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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의 수사지휘권, 윤석열·가족 직접 겨눴다

‘라임 사태’ 수사를 놓고 갈등 중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각각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라임 사태’ 수사를 놓고 갈등 중인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9일 각각 정부과천청사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윤 총장 및 그 가족과 관련해 제기된 4개 의혹과 라임자산운용(이하 라임) 정·관계 로비 의혹 사건에 대한 수사 지휘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추 장관 취임 이후 두 번째 수사지휘권 발동이자 사실상 검찰에 윤 총장 관련 모든 의혹을 수사하라고 지시하는 초강수를 둔 것으로 풀이된다. 윤 총장에 대한 사퇴 압박 강도를 최고로 높인 것으로 해석되면서 야당에서는 “명백한 수사지휘권 남용이자 직권남용”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윤 총장과 부인·장모 연루 4개 의혹
라임수사 관련 총장 지휘권 박탈
윤석열 사임 않자 밀어내기 분석
윤 총장, 수사지휘권 30분만에 수용

수사팀에 “피해자 눈물 닦아주길”
가족 의혹 관련해선 언급 안 해
추미애, 채널A 이어 또 수사지휘권
야당 “사기꾼 편지 한장에 식물총장”

추 장관은 19일 “라임 사건과 검찰총장 가족 관련 사건에 대해 공정하고 독립적인 수사를 보장할 필요가 있다”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 관련 사건들과 라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중앙지검, 서울남부지검에 “대검찰청 등 상급자의 수사 지휘를 받지 말고 수사 결과만 검찰총장에게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윤 총장 본인과 가족, 측근이 연루된 사건들은 검사 윤리강령이나 검찰 공무원의 행동강령에 따라 (스스로) 회피해야 할 사건”이라며 “수사팀에 철저하고 독립적인 수사 진행을 일임하는 게 마땅하다”고 밝혔다. 법무부가 윤 총장 관련 사건으로 지목한 건 ▶㈜코바나 관련 협찬금 명목의 금품수수 사건 ▶도이치모터스 관련 주가 조작 및 도이치파이낸셜 주식매매 특혜 의혹 사건(부인 관련) ▶요양병원 운영 관련 불법 의료기관 개설 및 요양급여비 편취 사건(장모 관련) ▶전 용산세무서장 뇌물수수 사건 및 관련 압수수색영장 기각과 불기소 등 사건 무마 의혹이다.
 
법무부는 또 라임 수사 지휘 배제 이유로 ▶검찰 출신 변호사가 구속 피고인에게 ‘윤 총장에게 힘을 실어주려면 수석 정도는 잡아야 한다’고 회유 협박했고 ▶검찰총장이 유력 야권 정치인의 비위 사실을 보고받았는데도 여권 인사와 달리 제대로 된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으며 ▶현직 검사 향응 접대 및 검찰 관계자 금품 로비 등 제보에도 관련 수사가 진행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었다. 여기에는 라임 로비의 몸통으로 지목된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옥중 입장문에서 제기한 의혹들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법무부는 추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직전에 검사 연루 의혹 사건을 서울남부지검에 수사 의뢰했다. 법무부는 “감찰 결과 금품 및 향응 접대 의혹이 있는 일부 대상자들을 특정했다”며 “이미 본건 수사에 착수한 남부지검에 대상자들을 뇌물수수 및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등으로 수사 의뢰했다”고 밝혔다.
 
법무부 장관의 명시적 수사지휘권 발동은 헌정 사상 세 번째다. 세 번 중 두 번이 추 장관 임기 중에 이뤄졌다.  
 
윤석열 “라임 수사 지휘 못하게 돼…비호 세력 단죄해달라”

 
‘라임 사태’ 수사를 놓고 갈등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19일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라임 사태’ 수사를 놓고 갈등 중인 윤석열 검찰총장이 19일 대검찰청으로 출근하고 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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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추 장관은 채널A 사건과 관련해 윤 총장이 전문수사자문단을 소집하려 하자 “절차를 중단하라”며 수사지휘권을 발동했다. 추 장관 이전에는 2005년 당시 천정배 장관이 “6·25는 통일전쟁” 발언으로 고발된 강정구 당시 동국대 교수에 대해 불구속 수사 지시를 한 것이 유일한 수사지휘권 행사 사례였다. 김종빈 당시 검찰총장은 지휘를 수용한 뒤 사직했다. 모두 단일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이었을 뿐 이번처럼 5개 이상의 사건에 대해 무더기로 수사지휘권을 행사한 건 전례가 없다.
 
법조계에서는 여권의 계속된 사퇴 압박에도 윤 총장이 사임하지 않자 추 장관이 초강수를 둔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한 검사는 “‘윤 총장은 본인 사건과 관련해 공정성을 잃은 만큼 그냥 손을 떼고 내려오라’는 게 이번 수사지휘권 발동의 함의”라고 해석했다.
 
검찰 내부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채널A 사건 관련 수사지휘권 발동 때보다 이번이 더 심각하다”며 “수사 중인 사건뿐 아니라 기존에 제기된 루머 수준의 의혹까지 경중을 가리지 않고 모두 지휘권 발동 대상에 포함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른 검사는 “대규모 금융 사기범의 일방적 주장에 기초해 총장의 지휘권을 무력하게 만드는 것이 용인되는 기이한 현실이 개탄스럽다”고 말했다.
 
야당도 일제히 추 장관을 비판하고 나섰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사기꾼의 편지 한 장에 검찰총장이 식물 검찰총장으로 전락한 희대의 사건”이라며 “명백한 법무부 장관의 수사지휘권 남용이자 직권남용”이라고 비판했다. 같은 당 김도읍 의원도 “장관이 자기 정치를 한다고 검찰을 뒤죽박죽으로 만들고 있다”며 “누가 봐도 말이 안 되는 수사지휘권 발동”이라고 지적했다.
 
윤 총장은 수사지휘권이 발동된 지 30분 만에 수용 입장을 밝혔다. 윤 총장은 대검 대변인실을 통해 “법무부 조치에 의해 총장은 더 이상 라임 사건의 수사를 지휘할 수 없게 됐다”고 밝혔다. 이어 “검찰의 책무를 엄중히 인식하고 대규모 펀드 사기를 저지른 세력과 이를 비호하는 세력 모두를 철저히 단죄함으로써 피해자들의 눈물을 닦아주고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기 바란다”고 수사팀에 당부하기도 했다.
 
윤 총장은 가족과 측근 사건에 대한 수사지휘권 발동과 관련해서는 별도로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한 검찰 간부는 “추 장관 부임 이후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 인사 시 총장 배제 등 전례 없는 일들이 일상화되는 상황에서 대꾸하는 것조차 의미가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고 말했다. 다른 검찰 간부는 “지난 70년간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위해 최대한 발동이 자제되던 수사지휘권이 추 장관 부임 이후 1년도 안 돼 두 번이나 발동됐다. 윤 총장이 기본적인 책무를 지키는 것 말고 무엇을 할 수 있겠나”라고 반문했다.
 
법조계 일각에서는 윤 총장이 이날 “비호 세력에 대한 단죄”를 언급한 걸 두고 추 장관 등 여권을 겨냥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2일 대검 국감에서 윤 총장이 자신의 의견을 강하게 표명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있다.
  
김민상·김수민·정유진 기자 kim.mins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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