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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똑똑한 'AI 친구' 숨긴다"…네이버 AI총괄이 창업한 이유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트가 이달초 발표한 전세계 '유니콘' 기업 490곳 중 인공지능(AI) 기업은 46곳이다. 기업가치 1조원 이상으로 평가받는 유니콘 10곳 중 1곳은 4차산업혁명 시대의 핵심 기술로 꼽히는 AI 기술 기업이란 얘기다. 이들 AI 유니콘 대부분은 미국·중국 기업이다. 한국 기업은 한 곳도 없다. 국내 유니콘 기업 12곳 대부분은 모바일·커머스 서비스 기업이다
 
이런 가운데 '한국 AI 유니콘' 1호에 도전하는 스타트업이 최근 설립됐다.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는 이달초까지 네이버에서 AI 연구조직 클로바 사내법인(CIC)을 이끈 김성훈 홍콩과학기술대 교수가 차린 스타트업이다. '업스테이지'란 AI로 세상을 '올려준다'(up)는 의미다.
세계적인 AI 연구자인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그는 이달초 네이버를 나와 AI 트랜스포메이션 전문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를 세웠다. 업스테이지는 국내외 기업들이 AI 기술로 혁신할 수 있는 부분을 파악, 여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AI 모델 및 시스템 구축을 돕는다. [업스테이지]

세계적인 AI 연구자인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 그는 이달초 네이버를 나와 AI 트랜스포메이션 전문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를 세웠다. 업스테이지는 국내외 기업들이 AI 기술로 혁신할 수 있는 부분을 파악, 여기에 필요한 기본적인 AI 모델 및 시스템 구축을 돕는다. [업스테이지]

 
김 대표가 네이버에서 나와 창업한다는 소식에 스타트업 업계는 물론 국내외 AI 학계에서도 관심이 쏟아졌다. 네이버에 합류하기 전 이미 세계적 수준의 AI 연구자로 평가받던 그의 행보는 뉴스다. 김 대표는 ICSE(세계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학회), FSE(소프트웨어엔지니어링재단) 등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 커뮤니티에서 우수 논문상을 4회 수상했다. 이들 학회에 논문 두세 편만 등재해도 교수 임용 제안이 쏟아진다고 한다. 김 대표는 2009년부터 몸담은 홍콩과기대에 휴직계를 내고 2017년 네이버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번엔 AI 스타트업을 직접 세웠다.
 
지난 14일 김 대표를 서울 동교동에서 만났다. 회사를 설립한지 얼마 되지 않아 사무실도 아직 없다고 했다. 김 대표를 포함해 총 10명이 업스테이지에 합류했다. 네이버·엔비디아 등 국내외 IT 기업 출신들이다.
 
김 대표는 이번이 두 번째 창업이다. 대학생이던 1995년 한국최초로 한글검색엔진 '까치네'를 개발해 웹 시장에 입문, 2년 뒤 벤처 '나라비전'을 공동 창업했다. 나라비전에서는 삐삐와 휴대폰으로 메일 도착을 알려주는 '깨비메일'을 개발했다. 20여 년만에 창업을 또 결심한 이유를 물었다.
 
AI 연구에 집중하기엔 스타트업보단 네이버가 훨씬 나은 환경 아닌가.
"네이버에서 AI 연구 조직을 꾸리고, 기술을 개발했다. 기술을 토대로 솔루션을 만들어 실제 서비스에 적용하고 수익도 창출했다. 한 '싸이클'을 돌았다고 생각한다. 기술부터 사업까지 모두 성공적으로 경험한 이는 국내는 물론 해외에도 손 꼽힐만큼 드물다. 나와 우리 팀의 이런 경험을 많은 기업들이 알고싶어 하더라. 더 많은 회사들이 성공적인 'AI 트랜스포메이션(전환)'을 할 수 있게 돕는 일을 하고 싶었다."
 
업스테이지는 기업의 AI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를 돕는 AI 전문 스타트업이다. [업스테이지]

업스테이지는 기업의 AI 트랜스포메이션을 가속화를 돕는 AI 전문 스타트업이다. [업스테이지]

업스테이지는 국내외 기업들이 AI 기술로 혁신할 수 있는 부분을 파악, 필요한 AI 모델과 시스템 구축을 돕는 회사다. 또 기업들이 AI 인재를 꾸준히 양성할 수 있게 각종 교육·실습 인프라도 제공할 예정이다. 회사를 세운지 한 달이 채 안 됐지만 이미 국내 금융·통신 대기업들과의 협력을 추진하고 있다.
 
김 대표는 업스테이지의 사업 모델을 'AI 로켓을 만드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업스테이지가 만든 AI 로켓에는 자리가 많다. 여러 기업들이 함께 탈 수 있다. 업스테이지 로켓 안에서 달리면서 클라이언트 기업 내부에 추진력이 생기고 가속도가 붙을거다. 이후에는 추진체를 분리하고 각자 갈 길을 가면 된다. 내가 네이버에서 이런 로켓을 성공적으로 발사시킨 경험이 있고, 이 로켓에 어떤 인재를 채워야하는지 경험해봐서 잘 안다. 그래서 이런 사업을 구상했다."

 
사업은 기술 연구와는 차이가 있다. 실패에 대한 두려움은 없나.
"20년 전 창업은 공동창업이었고 난 기술만 담당해서 사업에 대해선 모르는 게 많았다. 지금은 선장이라는 책임감, 그리고 전체 방향을 봐야한다는 부담감이 있다. 그러나 AI 연구에 빗대자면, 좋은 기술을 학습하려면 새로운 데이터를 계속 들여와야 한다. AI의 음성인식률을 높이려면 서울말만 학습할 게 아니고 경상도 사투리도 배우는 것처럼. 나는 새로운 데이터를 접하는 것 자체가 성공이라고 본다. 창업이라는 새로운 배를 타고 떠나 것 자체가 이미 성공이다. 그 이후 결과는 또 다른 성공일거다."
 
