 비싸다. 신재생 사업자들이 잘 설치를 하지 않는다. 설치하면 발전 단가가 오른다.”
 
전 세계적으로 태양광·풍력 전기가 넘쳐 정전된 사례가 있나.
“발단은 아니었으나 풍력이 정전으로 사태를 키운 적은 있다. 2016년 호주에서다. 처음 다른 발전기가 고장 나 일부 전력망을 차단했는데, 이 때문에 풍력 발전기가 더 빨리 돌게 됐다. 결국 주파수 불안이 생겨 발전기들이 잇따라 멈췄다. 지역에 따라 길게는 24시간까지 정전을 겪었다.”
 
전력 불안 해소,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질까
세상에 공짜는 없다. 문제 해결에는 돈이 든다. 태양광·풍력 보급에 따른 전력망 불안을 해결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단 태양광·풍력은 날씨 때문에 발전이 언제 끊길지 모른다. 이에 대비해 언제든지 켤 수 있는 액화천연가스(LNG) 발전기 등을 마련해 놓아야 한다. 정부 목표는 2030년까지 신재생 발전기를 58.5GW(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 들여놓는 것이다. 이 전력이 끊길 때 대처하려면 500㎿짜리 LNG 발전기 117기가 필요하다. 엄청난 건설비를 투자해야 한다는 소리다.
 
이렇게 만들어놓은 예비 발전기는 태양광·풍력이 돌 때 세워놓거나 출력을 떨어뜨려야 한다. 아니면 전력 공급 초과로 정전 사태가 벌어질 수 있다. 그러나 멀쩡한 발전기를 정지 또는 저출력 운전하는 것은 비효율이다. 멈춰 놓아도 인건비 같은 유지·보수 비용은 고스란히 들어간다. 이런 각종 비용을 고려하지 않은 채, 정부는 태양광 패널 가격이 내려간다는 점만 들어 신재생을 늘려도 전기요금 인상 요인이 미미하다고 하고 있다.
 
발전기의 출력을 떨어뜨려 돌리면 오염 물질을 더 많이 배출한다는 문제도 생긴다. 자동차가 저속에서 공해 물질을 많이 뿜는 것과 비슷한 이치다. 친환경 태양광·풍력이 파생시키는 환경 오염이다.
 
공급 과잉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또 다른 비용도 필요하다. 현재는 전력 공급 과잉을 막으려고 수시로 제주도 발전사업자들에게 발전 정지 요청을 하면서도 보상을 전혀 하지 않는다. 이래서는 신재생 보급을 늘릴 수 없다. 태양광·풍력이 늘어날수록 발전 정지 요청도 잦아질 것이고, 이에 따라 발전사업자의 손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국전력과 전력거래소는 발전 정지에 대해 적절히 보상하는 방안을 강구하기 시작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보상 방안 연구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보상이 이뤄지면 이는 전기요금에 반영될 공산이 크다. 전기를 필요 이상으로 만들어서는 내다 버리고, 그 비용은 소비자가 부담하는 셈이다.
 
권혁주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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