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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소재도 한 편의 시가 된다"...아티스트 구정아의 도발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 앞마당에 설치된 구정아 작가의 조각 작품이자 스케이트파크. [사진 PKM갤러리]

서울 삼청동 PKM갤러리 앞마당에 설치된 구정아 작가의 조각 작품이자 스케이트파크. [사진 PKM갤러리]

구정아 작가의 야광 스케이트파크는 해가 졌을 때 그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Koo Jeong A resonance 2020 620 x 810 x 170(h) cm.[사진 PKM갤러리]

구정아 작가의 야광 스케이트파크는 해가 졌을 때 그 존재감이 더욱 두드러진다. Koo Jeong A resonance 2020 620 x 810 x 170(h) cm.[사진 PKM갤러리]

구정아 작가의 스케이트파크 야외 설치 작품. 전작들은 언더 그라운드 형태로 작업해왔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오버 그라운드 형태로 만들어 눈길을 끈다. Koo Jeong A resonance 2020 620 x 810 x 170(h) cm. [사진 PKM갤러리]

구정아 작가의 스케이트파크 야외 설치 작품. 전작들은 언더 그라운드 형태로 작업해왔으나 이번에 처음으로 오버 그라운드 형태로 만들어 눈길을 끈다. Koo Jeong A resonance 2020 620 x 810 x 170(h) cm. [사진 PKM갤러리]

서울 PKM갤러리 앞마당에 전에 없던 조형물이 들어섰다. 놀이기구일까, 조각품일까. 35㎡ 규모라는데, 그 용도가 알쏭달쏭해 보이기만 한다. 이것은 구정아 작가의 조각작품이자 야광 스케이트파크 '리즈넌스(resonance)'.  우리 말로 '공명' '울림'이란 뜻의 설치작품이다. 최근 이곳에서 구 작가의 이 설치 작품이 전시되자 어디선가 '소문' 듣고 찾아온 보더들이 작품 위에 직접 올라가서 노니는 장면을 연출했다. 대낮엔 그저 모양이 독특한 설치물이지만, 야광 페인트가 칠해진 이 작품은 사방이 어두워졌을 때 마치 보석처럼 빛을 발하며 그 존재감을 드러낸다. 특히 그 위에서 보더들이 리드미컬하게 움직일 때는 한 편의 아름다운 퍼포먼스 작품이 된다.
 

서울 PKM갤러리 구정아 개인전
세계 주목받은 야광 스케이트파크
내년 프랑스, 미국, 덴마크에 설치
조명 속에서 변신하는 회화 작품도

서울 삼청로 PKM 갤러리에서 구정아 작가의 개인전 '2020'이 열리고 있다. 해외 미술계에서 먼저 공개돼 사랑받아온 스페이트파크 야외 설치 작업을 비롯해 회화, 드로잉, 조각 등 미공개 최신작 30점을 공개한다. 
 
2012년 프랑스 바시비에르섬에서 야광 스케이트 파크를 처음 선보인 뒤 이 작품은 구 작가의 대표작이 되었다. 섬에 활기를 불어넣고 젊은이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지역 정부와 논의하며 5년간 준비한 작품이었다. 전시장에서 만난 구 작가는 "그곳은 그린벨트가 많고 젊은 세대가 별로 없어서 그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 작품을 구상해야 했다"며 "야외에 스케이트파크를 설치하자고 제안했다"고 말했다. 
 
섬의 스케이트파크는 건축가 등 관련 전문가들과 협의해 주변 풍경을 해치지 않도록 곡선으로 디자인했고, 땅 아래 묻히는 형태로 설치됐다. 구 작가는 "공공 야외 공간에 놓일 작품이라 고려해야 할 문제가 많았다. 특히 안전 등에 대한 우려를 불식시키느라 더 오랜 시간이 걸렸다"고 말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신의 한 수' 역할을 한 것은 밤에 전기를 끌어다 쓰기 어려운 환경에서 스케이트 파크에 인광 페인트를 칠해 밤에도 빛을 발하도록 한 것이었다. 
 
