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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설영의 일본 속으로]불 꺼지는 긴자…고급 스시집·152년 도시락 가게도 문 닫았다

긴자의 스시집 '사이쇼'의 사이쇼 노부히코(50) 사장이 지난 14일 마지막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긴자의 스시집 '사이쇼'의 사이쇼 노부히코(50) 사장이 지난 14일 마지막 영업을 준비하고 있다. [윤설영 특파원]

 
긴자 7초메(銀座7丁目)에서 고급 스시집 ‘사이쇼(さいしょ)’를 운영하는 사이쇼 노부히코(税所伸彦ㆍ50)는 이달을 끝으로 긴자를 떠난다. 5년 전 큰 뜻을 품고 긴자에 가게를 열었다. 10평 남짓의 작은 가게지만, 언제나 예약 손님으로 꽉 차던 곳이었고, 특히 간판 메뉴인 우니쿠(うにく)가 입소문을 타면서 외국에서 일부러 찾아오는 손님들도 많았다.

코로나19 타격 빚 지고 떠나
방일객 5개월 연속 99% 감소
재택근무·회식 금지령에 휘청
곳곳에 '휴업' 딱지…"더 늘 것"

 
올해 올림픽을 앞두고 전 세계인을 상대로 스시를 쥐는 기술을 펼쳐 보일 생각에 밤잠을 설쳤다. 하지만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은 모든 것을 앗아갔다.
 

“올림픽 기대했는데, 수백만엔 빚지고 떠나…너무 분해”

긴자는 다른 곳보다 타격이 먼저 왔다. 코로나19 확산과 동시에 외국인 관광객은 자취를 감췄다. “손님 70~80%가 외국인인 곳”(이자카야 주인)이 긴자다.
 
내국인들도 고급 스시집이나 요정, 클럽 등 ‘접대’를 위한 음식점 방문을 가장 먼저 피했다. 재택근무와 회식 금지령이 떨어졌다. 대기업일수록 더 심했다.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확산 초반 ‘밤의 유흥가’가 감염의 온상으로 지목되면서 문을 열어도 파리만 날리는 날이 계속됐다.
 
‘사이쇼’도 2월부터 예약이 줄기 시작해 4, 5월은 아예 문을 닫아야 했다. 사이쇼는 “손님들의 발길이 돌아왔다고는 하지만 아직 절반 수준”이라면서 “안타깝지만, 예전 수준으로 손님이 돌아오지는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올림픽 특수를 기대했는데, 설마 수백만엔 빚을 지고 긴자를 떠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너무 분하다”고 말했다.
 

방일객 5개월 연속 99% 감소…재택근무·회식 금지에 휘청 

일본 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 긴자(銀座)의 불이 꺼져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일본을 입국하는 외국인 관광객이 5개월 연속 99% 이상 줄고, 국내 소비가 위축되면서 일본 경제 타격이 상징적으로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올 4~6월 GDP(국내총생산)는 마이너스 28.1%를 기록했다. 이는 2008년 리먼 쇼크 직후 17.8%가 떨어졌던 것보다 큰 폭이다. 개인 소비가 7.9%, 외국인 관광객의 소비가 18.5% 각각 줄었다.
 
지난 12일 밤 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 긴자에 빈 택시가 늘어서 있다. [윤설영 특파원]

지난 12일 밤 도쿄의 대표적인 번화가 긴자에 빈 택시가 늘어서 있다. [윤설영 특파원]

지난 12일 긴자의 밤거리를 둘러보니 확실히 예전의 화려함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낮은 어느 정도 활기가 돌아왔지만, 밤은 여전히 썰렁했다.
 
오후 8시를 조금 넘긴 이른 시각, 긴자 대로의 대부분 상점은 문을 닫은 상태였다. 긴자식스 백화점의 뒷골목에는 빈 택시를 세워둔 택시기사들이 삼삼오오 모여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1년 전 대형 여행용 가방을 끄는 외국인들로 밤늦게까지 북적였던 드럭 스토어도 손님이 없긴 마찬가지였다.
 
