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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성1호 언제 멈추나" 백운규 원전 위법 부른 文의 한마디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영구 가동중단은 언제 결정됩니까?”(문재인 대통령)
 

감사원, 월성1호기 감사결과 발표
문 대통령 “언제 영구정지?” 물은 뒤
백운규, 조기 중단 산업부에 지시
경제성 평가 최종 결론 달라져
탈원전 맞추려 절차 수차례 위반

조기폐쇄 추진방안 요구한 비서관
감사위 직권심리했지만 판단 안 해

한수원, 회계법인에 단가 수정 요구
경제성 평가 1778억→224억 낮춰

야당 “탈원전 공약 맞춰 치밀 작전”
백운규 “중간과정 개입한 적 없다”

2018년 4월 3일 산업통상자원부 A과장은 전날 청와대의 한 행정관에게 들은 문 대통령의 발언을 백운규 당시 산업부 장관에게 보고했다. 청와대의 한 보좌관이 월성 1호기를 방문한 뒤 “원전 외벽에 철근이 노출됐다”고 청와대 내부보고망에 올리자 이를 본 문 대통령이 했다는 질문이다.
 
문 대통령의 발언을 들은 백 전 장관은 바로 A과장에게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가 경제성, 지역 수용성 등을 고려해 폐쇄를 결정한다고 하면 다시 가동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느냐”고 질책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한수원 이사회의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을 중단하는 것으로 재검토하라”고 지시했다.
 
기존에 산업부가 작성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추진방안 및 향후 계획’ 보고서에는 한수원 이사회가 폐쇄 결정을 하더라도 월성 1호기를 즉시 가동중단하는 것보다 2년 더 운영하는 것이 경제성이 있다고 돼 있었다. 한수원도 그것을 원했다. 청와대도 2017년 12월 산업부 보고 때 2년 더 운영한 후 폐쇄해도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백 전 장관이 문 대통령의 발언을 전해듣고 질책하는 바람에 A과장은 보고서를 ‘조기폐쇄 결정과 동시에 즉시 가동을 중단한다’는 방향으로 수정했다. 이에 대해 감사원은 “절차적 합리성을 갖춘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이 20일 발표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의 타당성 점검’ 감사보고서에는 이처럼 산업부가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기조를 맞추기 위해 절차를 어긴 사례가 다수 담겨 있다. 이번 감사는 지난해 9월 국회의 요구로 시작됐다. 최종 감사 시한(지난 2월 말)을 8개월 가까이 넘기며 감사를 진행해 내놓은 결과다.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가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론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20일 오후 경주시 양남면 월성원자력발전소에 가동이 정지된 월성 1호기(오른쪽)가 보인다. 감사원은 이날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타당성' 감사 결론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감사보고서엔 산업부가 청와대 눈치를 보며 한수원을 압박하는 장면도 나온다. 2018년 3월 산업부에선 A과장과 한수원 직원이 참석한 월성 1호기 관련 회의가 열렸다. A과장은 한수원 직원들에게 “대통령비서실에서 6월 19일(고리 원전 1호기 정지) 1주년 행사와 관련해 민감하게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2017년 6월 고리 1호기 영구정지 선포식에 참석해 “원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해 원전 중심의 발전정책을 폐기하고 탈핵 시대로 가겠다”고 밝혔다. 그만큼 고리 1호기 정지는 현 정부 탈원전 정책의 상징적 이벤트였다. 결국 고리 1호기 정지 1주년 행사 사흘 전인 6월 16일 한수원은 예정에도 없던 이사회를 긴급 소집해 가동중단을 결정했다.
 
또 감사원은 월성 1호기 계속운영의 경제성은 “불합리하게 낮게 평가됐다”고 지적했다. 월성 1호기의 경제성은 조기 폐쇄 결정의 핵심 근거였다. 실제로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경제성이 떨어져 조기 중단하기로 했다”고 말했다.
 
그동안 야권과 원자력 학계는 경제성이 조작됐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한수원은 2018년 3월 자체 평가보고서에서 월성 1호기를 2022년까지 계속 가동하면 3707억원의 이익이 발생한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5월 경제성 평가 용역을 맡은 삼덕회계법인 분석(초안)에선 1778억원으로 줄었고, 산업부·한수원·삼덕회계법인이 모여 회의한 뒤인 5월 14일엔 224억원으로 줄었다.
 

산업부 공무원만 “징계” … 청와대 비서관은 문책 피해갔다 

월성 원전 1호기 운행 및 감사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월성 원전 1호기 운행 및 감사 일지. 그래픽=신재민 기자 shin.jae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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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원은 산업부와 한수원이 2018년 5월 11일 회의를 하며 삼덕회계법인에 원전 판매단가를 자신들의 전망단가로 변경하도록 했는데, 이 단가가 너무 낮다고 지적했다. 2017년 기준으로 한수원 전망단가는 55.08원/㎾h인데 실제 판매단가(60.76원/㎾h)보다 9.3% 낮았다. 또 한수원은 정확한 경제성 추정을 위해서는 원전 이용률 등을 수정해야 하는데도 이를 삼덕회계법인에 알리지 않았다. 감사원은 가동중단 시 감소되는 비용은 “과다하게 추정됐다”는 점도 지적했다.
 
