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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디터 프리즘] 코로나 시대의 우울한 풍경

김창우 사회 에디터

김창우 사회 에디터

오전 11시 인천국제공항 이륙, 강릉·김해·제주 상공을 한바퀴 돈 뒤 오후 1시20분 인천공항에 착륙. 오는 24일과 25일 아시아나항공의 A380 여객기를 이용해 진행하는 ‘목적지 없는 비행(flight to nowhere)’ 상품이다. 비즈니스스위트 30만원, 비즈니스석 25만원으로 요금이 만만치 않다. 하지만 예약 당일 탑승권이 모두 팔렸다.
 

공연·축제 이어 여행도 랜선으로
‘목적지 없는 비행’이 대안 되려나

아시아나가 이 상품을 내놓은 것은 코로나로 운항을 못해 세워두고 있는 항공기를 활용하기 위해서다. A380은 ‘하늘 위의 호텔’로 불리지만 거대한 덩치 탓에 국내선에는 투입하지 않는다. 일본과 미국 유럽 등 주요 취항노선은 코로나로 운항이 대폭 감소했다. 아시아나 관계자는 “항공안전법에 따르면 조종사가 특정 기종 자격을 유지하려면 90일 안에 3회 이상 이착륙을 해야 한다”며 “어차피 빈 채로 띄워야 할 여객기라면 체험 상품에라도 활용하자는 아이디어”라고 말했다.
 
이 상품은 쉽게 이용하기 힘든 비즈니스석을 타고 해외여행 기분이라도 내려는 사람들에게 매력적이다. 하나투어는 여기에 인천공항 근처 특급호텔 1박을 포함하는 패키지 상품까지 내놓았다. 대기 예약만 준비한 물량의 4배에 달한다. 뜨거운 반응에 아시아나는 2차로 이달 31일, 다음달 1일 출발하는 상품을 내놓았다.
 
저비용항공사(LCC)들도 비슷한 상품을 잇달아 선보였다. 제주항공은 오는 23일 인천공항을 출발해 한반도를 한바퀴 도는 상품을 내놨다. 에어부산 역시 오는 30일 김해공항, 31일 김포공항에서 출발하는 상품을 마련했다. 기내식으로는 실제 승무원들이 먹는 크루밀을 제공하고, 항공일지를 작성할 때 사용하는 로그북 등 다양한 기념품도 준다.
 
사실 이런 상품은 해외에서 먼저 선보여 뜻밖의 인기를 끌었다. 일본 전일본공수(ANA)는 지난 8월 22일 하와이 노선에 투입하는 A380을 타고 알로하 셔츠를 입은 승무원들과 일본 열도를 도는 상품을 기획했다. 마이니치신문에 따르면 정원의 150배가 넘는 사람들이 신청해 추첨으로 탑승객을 선정했다. 태국 타이항공은 방콕 시내 본사에 비행기 객실 모양으로 꾸민 레스토랑을 열고, 승무원들이 음식을 제공한다. 싱가포르항공은 일등석과 비즈니스석에서 제공되는 기내식을 자택으로 배달해주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지난달 19일에는 대만 타이베이에서 출발한 관광객 120명이 제주 1만m 상공에서 한라산을 바라보며 ‘치맥(치킨과 맥주)’을 즐긴 뒤 대만으로 돌아갔다. 한국관광공사 타이베이지사가 대만 여행사 이지플라이, 항공사 타이거에어와 공동으로 마련한 상품이다. 진종화 관광공사 중국팀장은 “판매를 시작한지 4분 만에 매진돼 해외여행에 대한 갈증이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여행·항공업계는 코로나로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업계는 올해 상반기 매출이 지난해보다 60% 감소했고, 항공과 호텔업계는 각각 40% 줄었다. 영업이익을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이스타항공은 지난 14일 직원 절반인 605명을 정리해고했다. 무급휴직에 들어간 관련업계 직원들도 적지 않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금융위기 때도 지금처럼 해외여행 자체가 전면 중단되지는 않았다”며 “언제 회복될지 전혀 가늠할 수 없이 무작정 버티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다”고 말했다.
 
온라인으로 현장을 대신하는 랜선 집들이와 랜선 공연에 이어 축제(강원도 햇감자 페스타)와 여행(여수밤바다 낭만버스킹)도 랜선으로 진행되는 시절이다. 단풍이 제철이지만 집 밖으로 나서라고 권하기도 어렵다. 발이 묶인 시민들도, 관련 업계 직원들도 답답하다. 코로나 시대의 우울한 풍경이다.
 
김창우 사회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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