작품이 소개되자 세계 곳곳에서 러브콜이 쇄도했다. 2015년 영국 리버풀 비엔날레, 2016년 브라질 상파울루 비엔날레, 2019년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200~350㎡ 규모의 스케이트파크 조각 작품을 설치했다. 특히 지난해 밀라노 트리엔날레에서 소개한 것은 대형 실내 스케이트 파크였다. 내년에는 미국 마이애미와 프랑스 아를, 덴마크 코펜하겐에 이 작품이 설치될 예정이다.
 
Koo Jeong A Seven Stars 2020 Phosphorescent pigment and acrylic painting on canvas 243(121.5x2) x 152.5 cm .[사진 PKM갤러리]

Koo Jeong A Seven Stars 2020 Phosphorescent pigment and acrylic painting on canvas 243(121.5x2) x 152.5 cm .[사진 PKM갤러리]

Koo Jeong A Intrinsic Virtue 2020 Phosphorescent pigment and acrylic on paper mâché 28 x 24 x 8(h) cm. [사진 PKM갤러리]

Koo Jeong A Intrinsic Virtue 2020 Phosphorescent pigment and acrylic on paper mâché 28 x 24 x 8(h) cm. [사진 PKM갤러리]

Koo Jeong A Intrinsic Virtue 2020 Phosphorescent pigment and acrylic on paper mâché 28 x 24 x 8(h) cm.[사진 PKM갤러리]

Koo Jeong A Intrinsic Virtue 2020 Phosphorescent pigment and acrylic on paper mâché 28 x 24 x 8(h) cm.[사진 PKM갤러리]

야광 스케이트파크는 작가 자신의 다른 작품에도 영감을 줬다. 인광(燐光)을 이용한 회화 연작 '세븐 스타즈(Seven Stars)'를 시작한 것. 조명 아래에서 흡수한 빛 에너지를 어둠 속에서 발산하는 인광의 특성을 작품의 핵심 요소로 활용한 것이다. 따라서 '세븐 스타즈' 연작은 전시장 조명 아래에선 연한 연두색의 단색화처럼 보이지만, 조명이 꺼지면 각 캔버스는 아스라한 별빛이 번지는 밤하늘로 변신한다. 빛과 어둠 속에서 각기 다른 모습을 보여주는 작품인 셈이다. 
 
이 작품을 보여주기 위해 갤러리는 본관 전시장 불을 12분간 밝혔다가 3분간 꺼지도록 조정했다. 관람객이 '세븐 스타즈' 연작을 제대로 보려면 적어도 15분간 전시장에 머물러야 한다. 갤러리는 이번 전시를 위해 전시장 개방 시간도 평소와 다르게 정오부터 일몰 이후인 저녁 9시까지로 조정했다. 
 
Koo Jeong A 625 2020 625 pieces of Ferrita ceramic magnet Dimensions variable (each magnet: 10 x 10 x 8(h) mm)[사진 PKM갤러리]

Koo Jeong A 625 2020 625 pieces of Ferrita ceramic magnet Dimensions variable (each magnet: 10 x 10 x 8(h) mm)[사진 PKM갤러리]

Koo Jeong A Your Tree My Answer 2020 Ink on rice paper 5.7 x 9.2 cm.[사진 PKM갤러리]

Koo Jeong A Your Tree My Answer 2020 Ink on rice paper 5.7 x 9.2 cm.[사진 PKM갤러리]

 
'그저 평범한 것은 없다.' 구 작가가 1990년대 후반부터 작업해오며 마음에 새긴 말이다. "평범한 용도를 가진 일상의 소재에서 시적인 측면을 일깨우는 게 작가로서 내가 할 일"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번 전시엔 자석의 힘을 활용한 소형 조각 4점을 포함해 기차나 비행기 안에서 그린 나무 드로잉 연작 '당신의 나무 나의 대답(Your Tree My Answer)'도 소개한다. 구 작가는 파리 조르주 퐁피두 센터, 뉴욕 디아 비콘, 쿤스트할레 뒤셀도르프, 스톡홀름 현대미술관, 서울 아트선재센터 등에서 개인전을 열었으며, 현재 부산 비엔날레에서도 작품을 선보이고 있다. 전시는 11월 28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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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은주 문화선임기자 ju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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