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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은행 머릿돌 글씨, 이토 히로부미 친필 맞다

사적 280호인 서울 한국은행 본관의 머릿돌(정초석).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로 확인됐다. [사진 문화재청]

사적 280호인 서울 한국은행 본관의 머릿돌(정초석).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친필로 확인됐다. [사진 문화재청]

한국은행 옛 본점(현 화폐박물관) 머릿돌(정초석)의 한자 ‘정초(定礎)’가 조선총독부 초대 통감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로 확인됐다.
 

문화재청 21일 공식 발표

문화재청은 21일 “사적 제280호인 ‘서울 한국은행 본관’ 정초석의 ‘定礎’ 글씨가 이토 히로부미가 쓴 글씨라는 주장이 제기돼 20일 현지조사를 시행한 결과, 그의 글씨임이 확인됐다”고 발표했다. 한국은행 머릿돌이 이토 히로부미 친필이란 지적은 수년전부터 제기된 상태였지만, 문화재청의 고증 절차를 거쳐 공식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의 하마마츠시 문화유산 디지털아카이브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 [사진 문화재청]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의 하마마츠시 문화유산 디지털아카이브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에 따르면, 서체 관련 전문가 3인으로 구성된 현지조사 자문단이 ‘일본 하마마츠시 시립중앙도서관 누리집’에 있는 이토 히로부미 붓글씨 등 관련 자료를 참고해 고증작업을 벌였다. 1918년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 ‘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에서 ‘이등방문’ 이름이 새겨진 당시의 정초석 사진도 확보해 조사에 활용했다.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 '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1918)에 게재된 당시의 정초석 사진. 글씨 '定礎' 왼쪽에 '명치 42년 7월 11일 공작이등박문'이 새겨져 있다. [사진 문화재청]

조선은행이 간행한 영문잡지 'Economic Outlines of Chosen and Manchuria'(1918)에 게재된 당시의 정초석 사진. 글씨 '定礎' 왼쪽에 '명치 42년 7월 11일 공작이등박문'이 새겨져 있다. [사진 문화재청]

 
문화재청은 “정초석에 새겨진 ‘定礎’ 두 글자는 이토 히로부미의 묵적(먹으로 쓴 글씨)과 왼쪽 위에서 오른쪽 아래로 비스듬하게 내려쓴 획 등을 종합해 볼 때 이토 히로부미의 글씨에서 나타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초석에서 정초 일자와 이등박문 이름을 지우고 새로 새긴 ‘융희(隆熙ㆍ1907년부터 사용된 대한제국 마지막 연호) 3년 7월 11일’ 글씨가 이승만 대통령의 필치로 보인다고 의견이 제시되었으나 정확한 기록은 없는 상태며, 아마도 해방 이후 일본 잔재를 없애고 민족적 정기를 나타내기 위해 이승만 대통령이 특별히 써서 석공이 새긴 것이라 추정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화재청은 이번에 확인된 정초석 글씨에 대한 고증결과를 서울시(중구청)와 한국은행에 통보할 예정이다. 이후 한국은행이 내부 검토 후 정초석 글씨에 대한 안내판 설치나 ‘정초’ 글씨 삭제 등 문화재 현상변경 허가를 신청하면 문화재청은 관계전문가 등 다양한 의견수렴과 문화재위원회 심의 등을 거쳐 종합적으로 관리방안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서울 한국은행 본관은 1907년에 착공, 1909년 정초 후 1912년 조선은행 본점으로 준공된 건축물이다. 광복 후 1950년 한국은행 본관이 됐고, 1987년 신관이 건립되면서 현재 화폐박물관으로 사용되고 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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