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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시평] 한국전쟁 70년의 절대 전환 절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20세기의 인류사적 비극인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서도 이 땅의 공고한 평화는 아직 멀다. 특히 비핵평화의 길은 더욱 멀어지고 있다. 부끄러워 후대와 세계에 낯을 들기 힘들 정도다. 우리 시대 전쟁 부재의 직접적 배면에 가공할 핵전쟁의 가능성을 미래에 넘겨줘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통일 폭력의 절정 한국전쟁 70주년
한국 국민 살상과 재산 파괴 재발
기존의 민족과 통일 관념 중단하고
국가·보편관계로 비핵평화 해내야

10월 5일 평양 김일성 광장에서 거행된 조선로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은 창군 기념행사처럼 군사 위주였다. 무엇보다 세계 최고 수준의 최첨단 무기들의 과시 행사였다. 최고지도자 좌우도 모두 군인이었다. 더욱이 연설에서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최강의 군력’과 ‘평화 수호’를 일치시킨다. “우리 국가와 인민의 자주권과 생존권을 건드리거나 위협을 줄 수 있는 세력은 선제적으로 제압할 수 있는 군사적 능력”을 말한다.
 
앞선 7·27 연설에서 그는 “우리는 핵보유국에로 자기발전의 길을 걸어왔으며” “전쟁은 넘볼 수 있는 상대와만 할 수 있는 무력충돌” “이제는 그 누구도 우리를 넘보지 못한다” “우리의 자위적 핵 억제력으로 하여 이 땅에 더는 전쟁이라는 말은 없을 것”을 천명한다. 그는 핵무장과 평화 보장을 등치시킨다. 비핵화와 평화를 일치시키는 한국 및 세계와는 정반대다.
 
‘피침 위협=군사 국가=핵 무장=평화 보장’의 현실 인식이 70년 전의 한국전쟁에 대한 완전한 역사 왜곡의 산물이라는 점은, 일정한 시간 내의 교정의 가능성을 회의케 한다. 1950년 선제 군사공격을 비밀리에 결정할 때에, 스탈린과 김일성은 한국에 의한 북침으로 위장한 계획을 세운 뒤 전면적 반(反)공격을 침략의 명분으로 삼았다. 이후 북한의 모든 상하 지도자들과 인민들은 이 허위날조를 역사적 진실이라고 굳게 믿는다. 북한의 공식 문건들은 전쟁 언급 시 남한의 ‘과거의 북침 사실’ 날조와, ‘현재의 북침 연습’ 비난에 관한 한 예외가 없다. 심지어 올해는 군사력 부족으로 인한 70년 전 낙동강 전선에서의 후퇴와 통일 실패를 아쉬워하는 섬뜩한 언설도 다수였다.
 
전쟁 70년을 맞아서도 남북관계의 본질은 변하지 않았다. 북한은 각종 남북 합의 및 국제법규를 위반하여 서해에서는 한국 국민의 생명을 살상하고, 개성에서는 우리의 국가 재산을 일방적으로 폭파하였다. 그러나 문제는, 70년의 경과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가 국민 생명과 국가 재산의 일방적 침손이 발생해도 어떠한 보편적 국제법적 준거와 책임, 처벌과 배상을 요구·적용·실행할 수 없는 전혀 잘못된 구조라는 점이다. 한국에겐 지구상에 존재하는 단 하나의 예외관계다.
 
다른 국가에서 한국 국민의 생명 살상과 재산 파괴가 불법적으로 자행되었다면 보편적 원칙과 규율의 엄정한 적용이 가능하였을 것이다. 국가는 국민 생명과 재산을 지키라고 존재하는 것이다. 생명을 살상당해도 재산을 폭파당해도 정당한 구제의 절차와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한 비정상 상태는 반드시 혁파되어야 한다. 이제 본질을 타파하자. 즉 남북관계는 악화와 개선이 아니라 개혁과 대체의 대상이 아닐 수 없다.
 
평화 공존을 위한 국가 대 국가 관계. 기본조약체제로의 전환을 말한다. 최악의 통일 폭력이었던 한국전쟁을 성찰할 때, 민족과 남북, 분단과 통일에 대한 환상을 넘어, 각자 주권과 공존, 체제와 이념에 대한 상호 인정을 통해 항구적 독립평화의 길로 가야 한다. 남북통일을 위한 폭력 구조를 독립 공존을 통한 항구 평화로 바꾸어야 한다.
 
그 후 자유와 인권, 주권과 독립, 생명과 재산에 대한 보편적 가치와 법칙을 세계와 함께 확고히 준수하도록 하면 된다. 70주년에 맞는 국민 생명 망실과 국가 재산 파괴, 그리고 그러한 현실에 대한 속수무책에도 불구하고 시대착오적 민족주의와 통일 패러다임에 묶여 있다면 미래에도 생명과 평화 질서의 안착은 불가능하다. 통일 폭력의 절정 한국전쟁 70주년을 맞아 보편주의와 평화 패러다임으로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된다. 인식도 법령도 관계도 대응도 모두 바꾸자.
 
분단의 길을 한국보다 훨씬 먼저 1945년 10월 5일부터 달려갔었던 북한의 지도자는 앞의 75주년 연설에서 “앞으로 75년이 아니라 750년, 7500년” 계속될 당의 미래를 언급한다. 명확한 영구독립의 의지다. ‘핵무장=평화보장’ 인식에 미래 75년·750년을 결합하면 어떻게 되나? 이런 인식과 핵무기를 갖는 상대와 여전히 민족과 통일의 인식과 관계를 지속할 것인가?
 
한국전쟁 70주년 연설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말한다. “남북 간 체제 경쟁은 오래전에 끝났다. (…) 우리는 평화를 추구하며 함께 잘 살고자 한다. (…) 통일을 말하기 이전에 먼저 사이좋은 이웃이 되길 바란다.” 이걸 하면 된다. 형제와 동족을 ‘사이좋은 이웃’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야당 대표 역시 전쟁 70주년 전날 남북관계에 대해, 한 민족이라는 관점을 넘어 두 나라로 인정받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국제적 관점에서 생각하자고 말한다. 이웃과 두 나라는 같은 말이다. 상대는 7500년을 말한다.
 
전쟁 70주년을 맞아 남북과 여야 사이에 모처럼 이루어진 독립 평화로의 일치다. 그걸 제도화·현실화·항구화하면 된다.
 
박명림 연세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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