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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내가 호갱이라니…크라우드 펀딩 묵시록

기자
한재동 사진 한재동

[더,오래] 한재동의 남자도 쇼핑을 좋아해(23)

아이디어는 있는데 자금이 부족한 사업가가 온라인에서 미리 고객을 모아 제품을 생산하는 것을 크라우드펀딩이라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는 몇 년 전부터 신흥 유통 채널로 주목받고 있다.
 
얼마 전에는 대기업의 신제품을 크라우드펀딩을 통해 먼저 공개하는 등 기존 유통 업체를 위협할 만한 영향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새롭고 특이한 것을 좋아하는 나는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아이쇼핑을 즐기던 얼리어답터였는데, 지금 와서 그간의 구매리스트를 돌아보니 호구에 가까웠다.

 
고객을 먼저 모아 제품을 제작하는 것을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한다. [사진 unsplash]

고객을 먼저 모아 제품을 제작하는 것을 크라우드 펀딩이라고 한다. [사진 unsplash]

 
나의 첫 번째 크라우드펀딩은 군의관 출신들이 의기투합해서 만들었다는 피로 회복 음료였다. 정확히는 물에 타 먹는 가루로, 맛은 이온음료의 맛이었다. 심한 숙취에 시달릴 때 이 음료를 먹으면 마치 병원에서 링거를 맞는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는 문구에 넘어갔다. 나 같은 주당에게는 그것은 손오공의 선두와 같았다. 플라시보 효과인지 모르겠지만 솔직히 나는 효과가 있다고 느꼈다. 신나서 술친구에게 인심 쓰듯 나눠주면 생각보다 반응은 좋지 않았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해당 제품이 허위 과장 광고로 처벌을 받았다는 기사가 나왔다. 덕분에 추천한 친구에게 한동안 사기당했다고 놀림을 당했다. 크라우드펀딩 첫 구매부터 심상치 않았다.
 
두 번째 구매제품은 DNA 맞춤 도시락 서비스였다. 그때는 첨단 과학의 최신 기술을 생활에 접목하는 얼리어답터다운 쇼핑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보니 제품명에서부터 불안감이 몰려온다. 나의 유전자 분석을 토대로 알맞은 슈퍼푸드를 제공한다고 했다. 먼저 보내온 유전자 키트에 스스로 타액 등을 채취해 보냈다. 여기까진 첨단기술을 체험하는 느낌이 있었다. 다만 나의 유전자를 분석해서 올바른 식습관을 추천한다는 서비스는 A4용지 한장에 신선한 재료를 골고루 먹어야 한다는 쌀로 밥 짓는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맞춤 도시락은 배송이 지연되어 며칠 치를 한꺼번에 받았다. (도시락이 개인별로 달랐을지 의문이다) 3일 치 도시락을 쌓아두고 맞춤형 슈퍼푸드를 폭식하며, 진짜 건강 도시락은 적당량의 신선한 재료를 제때 먹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다. 
 
DNA 분석 안해도 신선한 재료를 골고루 먹어야 건강한 건 나도 안다. [사진 unsplash]

DNA 분석 안해도 신선한 재료를 골고루 먹어야 건강한 건 나도 안다. [사진 unsplash]

 
전자제품을 크라우드펀딩으로 구매할 때는 특히 유의해야 한다. 내가 크라우드펀딩으로 구매한 모든 전자기기는 불량이었다. 자전거를 타며 듣고 싶던 골전도 블루투스 헤드폰이 있었는데 비싸서 망설이던 차에 크라우드펀딩으로 50%도 안 되는 가격에 구매했다. 그럴듯한 홍보영상과 플랫폼이 공정 등을 체크하고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꽤 오랜 시간을 기다려서 물건을 받고 처음 음악을 틀었는데 생각보다 음질이 불만족스러웠다. 원래 골전도 헤드폰은 이런 건가 싶었는데, 문제는 그게 아니었다. 한 달 정도가 지나니 아무리 충전을 해도 켜지지 않았다. 그때까지도 땀이 많은 나의 체질이 헤드폰을 망가트렸다고 위안했다.
 
나의 크라우드펀딩 묵시록의 하이라이트는 무선충전패드였다. 당시 스마트폰 무선충전 기능이 보급되고 있었고, 나름 얼리어답터라며 스마트폰 외에도 블루투스 이어폰과 스마트워치 등 무선충전이 되는 전자기기를 같이 가지고 있었다. 충전케이블로 각자 충전하기에는 너무 복잡해 고민했지만,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에서 모던한 디자인에 3개 기기가 무선충전이 가능한 아이디어 상품을 발견했다. 찾던 기능과 예쁘장한 외관까지 완벽하다고 생각했고, 펀딩이 시작되는 날을 기다려 구매했다.
 
겉모양은 홍보페이지의 그것과 같았으나 엄청난 발열이 생겼다. 충전하고 있던 휴대전화를 손으로 들다가 뜨거워서 떨어뜨릴 정도였다. 충전하다가 불이 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바로 치워버렸다. 사실 정품 무선패드 몇 개는 살 수 있는 금액이었는데 이런 불량품을 샀다는 것이 너무 화가 나서 플랫폼에 항의하는 글을 올렸다. 해당 상품의 페이지에는 이미 많은 항의 글이 있었으나, 보상이나 간단한 사과마저 없었다.
 
여기서 간단히 컴플레인하는 법을 공유하자면 나는 온라인을 주로 이용하는 편이다. 컴플레인을 대면으로 하는 것은 당사자인 나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전화 통화도 마찬가지다. 차분하게 내가 느낀 부당함에 대해 정리해 온라인에 불만 사항을 접수하는 것을 선호한다. 시간과 장소를 될 수 있는 대로 정확하게 적고, 증거가 될만한 자료도 한꺼번에 올린다. 백화점 등 유통업체에서 가장 처리가 빠르고 정확한 방법이 이것이다. 온라인으로 접수가 되면 반드시 처리 경과를 보고해야 하기 때문이다.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은 이런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 어차피 환불은 어려울 것을 각오하고 있었지만, 사과나 안내도 없이 업체 잘못이라고 하며 팔짱 끼고 뒤로 빠진다. 판매자는 브랜드가치가 중요한 기업도 아니고 개인사업자에 가까워 굳이 고객을 챙길 이유가 없다. 그래서 고객은 방치된다. 크라우드펀딩에 불만을 가진 사람들은 대개 이런 걸 한번은 겪었다.
 
컴플레인을 걸때는 온라인을 통해 불만 등록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 unsplash]

컴플레인을 걸때는 온라인을 통해 불만 등록하는 것을 추천한다. [사진 unsplash]

 
크라우드펀딩으로 제품을 사는 것을 리워드 펀딩이라고 한다. 결제 전 ‘리워드펀딩은 쇼핑이 아닙니다’라는 경고 문구가 뜬다. 결제하려는 당시는 마치 신용카드 약관을 보는 것처럼 제대로 보지도 않고 넘겨버리고 말았는데, 의미심장한 말이다. 크라우드펀딩은 쇼핑이 아니다. 그래서 나는 이제 크라우드펀딩으로 제품을 사지 않는다. 가끔 오는 이메일과 메시지를 보면 혹하는 제품이 많지만, 검증되지 않은 제품을 리스크를 안고 살 필요는 없다. 어차피 히트상품은 추후 다른 유통업체를 통해 구할 수 있다. 굳이 내 돈 들여 시험에 들 필요는 없다.
 
하지만 사람은 늘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다신 크라우드펀딩 안 하겠다고 장담은 못 하겠다. 재미있는 물건이 너무 많기 때문이다.
 
직장인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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