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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코로나 시대 골프장 풍경

정제원 스포츠본부장

정제원 스포츠본부장

‘한국인의 피에는 골프 유전자가 흐른다’는 말은 이제 식상할 정도다. 프로골퍼의 실력은 세계 정상급이고, 아마추어의 골프 열기도 뜨겁기 짝이 없다. 무엇보다도 여자골프 세계랭킹 1위는 고진영, 2위는 김세영 선수다. 4위는 박인비, 8위는 박성현이다. 세계랭킹 상위 10명 가운데 대략 절반은 한국인이다. 남자 선수들도 세계 무대에서 경쟁하고 있다. 만 50세를 넘긴 최경주 선수를 비롯해 김시우·안병훈·강성훈 등이 활약 중이다.
 

골프장마다 ‘단군 이래 최고 호황’
경기 진작 효과 3조원 넘을 듯
바가지 요금 인상에 국민청원 등장

한국만큼 골프 열기가 뜨거운 나라도 드물다. 전 세계에서 골프 채널이 2개를 넘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 골프 관련 유튜브 채널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주요 포털 사이트는 국내외 투어에서 뛰고 있는 한국 골퍼들의 활약상을 실시간으로 생중계한다. 일부 계층의 레저활동으로 불렸던 골프는 어느덧 야구·축구와 더불어 한국의 3대 프로 스포츠로 자리 잡았다. 굳이 골프를 하지 않더라도 LPGA투어에서 활약하는 한국 선수의 우승 소식을 꼼꼼히 챙겨보는 이가 적잖다.
 
코로나바이러스 사태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전국의 골프장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팬데믹이 물어다 준 뜻밖의 선물이다. 코로나19로 인해 해외여행이 어려워지자 골퍼들이 한꺼번에 국내 골프장으로 몰린 덕분이다. 극장이나 노래방처럼 밀폐된 공간이 아니라 골프는 주로 야외에서 하는 활동이기에 바이러스 감염 위험이 적다는 인식도 한몫했다. 그러다 보니 주말은 물론 주중에도 골프장 예약(부킹)이 쉽지 않다. 골프장뿐만 아니라 골프의류와 용품 등 관련 업종도 함박웃음을 짓는다.
 
서소문 포럼 10/22

서소문 포럼 10/22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이 ‘골프산업의 재발견과 시사점’이란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골프인구는 약 515만 명으로 나타났다. 이 가운데 해외 골프 활동 인구는 215만~220만 명이나 된다. 그런데 이 많은 사람이 해외로 나가지 못하고 국내로 몰리다 보니 골프장마다 ‘단군 이래 최고 호황’이라는 뜻밖의 결과로 나타난 것이다.
 
이 틈을 타 이용요금(그린피·캐디피)을 올리는 골프장이 하나둘씩 늘고 있다. 아마추어 골퍼 입장에서 보면 기가 찰 노릇이다. 코로나로 인해 경기가 어려운 판국에 골프요금을 내리진 못할망정 되려 올리는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반응이다. 더구나 해외 골프장으로 나갈 수도 없는 형편이다. 주말 골퍼 입장에선 선택의 자유가 없기에 이용요금이 오르더라도 꼼짝없이 감내할 수밖에 없다.
 
자영업자들은 장사가 안돼 죽을 맛이라는데 팔자 좋게 웬 골프 타령이냐고 인상을 찌푸리는 이도 많다. 비싸면 골프를 치지 않으면 될 것 아니냐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골프는 어느새 성인 3명 중 1명이 즐기는 스포츠이자 한국의 미래 산업으로 자리 잡았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올해 국내 골프산업 성장으로 인한 경기 진작 효과는 2조2000억~3조1000억 원으로 나타났다. 골프장 방문객 수는 지난해보다 20%가량 늘어났고, 스크린 골프장 이용객 수는 무려 46%나 증가했다. 전국의 골프장 개수는 500개를 넘은 지 오래다. 스크린골프장은 당구장보다 많다. 이제 골프는 최소한 수만 개의 일자리가 걸린 ‘산업’으로 성장했다.
 
최근 한 주말 골퍼가 최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골프장 갑질 이대로 좋은가?’란 글을 올렸다. 내용을 살펴봤더니 코로나 상황을 틈타 골프장마다 이용요금을 슬금슬금 올리고 있으니 정부 당국이 나서서 바로잡아 달라는 하소연이다. 오죽했으면 국민청원까지 올렸을까 이해가 되지만, 국세청 세무조사나 공정위 조사가 능사는 아니다. 강남 집값 잡으려다 전국의 아파트값을 올려놓은 부동산 사태가 오버랩된다. 정부가 나서서 골프장 이용요금을 강제로 조정하기에 앞서 골프장 관계자들이 정신을 차려야 한다. 골프 이용요금 역시 수요와 공급의 원칙에 따라 결정하는 게 맞지만, 지금의 호황은 팬데믹이 가져다준 반짝 특수라는 사실을 잊어선 안 된다. 요즘 같은 때 이용요금을 올리는 건 휴가철 관광지에서 바가지를 씌우는 거나 다름없다. 지금은 코스와 시설을 정비하고, 서비스 품질을 높여야 할 때다.
 
엊그제 청담동 명품거리에 나가봤더니 한 집 건너 ‘임대’표시가 나붙어 있었다. 팬데믹이 끝나도 국내 골프장은 호황을 누릴 수 있을까. 불 꺼진 청담동 매장이 그랬듯 고객이 외면하면 골프장도 문을 닫을 수밖에 없다. “코로나 끝나면 두고 보자”는 골퍼들의 원성이 들리지 않는가.
 
정제원 스포츠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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