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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사의 숨은 신' 농업사 대가 김용섭 연세대 명예교수 별세

김용섭 연세대 명예교수.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김용섭 연세대 명예교수. [사진 한국학중앙연구원]

'한국사의 숨은 신(神)'이란 별명을 가졌던 농업사(農業史)의 대가 김용섭 연세대 명예교수가 20일 노환으로 별세했다. 89세. 
 
고(故) 김용섭 명예교수는 1931년 강원도 통천(현 북한)에서 태어났다.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고려대·연세대 대학원에서 각각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58년 서울대 교수로 교편을 잡았고, 75년부터 연세대로 옮겨 강의와 연구를 이어나갔다. 97년 정년퇴임 뒤 명예교수로 남은 그는 2000년 7월 대한민국 학술원 회원이 됐다.
 
고인은 구한말에서 일제 강점기까지 근·현대 한국사회의 농업구조와 사회변혁 사상 연구로 당시 척박했던 한국농업사에 평생을 투신했다. 18~19세기 토지대장을 면밀히 분석해 '경영형 부농'이라는 새로운 시각으로 한국 농업의 내재적 발전론을 도출했다. 학계에선 "그의 실증적 연구로 일제 식민사학을 극복해 근대성의 기점을 조선 후기로 끌어 올렸다"는 평가를 받으며 '자본주의 맹아론' '내재적 발전론'의 대부로 꼽혔다.
 
그는 매일 도시락을 두개씩 싸서 연구실에 출근한 뒤, 종일 연구에 몰두하다가 도시락을 다 비운 뒤에야 연구실을 나선 것으로 유명했다. 그의 한 제자는 "꼼꼼하고, 한편으론 깐깐한 교수님이었다. 온종일 연구에 몰두하셨던 모습이 눈에 선하다"고 회고했다. 
 
그의 연구는『조선후기농업사연구(Ⅰ)(Ⅱ)』『조선후기농학사연구』『한국근대농업사연구(Ⅰ)(Ⅱ)(Ⅲ)』『한국근현대농업사연구』『한국중세농업사연구』『한국고대농업사연구』등으로 출판됐다. 지난 2월 한국학중앙연구원 '제1회 한국학 저술상' 수상작으로 그의 평생 연구가 선정돼 『김용섭 저작집 1∼9』으로 집대성되기도 했다.
 
고인은 당시 수상 소감을 통해 "6·25전쟁이 한창이던 1951년 '왜 우리가 전쟁을 해야 하는가'를 역사적으로 규명하고 싶어 역사학을 선택했다"며 "한국전쟁은 체제 간의 정쟁이라는 문제의식을 갖고 조선 후기의 체제와 근대체제 비교를 하며 그 뿌리로서 조선 시대 농업 문제를 연구하게 됐다"고 밝혔다.
 
중앙일보가 제정한 17회 중앙문화대상 시상식이 10일 오후 4시 중앙일보 6층 회의실에서 열렸다.올해 학술부문은 김용섭교수(연세대, 사진오른쪽)가 예술부문은 고은씨(시인)가 수상했다. [중앙포토]

중앙일보가 제정한 17회 중앙문화대상 시상식이 10일 오후 4시 중앙일보 6층 회의실에서 열렸다.올해 학술부문은 김용섭교수(연세대, 사진오른쪽)가 예술부문은 고은씨(시인)가 수상했다. [중앙포토]

 
생전 한국출판문화상 저작상, 연세대학교 연세학술상(1977), 치암학술상(1984), 중앙문화대상 학술상(1991), 국민훈장 동백장(1997), 성곡학술문화상(2002), 용재상(2009), 위당 정인보상(2019) 등을 수상했다.
 
유족으로는 부인 김현옥 씨와 아들 기중(서울대 의과대학 교수) 씨, 딸 소연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대병원 장례식장 2호실(2072-2011), 발인은 23일 오전 6시. 코로나19로 조문은 21일 하루만 가능하다.
 
고석현 기자 ko.suk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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