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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플] '기업의 나라' 미국, 빅테크와 소송戰 시작…구글제국의 최대 위기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구글 사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의 구글 사옥.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법무부(DOJ)가 20일(현지시간) 구글을 상대로 반(反)독점법 위반 혐의 소송을 제기했다. 구글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에 검색엔진을 선(先)탑재하는 행위로 검색엔진 시장의 경쟁을 저해했단 이유다. 미 법무부는 "20년 전 구글은 혁신적 검색 방법으로 실리콘밸리의 사랑을 받았지만, 오늘날 구글은 인터넷 독점의 문지기(Gatekeeper)가 돼버렸다"고 지적했다. 
 

이게 중요한 이유

'기술 제국'을 이룬 구글이 1998년 창업 이후 최대 위기를 맞았다. 검색부터 모바일 운영체제(OS), 앱 마켓 등 인터넷에서 정보의 길목을 지배한 구글은 미국 혁신 기업의 상징이자 닷컴 버블 이후 20년간 미국 경제성장의 동력이었다. 질주하는 구글을 견제한 건 주로 유럽이었다. 하지만 이번엔 미국 정부가 구글에 소를 제기했다.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에 대한 정부의 규제가 '기업의 나라' 미국에서 본격화되는 분위기다. 뉴욕타임스(NYT)는 "법무부의 소송은 기술 기업의 시장 지배에 대한 거대한 문제 제기"라며 "(이번 소송이)소비자의 인터넷 사용 방식을 바꿀 수도 있는 도전"이라고 평가했다.
 
· 이번 소송 제기는 미 연방 정부 차원에서 구글을 상대로 내놓은 첫 액션이다. 지난달 미 하원 반독점 소위원회가 낸 '독점 보고서'는 광범위한 독점 종합 보고서로 의회나 규제기관에 대한 권고였다. 당시 하원 보고서엔 민주당 의원만 서명하고 공화당 의원들은 빠졌다.
· 트럼프 정부의 법무부가 주도한 이번 소송엔 공화당 주정부들(플로리다, 텍사스 등 11개 주)이 먼저 참여했다. 다른 주들도 독자 조사를 마치고 소송에 합류할 방침.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공화), 조 바이든(민주) 모두 빅 테크 견제에 힘을 싣는 중이다.
· 성신여대 황태희 교수(법학과)는 "유럽연합이 3차례나 구글 독점에 과징금을 매겼지만, 구글은 꼼짝도 안 했다"며 "미국 정부와 정치권이 힘을 합쳐 자국 기업에 소송을 시작한 만큼, 소송 결과와 무관하게 핵심 기술기업에 대한 규제 당국 적극적 조치가 이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구글의 반독점 견제하는 각국 정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구글의 반독점 견제하는 각국 정부.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미 법무부의 입장 "구글 앱 선탑재는 경쟁자 배제"

안드로이드나 애플 스마트폰을 사면 구글 검색이 기본으로 탑재되어 있다. 사용자가 앱을 삭제할 수도 없다. 미 법무부는 구글이 애플·삼성·LG 등 휴대폰제조 업체나 이동통신사 등과 수십억 달러 규모의 계약을 맺고 모바일 검색시장을 독점하려 했다고 봤다. 검색엔진 시장의 경쟁을 가로 막았다는 것이다.
 
· 소장에 따르면 구글은 애플 아이폰의 사파리 브라우저에 구글 엔진을 기본으로 넣는 대가로 애플에 연간 최대 120억 달러(13조 5800억원)를 건넸다. 애플 연간 수익의 15~20%에 이르는 거액. 대신 구글도 미국 내 검색 트래픽의 절반을 애플 아이폰에서 얻었다.  
· 미 법무부는 2018년에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와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가 매출 극대화를 위한 협력을 논의하기 위해 미팅도 가졌다고 적시했다. 이후 애플 고위직원은 "둘이 한 회사처럼 작업하는 것이 우리의 비전"이라는 메모를 남겼다.  
· 구글은 미국 검색 시장의 88%, 모바일 검색의 94%를 점유한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해만 미국에서 344억 달러(42조 1000억원)의 검색 수익을 올렸다. 검색 광고 시장 점유율도 70%로 압도적. 제프 로젠 미 법무차관은 "구글은 경쟁을 저해하는 행위로 독점력을 유지했다"며 "소비자의 이익을 위해 반독점 행위엔 대응이 필요하다고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글의 입장 "소비자의 결정일 뿐"

