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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언제쯤이면 돈의 주인으로 살아볼 수 있을까?

기자
한익종 사진 한익종

[더,오래] 한익종의 함께, 더 오래(60)

돈의 노예가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돈의 노예가 되어 가는 사람의 공통점은 누가 보더라도 꽤나 부유하게 살면서도 ‘돈, 돈, 돈’을 외친다는 점이다. [사진 pikist]

돈의 노예가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돈의 노예가 되어 가는 사람의 공통점은 누가 보더라도 꽤나 부유하게 살면서도 ‘돈, 돈, 돈’을 외친다는 점이다. [사진 pikist]

 
나만을 위해 앞만 보고 달렸던 지난 시절을 뒤로하고 이제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비슷한 연배 중 ‘돈의 노예’가 되어가는 사람이 눈에 많이 든다. 돈의 노예가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돈의 노예가 되어 가는 사람의 공통점은 누가 보더라도 꽤 부유하게 살면서도 ‘돈, 돈, 돈’을 외치며, 많은 부를 쌓았으면서도 더 많은 부를 쌓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는 점이다. 또 하나의 공통점은 돈을 위해 많은 다른 것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그들을 보면 부자는 그냥 만들어진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부자가 되기 위해서는 그만한 노력과 희생을 치러야 한다고 본다. 내 판단으로 본다면 부를 쌓았다면 반드시 뭔가는 희생이 따랐을 거라는 얘기다. 그러고 보면 내 경우는 부를 쌓을 자질(?)과 태도가 부족했다고 본다. 그 대신 다른 것을 얻긴 했지만.
 
아주 오래전 직장생활 때 한일 양국의 최고 기업 총수들이 가진 자리에 배석한 적이 있었다. 대기하느라 무료해 하는 내 앞에 신이 나타나는 상상을 해봤다. 신은 두 손을 펼쳐 보이라고 하더니 한 손바닥에는 부와 명예, 권력, 지위를 주고 다른 한 손에는 개인적 삶, 가정, 건강을 주고는 하나만 선택하라고 했다. 신인 자신도 모두 갖고 있지 못하다고 하면서. 그때 나는 나를 위한 부와 지위, 명예보다는 다른 것을 선택했다.
 
어느 삶이, 어느 삶의 태도가 바람직하거나 옳은 삶이라는 것을 얘기하려는 것이 아니다. 요지는 인생후반부의 삶까지 자기의 이익만을 위해 고단하게 살아가야 하나를 심각히 고민해 보자는 취지다. 부유한 삶이 가난한 삶보다는 편한 건 맞다. 가능하면 부유하게 사는 게 행복해 보일 수도 있다. 그런데 돈이라는 게 참 묘하다. 종이 마치 주인 행세하는 듯 한다. 이게 어느 정도 많아지면 만족해야 하는데 자꾸 더 벌라고 종용한다. 한참을 그렇게 살다 보면 내가 무슨 앵벌이 생활을 하나 생각하다가도 더 버는 맛에 빠져 스스로 ‘더, 더~’를 외치게 된다. 다행히 이를 깨닫고 그 함정에서 빠져나오는 사람도 있지만, 대다수의 경우는 자기합리화 증후군에 빠져 그런 삶이 행복 공식이라고 자아도취에 빠지게 한다. 그러다 보면 종말에 가서 ‘내가~ 내가?’의 회한에 빠지게 되면서도.
 
‘3걸3사3기’라는 말이 있다. 그중 3기는 버리기·줄이기·나누기다. 인생후반부 삶에 있어 중요한 자세라고 말들을 한다. 욕심을 버리고, 가진 것을 줄이고, 이웃과 나누며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게 말이 쉽지 어디 맘대로 되어야 말이지. 대부분은 표정으로는 수긍하지만 마음속으론 거부하는 태도를 갖게 하는 야누스의 얼굴이다.
 
