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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전세대출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30년 전인 1990년 3월. 전셋값 마련을 위해 강도질을 하려던 20대 회사원이 구속됐다는 기사가 신문 사회면에 실렸다. 초보 강도는 마스크를 쓴 채 아파트에 들어가려다가 경비원에게 딱 걸렸다. “5월로 결혼날을 잡고 취직 뒤 모아둔 저축금 1100만원을 찾아 전세방값 800만원을 제외한 나머지 돈으로 결혼준비를 했는데, 넉 달 전 신방으로 봐둔 방학동 방 한 칸 전셋값이 며칠 전 다시 가보니 1200만원으로 400만원이나 올라있어 범행을 계획했다.” 짧은 기사 속 사연이 구구절절했다.
 
1989년 12월 임대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는 주택임대차보호법이 시행된 직후, 전세시장엔 대혼란이 닥쳤다. 전셋값 때문에 결혼을 미루는 일은 평범한 축이었다. 올려줄 보증금을 마련 못 하는 처지를 비관한 자살까지 속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서민들이 몇백만원씩 오른 전세보증금을 마련할 길이 사실상 없었다. 은행 문턱이 높던 시절이다. 전세는 담보를 제공할 수 없다 보니 은행에서 돈 빌리기가 어려웠다. 주택·국민은행에 전세자금 대출이 있긴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새로 입주하는 세입자만 대상인 데다, 내집마련주택부금에 12회 이상 불입했어야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1990년 봄, 전셋값 인상을 조장한 부동산중개업자들을 구속하며 대대적 단속에 나섰지만 시장은 좀처럼 진정되지 않았다. 결국 그해 4월 긴급 처방을 내놨다. 전세대출을 확 풀었다. 1년 이상 거주한 기존 세입자에도 전세대출을 내주고, 주택부금 납입 횟수를 12회에서 8회로 줄여줬다. 전세대출 공급 규모도 2배로 늘렸다. 당장 급한 불을 끄기엔 금융이 쉽고 빠른 수단이었다. 전세대출이 필수 금융상품으로 자리 잡기 시작했다.
 
전세대출엔 양면성이 있다. 주거안정에 요긴한 수단이지만, 전세대출 자체가 전세수요를 떠받쳐주기도 한다. 그럼 전세대출 증가는 전세가격 상승의 원인일까, 결과일까. 국토부는 “전세가격 불안은 저금리 탓”이라고 밝혔다. ‘금리 인하→전세대출 증가→전세가 상승’이란 주장이다.
 
정 반대 연구결과도 있다. 2015년 발표된 논문에 따르면 시계열 분석 결과, 전세대출 증가는 금리 인하가 아닌 전세가격 상승과 직접적인 상관관계를 가졌다. 금리가 내려서가 아니라 전세가격이 올라서 전세대출이 늘었다는 결론이다.
 
한애란 금융기획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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