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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유명 셰프서 곱창 트럭 사장 된 친구의 행복

기자
송미옥 사진 송미옥

[더,오래] 송미옥의 살다보면(162)

작은 음악회가 강변에서 열린다. 순조로운 진행이 마무리되어 대기 중인데 느닷없는 비 소식이 있다. 급하게 비 가림 천막이 쳐진다. 음악회장의 뒤편에도, 관객이 보이는 앞쪽에서도 다시 장비를 설치하고 맞추고 조율하느라 어수선하다. 인생사 뒤집히는 게 어디 한두 번이랴. 온종일 작업으로 만든 한 시간 짜리 야외 음악회가 다시 천막 속의 음악회로 변신했다. 부슬부슬 비가 내리고 사람이 하나둘 모여들었다.
 
음악회와 전혀 관련이 없으면서도 근처에 자리 잡고 참여한 전혀 다른 팀이 있다. 푸드 트럭이다. 따뜻한 차와 간단한 간식이 있다. 사람들이 들락날락하며 그곳을 찾는다. 반 평도 안 되는 좁은 공간엔 종종거리며 손님을 받는 중년의 남자가 있다. 트럭 안의 바리스타는 근사한 모자와 복장으로 멋을 냈다. 커피도 뽑고 토스트도 굽는다. 손이 재바르다. 깔끔한 매무새와 친절한 그 모습이 음악회와도 어울린다.
 
푸드트럭이 요즘은 양성화돼 고정적으로 한곳에 주차를 해놓고 장사를 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단속이 심했다. 음식을 팔다가도 단속이 오면 도망을 가야 했다. [사진 pxhere]

푸드트럭이 요즘은 양성화돼 고정적으로 한곳에 주차를 해놓고 장사를 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단속이 심했다. 음식을 팔다가도 단속이 오면 도망을 가야 했다. [사진 pxhere]

 
따뜻한 차 한 잔을 들고 음악을 감상하니 분위기가 더 좋다. 감사 인사를 하니 “어떤 장르의 음악인가 알아보고 그 분위기에 맞는 간식과 차를 밤새 연구했지요. 토스트 재료 준비하고 커피 갈고, 밤잠을 설치고 준비했답니다”는 말이 돌아왔다. 뻥이 들어간 것 같아도 나름대로 셰프 전문가 포스가 난다며 격려해 주니 함박 웃는다. 웃는 모습은 누구나 아름답다. 사람끼리 전해지는 마음을 전하는 격려는 보이지 않는 힘이고 보약이다.
 
IMF 때 큰 사업을 하던 친구가 삶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먹고 살기 위해 고급 전문가의 옷을 던져 버리고 자신이 잘하는 곱창 요리로 푸드 트럭을 시작했다. 요즘은 양성화돼 고정적으로 한곳에 주차를 해놓고 할 수 있는 장사지만 옛날엔 단속이 심했다. 음식을 팔다가도 단속이 오면 도망을 가야 했다. 잡히면 차를 뺏기고 벌금 물고 온갖 수난을 당하면서도 꿋꿋이 그 일을 한 이유는 아이들의 공부를 끝까지 시키려는 목표가 있었기 때문이다, 또한 엄마 마음을 헤아려 공부를 잘해준 자랑스러움이 온갖 수모를 이겼다.
 
월요일엔 왕십리를, 화요일엔 여의도를…. 새벽 장을 봐서 재료를 준비하고 그렇게 날마다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장소로 도착했다. 힘들어서 몇 번이나 그만두려고 했지만 계속하게 된 또 다른 이유는 깨끗한 재료에 별난 맛으로 소문이 나면서 트럭이 나타날 시간이 되면 지정된 장소에서 기다리는 고객 때문이었다. 어린 꼬마부터 나이든 노인까지 그날이면 나타난다는 것을 알아 가끔은 미리 나와 기다리고 있었다. “나의 뒷모습은 하루하루가 고달프고 쫓기는 일상이었지. 그래도 나를 기다려주는 그 사람들을 생각하면 어떤 고단함도 잊어버리고 다시 좌판을 펴는 힘이 되었단다.” 엊그제 그를 만나 역사가 된 옛날이야기를 나누며 밤을 새웠다.
 
글을 쓰며 너와 나 별것 아닌 삶의 한 조각을 이야기하고 공감하고 나누니 보람 있다. 일상을 건져 올리는 글쓰기는 식상한 하루에서 새로움을 발견해 색칠해보는 즐거운 선물이다. [사진 pxhere]

글을 쓰며 너와 나 별것 아닌 삶의 한 조각을 이야기하고 공감하고 나누니 보람 있다. 일상을 건져 올리는 글쓰기는 식상한 하루에서 새로움을 발견해 색칠해보는 즐거운 선물이다. [사진 pxhere]

 
음악회장에서 마주친 푸드 트럭을 생각하니 한쪽에서 별난 것 없이 살아가는 이야기 글을 호들갑스럽게 써나가는 내 모습 같다. 전문지식인도 아니고 잘 쓰라고 강요하는 이도 없고 꼭 해야 하는 이야기도 아니다. 배울 것도 기억할 것도 없다. 그래도 너와 나 별 것 아닌 삶의 한 조각을 이야기하고 공감하고 나누니 보람 있다. 일상을 건져 올리는 글쓰기는 식상한 하루에서 새로움을 발견해 색칠해보는 즐거운 선물이다. 또한 누군가의 격려와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보내주는 답글은 삶을 기운 나게 해준다. 
 
해는 지고 오소소 추워지는 해 질 녘에 혼자서 따뜻한 차 한 잔을 우려내 마신다. 비가 온다고 해서 빨래도 안 했는데 종일 구름 한 점 없는 날이다. 오늘 같은 날은 내가 계획하고 추구한 가치 있는 삶보다 별 시답잖게 살아온 인생을 잘 달이고 숙성하여 은은한 향의 글 차를 달여내는 욕심을 부린다. 반경 몇 ㎞ 안의 일상 이야기지만 푸드 트럭 안에서 종종거리며 자부심을 갖고 일하는 멋진 주인처럼 늦은 밤까지 이런저런 스토리를 뒤집고 까불려 본다. 누군가의 말처럼 세월의 고삐를 잡고 앞장서 가봐야겠다.
 
작은도서관 관리실장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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