인생후반부에는 욕심을 버리고, 가진 것을 줄이고, 이웃과 나누며 살아야 한다. 그런데 말이 쉽지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사진 pikist]

인생후반부에는 욕심을 버리고, 가진 것을 줄이고, 이웃과 나누며 살아야 한다. 그런데 말이 쉽지 마음대로 되지는 않는다. [사진 pikist]

 
내가 내 손으로 집을 짓고, 내 손으로 폐가를 고쳐 사는 이유는 내 삶은 내 의지대로 살겠다는 의미도 있지만 낭비하지 않고 경제적으로 집을 마련하자는 속셈도 있었다. 내가 스스로 고쳐가면서 사용하고 있는 제주 집을 구경하고 가는 대부분 사람들의 심리는 이런 것 같다. ‘오~ 이럴 수도 있네? 괜찮네? 에이 그런데 그게 내 경우는 아니지’이지 싶다. 욕심을 버리고 이웃과 나누며 사는 삶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에이 그건 그럴 만한 사정이 있는 사람의 얘기이고, 나는 조금 더 벌어서 여유가 좀 생기면 그때 생각해 보지 뭐’가 아닐까.
 
중국 한시외전에 ‘수욕정이풍부지 자욕양이친부대(樹欲靜而風不止 子欲養而親不待)’라는 말이 있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으니 부모께 효도할 수 있을 때 하라는 계언이다. 이게 부에 대한 자세, 나누고 봉사하는 자세에도 적용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나중에, 나중에 하다가 삶을 마무리할 때 후회하면 무슨 소용인가? 돈의 노예로 살다가 언제 한번 돈의 주인이 돼 볼 것인가? 일전의 글에 어리석은 부자에 대한 우화를 소개한 바 있다. 쓰지도 못하고 이 세상을 떠날 경우 부자도 아니고 돈의 노예였을 뿐이다. 이를 알면서도 ‘나는 아니야’라는 사람이 의외로 많은 걸 보면 인간사 요지경속이라는 표현이 맞긴 맞다. 진정한 부자는 정승처럼 쓰는 사람이다. 정승처럼 쓴다는 것은 자신만을 위함이 아니라 이웃과 사회를 위해 기여하고 봉사하는 쓰임이다.
 
얼마 전 현역 최고령 의사로서 94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나신 한원주 원장의 부고를 접했다. 그가 이 세상에 남긴 말은 “힘내, 가을이다. 고맙다” 였단다. 끝까지 타인을 배려하는 말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셨다. 다른 이들에게 큰 울림을 주고 떠나셨다. 그 어떤 유산보다도 값지고 어마어마한 것을. 그의 유언을 듣고 ‘나에게~~’ 했다면 당신은 돈의 노예이다. 나는 평생을 이웃을 위해 봉사하고 나누신 그의 삶이 가장 큰 부자의 전형, 돈의 주인이셨다고 여긴다. 그분은 적어도 잘할 걸·그렇게 할걸·참을 걸이라는 ‘3걸’의 회한은 남기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나라 최고의 명품 수선장인인 명동의 어떤 분은 자신의 전 재산을 지방의 후학을 위해 써 달라고 기부한 바 있다. 평생을 어렵게 살면서 푼푼이 모은 돈을 자신을 위해, 자식에게 물려주지 않고 이웃을 위해, 사회를 위해 기부한 행위는 분명 돈의 노예로부터 벗어난 행위이다. 진정한 부자는 이웃과 공유하는 부를 가진 사람이다. 인생후반부를 살면서 점점 확실해지는 것이 있다. 돈이 조금 부족해서 생기는 걱정이, 돈이 많아서 이를 지키려고 더 벌려고 노심초사하는 것보다는 낫다는 생각이다.
 
신이 내 상상 속에서 한 말이 생각난다. “어느 것을 가질래? 둘 다 가질 수는 없다.” 돈의 노예가 되느니 돈 부족한 자유를 택하겠다. 마치 죤스튜어트 밀의 ‘배부른 돼지보다는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겠다’라는 말처럼. 돈의 노예가 아니라 돈의 주인이 되는 방법은 이웃과 사회를 위해 함께 나누는 것, 바로 정승처럼 쓰는 것이다. 인생후반부, 그러고 보니 버리기·줄이기·나누기의 3기의 실천이 돈의 노예가 안 되는 길인 것 같다.
 
푸르메재단 기획위원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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