네이버에서의 성과를 자평한다면.
"AI에 대한 네이버의 절박함이 느껴져서 합류했었다. 초창기 내가 맡은 팀엔 딱 3명이 있었는데, 내가 네이버를 관둘 땐 이 조직이 250명으로 커졌다. 인재 영입을 위해 불철주야 뛰었다. 주말에도 인사팀에 전화해서 영입할 직원들의 연봉 협상을 진행했다. 국내 최초로 AI 해커톤(기획자 등이 마라톤하듯 긴시간 아이디어, 결과를 도출하는 행사)를 개최했고, 410(매일 4시 10분 자기가 하고싶은 연구 발표하기), 210(매일 2시 10분엔 자기가 읽고싶은 페이퍼 가져와서 읽기) 등 새로운 제도를 사내에 만들었다. 이렇게 되니 네이버가 세계적인 AI 논문을 발표하는 게 자연스러운 일이 됐다. 인재를 뽑고 좋은 결과를 내는 선순환이 일어나니 압도적으로 잘하는 친구들이 네이버에 들어왔다. 우리가 만든 AI 기술은 오늘날 네이버 서비스 100여 개에서 구현되고 있다. 그러나 나는 내가 만든 로켓에 다른 회사들을 태우고 싶었다. 이런 일을 네이버 안에선 할 수 없었다. 네이버를 나와 창업했지만, 네이버와는 앞으로도 다양한 협력을 이어갈 계획이다."
 
네이버에서 퇴사를 만류했을 것 같다.
"퇴사를 설득하기까지 3개월이 걸렸다. 그래도 업스테이지의 사업 모델을 설명하니 다들 내 도전을 수긍했다. 많은 네이버 관계자들이 격려해줘서 감사하다."
 
김 대표는 AI를 공부하는 학생들에게는 '모두를 위한 딥러닝'이란 강의로 유명하다. 그는 2007년부터 유튜브에서 딥러닝을 쉽게 설명하는 강의 영상을 올렸다. 그의 유튜브 채널 '성 킴(김 대표의 영어이름)' 구독자는 5만 명 이상이다. 김 대표는 딥러닝 전공자들을 위한 페이스북 커뮤니티 '텐서플로우 한국'에서도 활발하게 활동한다. 그는 "재미있는 영화나 맛있는 음식을 주변에 알려주고 싶듯, 딥러닝도 그렇더라"며 "딥러닝처럼 좋은 기술을 발견하는 즉시 많은 이들에게 소개하고 싶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가 네이버 시절 동료들과 함께 박람회에 참가한 모습. 김 대표는 이달초까지 네이버 클로바에서 AI 연구를 총괄하다 퇴사 후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를 창업했다. [업스테이지]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가 네이버 시절 동료들과 함께 박람회에 참가한 모습. 김 대표는 이달초까지 네이버 클로바에서 AI 연구를 총괄하다 퇴사 후 스타트업 '업스테이지'를 창업했다. [업스테이지]

코로나19는 AI와 같은 혁신 기술에 대한 수요를 폭발시켰다. 언택트 기술·서비스가 각광받는 시대다. 김 대표는 "사람들이 예전에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 것들을 이제는 '안 되면 불편하다'고 느끼는 세상이 됐다"며 "기술을 필요로 하는 영역이 일상생활까지 확대되면서 혁신 속도가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한국은 AI를 잘할 수 있는 나라인가. 미국·중국에 비하면 기술력도, 인프라도 부족하지 않나.
"한국인의 가장 큰 장점은 '시급성'이다. 한국 기술이 빠르게 발전할 수 있는 원동력이다. 미국·중국과 쌀 재배량은 비교하지 않지만, AI 기술은 미·중과 비교하고 붙어보려 한다. 이런 기질 덕분에 우리는 1등을 할 수 있다. 네이버는 이미 아시아 수준을 뛰어넘는 논문을 계속 내고 있다."
 
원론적인 질문인데 AI는 왜 필요한가.
"AI는 이렇게 보면 된다. 학교에서 똑똑하고 머리회전도 빠른데, 심지어 내가 물어볼 때 친절하게 답해주는 친구 있지 않나? AI는 그런 존재다. 뛰어난 AI 기술 보유 여부는 국가의 미래와도 직결된다. 똑똑한 'AI 친구'를 만들거냐, 아니면 상대적으로 멍청한 친구랑 놀 것이냐의 문제다. 심지어 중국은 자신들의 똘똘한 친구를 외부에 내세우지 않는다. 경제·정치 정책 곳곳에 보이지않게 그런 친구를 둔다. 그래서 더 무섭다. 그래서 AI는 국가에 위협이 될 수도 있다. 한국이 AI·소프트웨어 분야에 더 많은 깃발을 꽂으며 글로벌로 나가야 하는 이유다."
 
끝으로 김 대표에게 'AI 인재의 조건'을 물었다. 그는 세계적인 스타 연구자이지만 예상외로 공고(구미전자공고)를 거쳐 지방대(대구대)를 졸업했다. 이후 미 캘리포니아주립대 산타크루즈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MIT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했다.
 
김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네이버에서도 채용 공고를 올릴 때 학력 조건은 무조건 빼라고 했다. 학력은 정말 마지막에나 보면 되는 최소한의 요건이다. 이런 것보단 AI를 좀 더 주도적으로 공부하고 연구하려는 태도와 자질이 더 중요하다."
 
하선영 기자 dynami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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