월성 1호기 경제성 평가에 참여했던 삼덕회계법인의 직원은 경제성 평가 보고서 초안 검토 회의를 한 뒤인 5월 24일 한수원 직원에게 전자메일을 보냈다. 그는 “처음에는 정확하고 합리적인 평가를 목적으로 일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한수원과 정부가 원하는 결과를 맞추기 위한 작업이 돼버린 것 같아 기분이 씁쓸합니다”라고 썼다.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

회계법인의 경제성 평가

다만 감사원은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결정이 타당했는지에 대해서는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의 범위는 월성 1호기 즉시 가동중단 결정의 고려사항 중 경제성 분야 위주”라며 “한수원 이사회의 의결 내용에 따르면 즉시 가동중단 결정은 경제성 외에 안전성이나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는 것이므로 이번 감사 결과를 가동중단 결정의 타당성에 대한 종합적 판단으로 보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밝혔다. 정부의 에너지전환 정책이나 월성 1호기 조기폐쇄를 추진하기로 한 정부의 정책 결정은 감사 범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점도 명확히 했다.
 
다만 경제성 평가의 문제를 지적하고도 조기 폐쇄 결정의 타당성에 대해서는 판단을 유보한 ‘절충적 결론’이 나온 것은 감사위원회 내부의 충돌 때문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감사위는 4·15 총선 전 사흘 동안 회의를 열었지만 결론을 못 내고, 재감사에 들어가 지난 7일부터 엿새 동안 회의를 다시 열어 최종 보고서를 의결했다. 최재형 감사원장과 여권 성향의 감사위원 간에 갈등설도 나왔다. 감사원 관계자는 “최종 감사보고서는 감사위원 간 만장일치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감사 결과, 검·경에 참고자료로 제출
 
청와대·산업부·한수원 간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청와대·산업부·한수원 간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

감사원은 누구도 형사고발 조치를 하지 않았다. 백운규 전 장관에 대해 “비위 행위가 국가공무원법 제56조(성실의무)에 위배된 것으로 엄중한 인사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하지만 이미 공직에서 물러나 한양대 교수로 재직 중이기 때문에 인사자료로 활용하라는 정도의 ‘인사자료 통보’ 조치만 했다. 정재훈 한수원 사장은 직원들을 제대로 관리감독하지 못했다며 ‘주의 요구’를 했다. 월성 1호기 관련 자료를 무단 삭제한 산업부 공무원 2명에 대해서만 산업부에 징계요구를 했다. 조기폐쇄 추진방안을 요구한 청와대 비서관에 대해선 감사위원회 직권심리까지 했으나 별도 판단을 하지 않았다. 
 
다만 감사원은 백 전 장관과 정 사장에 대한 감사 결과를 검찰과 경찰에 수사 참고자료로 제출할 예정이다. 범죄가 명확하지는 않지만 감사 내용과 관련해 고발조치가 될 경우 범죄 내용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는 이유다. 백 전 장관은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고발된 상태다.
 
청와대는 공식 입장을 내지 않았다. 청와대 관계자는 이날 “(전문을) 확인한 뒤 필요하면 입장을 내겠다. 그러나 낼 것이 없을 것으로 본다”며 “더구나 청와대 사안이 아니다. 에너지 정책과 관련해서는 부처에서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산업부는 감사 결과에 대해 “경제성을 제외한 안전성, 지역 수용성 등을 종합 고려한 월성 1호기 조기폐쇄 결정에 문제가 있다고 확인되지 않았으므로 월성 1호기 조기 폐쇄에 대한 향후 정책 추진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며 “기존 에너지전환 정책을 흔들림 없이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산업부 “기존 에너지전환 정책 계속”
 
백 전 장관은 “최종 보고를 받은 것 외에는 중간 과정에 개입한 적이 없다”며 “실무자끼리는 자유로운 의견을 주고받을 수 있는 것이지 압력을 행사하거나 그런 것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이어 “(감사원이) 경제성 분석을 회계상 내용만 가지고 했는데 안정성 등 외부 비용을 빼고 판단할 수는 없다”고도 했다. 한수원은 “원칙적으로 수용한다”며 “관계부처인 산업부와 협의해 원전 계속 가동의 경제성을 객관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지침을 마련하는 등 후속조치를 성실히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최형두 원내대변인은 “문재인 대통령의 ‘탈원전’ 공약 실천을 위해 청와대와 정부가 군사작전을 하듯이 월성 1호기 폐쇄에 나섰던 정황이 그대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재형 감사원장이 정부·여당의 압박과 정권 핵심 하수인들의 저항으로 국가정책 결정 과정의 위법행위를 밝혀내고도 이 같은 결정의 최종 배후, 법적 책임을 밝혀내지 못한 점에 주목한다”며 “헌법상 감사 기능까지 파괴하고 있는 문 정부의 폭정에 분노한다”고 말했다. 반면에 신영대 더불어민주당 대변인은 “감사원이 발표한 결과는 일부 절차 미흡에 따른 기관경고와 관계자 경징계에 불과하다”고 주장했다.
 
윤성민·김남준 기자 yoon.sung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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