구글은 '소비자 피해'가 없었기에 독점으로 볼 수 없단 입장이다. 현재 미국 반독점법(셔먼법)은 기업의 행위가 소비자 후생을 저해했는지를 기준으로 독점 여부를 판단한다.  
· 구글 켄트 워커 최고법무책임자(CLO)는 "법무부 결정엔 심각한 결함이 있다"며 "소비자가 강요 당하거나 대안이 없어서가 아니라 스스로 구글을 쓰겠다고 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애플과 계약도 다른 검색엔진과 정당히 경쟁한 결과라는 것.
· 이날 순다르 피차이 CEO도 내부 이메일을 통해 "구글에 이런 조사는 새롭지 않다"며 "우리의 기술은 사람들을 돕고 있고, 삶을 개선하며 사회에 이익이 된다"고 내부 단속을 했다.
 

나랑 무슨 상관

구글은 한국에서도 앱 선탑재와 앱마켓 결제방식 강제 건으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조사를 받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출시된 삼성전자 갤럭시S10, LG전자 V50 등 스마트폰에는 구글 플레이스토어·크롬(웹 브라우저)·지메일·유튜브 등 구글 앱 10개가 선탑재돼 있다. 영구 삭제는 불가능하고, 비활성화만 할 수 있다.
 
유튜브와 구글 [사진 셔터스톡]

유튜브와 구글 [사진 셔터스톡]

· 미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은 국내 규제기관의 구글 독점 조사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최근 국회와 공정거래위도 구글을 주시하고 있다. 구글이 앱 내 콘텐트 결제를 구글 방식으로 강제(인앱결제 의무화)하겠다고 하자 국내 IT 기업들이 "구글 앱마켓의 독과점 횡포"라며 반발하고 있어서다. 
·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2011년 NHN(현 네이버)과 다음커뮤니케이션(현 카카오) 신고로 구글의 검색 앱 등의 안드로이드폰 선탑재 강제를 조사했다. 결론은 무혐의. 2016년 다시 문제가 제기돼 공정위는 4년째 재조사 중. 공정위는 "연내 관련 심사 보고서를 마무리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 조원영 소프트웨어정책연구소(SPRi) 실장은 "미국 정부의 본격적 규제로 국내에서도 행정권역 너머의 일이라 여겼던 글로벌 플랫폼에 대해 정부의 개입과 규제에 힘이 실리게 됐다"며 "소극적이었던 해외 기업에 대한 규제가 탄력을 받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앞으로는?

미국 내 구글에 대한 소송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뉴욕주, 콜로라도주 등 7개 주도 "구글 자체 조사를 수주 내에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지난해 9월엔 50개주 법무장관이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구글광고사업 등의 반독점법 위반 여부를 살피겠다고 선언하기도 했다.
· 비지니스 인사이더는 20일(현지시간) "미 법무부가 소송에서 이길 경우 구글은 사업을 재구성하거나 일부를 분리해야 할 수 있다"며 "아마존·애플 등 구글과 직간접적으로 협력하는 기업들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2000년 마이크로소프트도 '웹 브라우저 끼워팔기' 혐의로 미 법무부의 반독점 소송에 직면해 회사분할 명령을 받았다. 당시 MS 창립자 빌 게이츠가 CEO에서 물러나며 법무부와 합의해 회사 분할을 막았다. 
· NYT는 "구글은 지난해 미국 내 로비에만 1270만 달러를 쓴 기업"이라며 "법적 대응을 포함해 학계와 정계 로비를 통해 소송에 맞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원엽·하선영 기자 jung.wonyeo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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