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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급하다" 소변 보고 말리면 주먹질···지하철 난동 5년새 500건

지하철 2호선 승강장. 연합뉴스

지하철 2호선 승강장. 연합뉴스

지하철은 친근한 대중교통 수단이지만 정작 지하철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승객들의 폭언과 폭행에 속수무책인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5년간 지하철역 직원 폭언·폭행 500건
5월 이후 지하철 마스크 미착용 3만2611건

20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광주 북갑)에 따르면 서울 지하철 1~8호선 역사에서 2016년부터 올 8월까지 지하철 직원을 상대로 한 승객의 폭언과 폭행 건수가 500건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 달 평균 9건에 이르는 빈도로 직원들이 승객으로부터 막말을 듣거나 폭행에 시달리는 셈이다. 서울교통공사가 조 의원실에 제출한 5년간의 폭언·폭행 사례를 들여다봤다.
 

①'술김에' 백태…소변 보고 난동 피우고

지난 8월 말 기준 집계된 역사 내 직원들의 폭언과 폭행 피해 현황을 보면 주된 원인은 '술'인 것으로 드러났다. 전체 누적 발생 건수의 65.8%(329건)가 주취폭력이었다. 지하철에 술을 마시고 탄 채 난동을 피우거나 폭력을 행사하는 경우가 이에 해당한다.
 
만취 승객의 폭언과 폭행은 막무가내였다. 2017년 3월 술에 취한 20대 남성은 화장실로 안내하던 사회복무 요원에게 막말을 하고 주먹질을 했고, 또 다른 20대 남성은 술에 취해 2호선 아현역에서 "화장실 출구가 보이지 않는다"면서 역사 여직원의 배를 때리기도 했다. 일부 승객은 "화장실이 멀다" "화장실이 급하다" 등의 이유로 난동을 피웠다. 모두 술김이었다.
 
2018년 8월엔 50대 남성이 3호선 남부터미널역에서 "카드 사용이 안 된다"며 지하철 직원에게 욕설하다 직원을 때리는 일이 발생했다. 폭언과 폭행으로 이어지는 만취 승객의 이유는 그야말로 다양했다. “내 바지가 틀어졌다”(50대 남성·2호선 역삼역)면서 폐쇄회로TV(CCTV) 카메라를 확인해 달라고 요구해 직원들이 근무하는 사무실로 들어오자마자 근무하던 직원을 때린 일도 있었다. 술에 취해 전동차에 누워있거나 “교통카드가 안 된다”는 이유로 난동을 피운 경우도 있었다. 
 
지난 1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통근자 등 시민들이 지하철 2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8일 오전 서울 구로구 신도림역에서 마스크를 착용한 통근자 등 시민들이 지하철 2호선으로 환승하기 위해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엔 7호선 까치울역에서 술 취한 50대 남성이 자전거를 휴대하고 지하철을 타려다 제지를 당하자 직원에게 자전거를 집어 던진 일이 있었다. 에어컨이 욕설의 이유가 되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5호선 마천역에선 50대 남성이 지하철에서 “에어컨이 너무 춥다”고 비상인터폰으로 기관사에게 항의하다 역사 고객상담실까지 찾아가 직원에게 욕설을 내뱉었다. 
 
지난 1월엔 8호선 중화역 직원들이 속앓이를 했다. 술에 취한 60대 남성이 대합실에서 소변을 보고 있다는 신고가 들어왔다. 직원들이 출동해 말렸지만 돌아온 것은 욕과 주먹질이었다. 
 

②지하철서 담배 피우고 막말 불사

공사 직원들이 폭언을 들어야 했던 계기로는 부정승차(11%·55건)가 많았다. 부정승차를 적발한 직원에게 되레 화를 내거나 폭행까지 하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지하철 이용자끼리 다투거나 시위 장소를 안내하는 등의 '질서저해'(9%·45건) 건이 많았다. 
 
질서저해 사례 중엔 '흡연'도 상당했다. 2017년 2호선 강남역에선 담배 때문에 소동이 일었다. 20대 남성 승객이 역무실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을 보고 직원이 이를 말리자 폭행을 했다. 결국 이 승객은 현장 출동 경찰에 현행범으로 체포됐다. 열차 내에서 담배를 피운 사례도 있었다. 지난 1월 4호선 창동역엔 '열차 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이 있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40대 남성에게 흡연 중단을 요구했는데 돌아온 것은 막말과 폭행이었다.
 
지하철 내 소동은 천차만별이었다. “교통비를 빌려달라”(2017년 7호선)부터 “(교통카드) 충전할 때까지 못 간다”(2018년 5호선)며 고집을 피우다 직원을 때린 사례도 있었다.
 
난동은 성별을 가리지 않았다. 2016년 12월엔 홍대입구역에서 한 20대 여성이 지하철표 발매기 앞에서 지폐를 채워 넣고 있는 직원에게 “기계 관리를 똑바로 안 하냐”며 욕설을 했다. 지난해 12월엔 남자 화장실을 사용하던 50대 여성 승객이 직원이 출동하자 화장실에서 난동을 피웠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승객들을 폭행한 50대 남성 A씨가 지난 8월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월 27일 오전 7시25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구간을 지나던 열차 안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승객 2명을 폭행한 혐의다. 뉴스1

출근길 지하철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승객들을 폭행한 50대 남성 A씨가 지난 8월 서울 양천구 남부지방법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고 있다. A씨는 지난 8월 27일 오전 7시25분쯤 서울 지하철 2호선 당산역 구간을 지나던 열차 안에서 마스크 착용을 요구한 승객 2명을 폭행한 혐의다. 뉴스1

③코로나에 늘어난 '마스크 분풀이'

올해 들어 지하철역사 직원들에게 마스크는 또 다른 경계 대상이 됐다. 코로나19로 지난 5월부터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이 의무화되면서 단속하는 직원에게 폭언하고 때리는 사건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31일엔 7호선에서 60대 남성이 마스크 미착용으로 단속에 걸리자 “마스크를 잃어버렸다”고 둘러댔다. 직원이 지하철 편의점으로 안내하자 “비싸다”며 돌아와선 해당 직원에게 욕을 하고 때리려 했다. 
 
지난 6월에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대합실 자판기 마스크 이용 문의가 들어와 직원이 자판기에서 마스크를 직접 뽑아줬지만 돌아온 것은 욕과 폭언이었다. “마스크를 써달라”는 말을 했다는 이유로 승객에게 맞거나 “손 소독제가 떨어졌다”는 말에 분노한 이용자로부터 폭언을 듣는 사례도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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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서울 강서을)에 따르면 지난 5월부터 9월 말까지 마스크 미착용 단속은 3만2611건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교통공사는 이 가운데 마스크 착용을 거부한 10명에게 과태료를 물렸다. 나머지에 대해선 계도 조치가 이뤄졌다. 마스크 위반은 2호선(1만5356건)이 가장 많았고 4호선(3856건)과 5호선(3614건)이 뒤를 이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역사 직원들의 고충이 늘어나자 응대 매뉴얼을 만들었다. 폭언과 폭행을 당한 경우 현장 청취 방법을 담았고 고소나 고발 같은 강경대응책도 마련했다. 하지만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직원이 늘면서 '마음건강센터'를 통한 상담도 지원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역사 직원들은 승객들에게 최대한 친절하게 응대하려 하고 있으나 음주 상태 고객인 경우엔 속수무책인 경우가 많다”며 “역사 직원들이 감정노동자라는 점을 승객들이 이해하고 노력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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