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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경화 만나는 피살공무원 형 "면담 비공개, 정부 껄끄러워해"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오종택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달 28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생각에 잠겨있다. 오종택 기자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지난 달 서해 수역에서 북측에 의해 피살된 해양수산부 소속 공무원 이모(47)씨의 유가족을 21일 오전 만난다. 

숨진 이씨 친형 이래진씨 21일 외교부 청사 방문
외교부는 면담 장면ㆍ내용 공개 않고 '로키 대응'
"비공개에 여야 합의" 해명에 야당은 "금시초문"
韓, 작년 유엔 북한인권결의안 공동제안국도 빠져
이씨 "文에 웜비어家 편지 전달, 정부에 책임 물을 것"

 
 숨진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씨(이하 이씨)는 20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동생의 피살 경위와 책임 규명을 요구하며 “국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을 왜 개인이 이렇게까지 나서야 하느냐”며 “유엔에서 인권 문제를 오래 다뤘다는 강경화 장관에게도 외교부의 향후 대응 방안을 강력하게 요구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구체적으로 이씨는 “동생의 시신이 이미 중국 해역으로 유입됐을 수 있다”며 “중국의 관여는 북한에도 압박이 될 수 있고 유골 수습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에게 중국을 비롯한 주변국에 외교적으로 협조 요청을 했는지 등을 물을 계획이라고 한다.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북한 피격 사망 공무원 A씨의 형 이래진씨가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중구 한국프레스센터에서 외신기자들을 상대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씨는 또 유엔총회 북한인권결의안 채택 등에서 한국 정부가 국제사회에 목소리를 내 달라고 요청할 것이라고도 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북한인권결의안의 공동제안국에서 빠지는 등 북한 인권 문제에 '로키'로 대응해 왔다. 
 
 이와 관련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오는 23일(현지시간) 유엔에 북한 인권 보고서를 제출할 계획이다. 이씨 측은 킨타나 보고관에도 피살 사건을 상세히 제보했다. 
 

 면담 내용은 공개 않기로…이씨 "정부가 껄끄러워해"

 한편 이씨와 강 장관의 면담 형식과 관련해 외교부는 비공개 만남을 요청해 또 다른 논란거리를 낳고 있다. 외교부는 “장관의 면담 비공개는 국회 여·야 합의 사항”이라고 해명했지만, 정작 야당에서는 “금시초문”이라는 반응이다.
 
 이달 7일 외교부 국회 국정감사는 이씨의 증인 채택을 놓고 여·야가 충돌하며 오전 한때 파행을 빚기도 했다. 이날 오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은 국민의힘 등 야당 의원들의 압박에 “제가 한번 유가족들을 뵙고 경청해 보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그로부터 2주 만에 강 장관이 비공개로 면담을 진행하면서 북한을 비난하는 모양새를 최대한 피하려 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씨는 이와 관련 “강 장관뿐 아니라 현 정부 당국자들이 우리를 만나는 것을 껄끄럽고 부담스럽게 생각한다”며 “청와대도 계속 비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이제는 참는 데 도가 텄다”고 말했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로이터=연합뉴스]

토마스 오헤아 퀸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 [로이터=연합뉴스]

 
 '비공개 면담'에 대해 외교부 당국자는 20일 “국감 당시 여·야 합의에 따라 장관의 면담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반면 국회 외통위 소속 한 야당의원은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외교 장관의 면담 공개, 비공개까지 국회에서 합의할 이유가 없다. 사실이 아니다”며 “장관과의 면담을 쉬쉬하는 것은 유가족에 대한 적절한 대우가 아니다”고 반박했다.
 

 "웜비어 부부 서한 靑에 전달…文도 읽어야"

 
 이씨를 비롯한 유가족들이 20일 청와대에 고(故) 오토 웜비어 부모의 서한을 전달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씨는 “웜비어 부부가 우리에게 연대하는 마음을 보내줬는데 이걸 대통령도 봐야 한다”고 말했다.  
 

 2017년 북한에 억류됐다 식물인간 상태로 풀려나 사망한 미국 청년 웜비어의 부모는 지난 19일 이씨 서한을 보내 “당신과 우리는 모두 같은 김정은 정권의 거짓말과 끔찍한 학대의 피해자들”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월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열린 미국 연방의회 하원 의사당에 초대된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가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지난해 1월 30일(현지시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국정연설이 열린 미국 연방의회 하원 의사당에 초대된 오토 웜비어의 부모 프레드-신디 웜비어 부부가 참석자들의 기립박수를 받으며 눈물을 글썽이고 있다. [AFP=연합뉴스]

 
 이어 “우리 (미국)정부는 오토를 위한 정의 구현에 우리 가족과 함께하고 있다”며 “한국의 문 대통령도 이씨 가족의 권리를 위해 맞설 필요가 있다”고 했다. 문 대통령과 한국 정부에 정부 차원의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내용이 담겼다. 
 
 이씨의 조카이자 숨진 공무원의 아들도 문 대통령에게 재차 편지를 보냈다고 한다.
 
 이씨는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등 민사소송을 청구할 계획도 밝혔다. 이씨는 “북한에 손해배상을 요구해도 실질적으로 받아낼 길이 없지 않으냐”며 “이번 문제는 대한민국 정부에 책임 물어야 할 일이다.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유정 기자 uu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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