오후 10시를 넘기자 거리는 한층 더 썰렁해졌다. ‘빈 차’라고 쓰인 택시들이 긴자 1초메에서 9초메까지 늘어서 있었다. 술집이 늘어선 나미키도오리(並木通り)는 빈 택시만 지나다닐 뿐, 걸어 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한 택시 기사는 “긴자는 장거리 손님이 많아 줄이 길어도 기다렸는데, 지금은 재택근무에 회식 금지로 1시간 반을 기다려도 손님 태우기가 쉽지 않다”고 하소연했다.
 
한 식당 주인은 “불은 켜져 있지만 실제론 장사하지 않는 곳이 수두룩하다”고 말했다. 6개월 전에는 계약 해지를 알려야 하는 일본의 부동산 계약 관례상 “오는 12월쯤엔 긴자를 떠나는 가게들이 피크를 이룰 것”이라고도 했다.
 

패션 브랜드, 니콘 프라자도 떠나…긴자 땅값 9년 만에 하락

긴자를 떠나는 건 음식점뿐만이 아니다. 고급 패션브랜드 매장인 ‘긴자 타임리스 에잇’은 긴자 8초메에 있는 건물을 최근 매각하고, 9월 말 매장을 모두 철수했다.
 
사진가들에게 꿈의 전시장으로 불리는 ‘니콘 프라자 긴자’도 10월 말 문을 닫는다. 152년 된 도시락 전문점 벤마쓰(弁松)도 코로나19 한파를 견디지 못하고 문을 닫았다. 고급택시 회사인 도쿄 리무진은 긴자 영업소를 7월 1일부로 폐쇄했다.
 
긴자 대로변에 있는 한 스시집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9월 30일부터 휴업에 들어간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윤설영 특파원]

긴자 대로변에 있는 한 스시집에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영향으로 9월 30일부터 휴업에 들어간다는 안내문이 붙어있다. [윤설영 특파원]

장난감 매장인 하쿠힌칸(博品館)의 음식점 6곳 중 3곳이 휴업에 들어가는 등 곳곳에 ‘휴업’, ‘폐업’을 알리는 종이가 붙어있는 걸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부동산 개발업체인 산프론티아 부동산은 "긴자 지역 점포의 해약률이 3~4배 정도 늘고 있다"면서 “현재까지 해약 통보가 온 곳을 합치면 공실률은 7% 정도까지 뛸 것으로 예상한다”고 분석했다.

 
이같은 영향은 지난달 29일 국토교통성이 발표한 ‘2020년 기준지가’에서도 나타난다. 전국에서 가장 비싼 땅인 긴자 2초메의 메이지야긴자빌딩의 지가는 제곱미터(m²)당 4100만엔(약 4억4627만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5.1% 떨어졌다. 지가 하락은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처음이다.
 

코로나19 한방으로 ‘올림픽 버블’ 붕괴 우려도

전국 평균 지가도 3년 만에 0.6% 하락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도시 개발을 견인했던 외국인 관광객 수요가 없어지면서 도심 상업지의 하락이 두드러진다”면서 “작년까지는 경기부양책과 방일객 증가, 저금리 덕에 투자자금이 유입되면서 지가가 상승했으나, 코로나19 확대로 견인 역을 잃은 상태”라고 분석했다.
 
미쓰이스미토모 트러스트 기초연구소의 바바 다카시(馬場高志) 부장은 아사히 신문에 “올림픽을 노리고 짧은 시간 이것저것을 만들었으나 공급 과다는 부정할 수 없다. 수요가 감소해 향후 전망은 위험하다”면서 ‘올림픽 버블’이 꺼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다만 과거 버블 붕괴나 리먼 쇼크 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분석도 있다. 데이코쿠 데이터뱅크의 마루야마 쇼고(丸山昌吾) 도쿄지사 정보취재과장은 포린프레스센터 브리핑에서 “과거 위기 때와 달리 주가가 크게 하락하진 않았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기업투자 감소도 서서히 회복 중이어서 너무 부정적으로 보진 않는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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