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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갑생 중앙일보 교통전문기자

수입은 주는데 비용은 늘고…‘밑빠진 독’ 서울형 버스 준공영제

서울형 버스 준공영제는 시내버스의 총수입이 총비용에 모자라면 차액을 서울시가 재정으로 메워주는 구조다. [연합뉴스]

서울형 버스 준공영제는 시내버스의 총수입이 총비용에 모자라면 차액을 서울시가 재정으로 메워주는 구조다. [연합뉴스]

‘6200억원’. 버스 준공영제를 시행 중인 서울시가 올해 시내버스에 지원해 줘야 할 것으로 예상되는 돈이다. 최근 5년간(2015~2019년) 지원금이 평균 3000억원을 넘지 않았지만, 올해는 2배로 껑충 뛰었다. 2004년 서울시가 국내 최초로 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이후 지원금으론 최대 규모다.
 

서울 올해 버스 지원금 6000억 넘어
비용 보다 수입 부족, 세금으로 메워
부산·대구·대전·인천도 같은 고민
“요금 인상과 노선 효율화 추진해야”

금액이 급격히 늘어난 직접적인 원인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때문이다. 감염 우려 등으로 버스 승객이 줄면서 수입은 급감했지만, 버스 종사자 인건비와 기름값 등 운송비용은 그대로이거나 오히려 증가했다. 번 돈은 줄었는데 나갈 돈은 늘어난 탓에 버스업계 적자 폭이 6000억원 넘게 커졌다.
 
그런데 왜 서울시가 버스 적자를 전부 메워줘야 하는 걸까. 서울시 소개자료에 따르면 준공영제는 ‘버스운영을 민간 자율에 맡기는 민영제와 버스회사를 지자체 또는 산하 공기업에서 경영하는 공영제의 장점을 결합한 운영시스템’이다. 업체들이 돈 되는 노선은 선호하지만 적자 노선은 기피하는 탓에 교통 소외지역이 발생하고, 배차 시간을 맞추기 위한 난폭 운전과 사고가 빈발하던 문제점을 해소하기 위해 도입됐다는 설명이다.
 
취지는 좋은데 문제는 방식이다. 서울형 준공영제는 버스 회사들이 벌어들이는 운송수입금을 공동관리하고, 매년 관련 절차를 거쳐 확정되는 표준운송원가에 회사별 경영평가에 따른 인센티브를 보태 각 업체에 다시 나눠주는 구조다. 표준운송원가는 기사 인건비와 연료비, 4대 보험료 등 하루에 버스 1대를 운영하는 데 필요하다고 인정된 운송비용이다.
 
최근 5년간 서울시 시내버스 지원금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최근 5년간 서울시 시내버스 지원금 현황.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이때 총비용보다 총수입이 적으면 부족분을 서울시가 메워준다. 이렇게 하면 업체들로선 예전처럼 과당 경쟁을 하지 않아도 안정적으로 일정 수입이 보장되는 이점이 있다. 그 덕에 운전기사 등 업계 종사자의 처우가 개선됐고, 난폭 운전이 줄어 버스 서비스가 향상됐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나온다. 부산, 대구, 대전, 인천 등이 서울형 버스 준공영제를 따라 한 것도 이러한 이유에서다.
 
하지만 속 사정은 간단치 않다. 지자체의 재정부담이 막대하다. 서울시만 해도 버스 지원금이 2004년 1374억원을 시작으로 매년 3000억원 가까이 발생해 왔다. 세수가 풍족하다면 모를까 재원이 한정된 지자체로선 등골이 휠 수밖에 없다. 부담을 줄이려면 운송수입이 증가해야 하는데 이게 어렵다. 수입을 늘리는 방법은 사실 요금 인상밖에 없다. 그러나 시민 반발에 정치적 고려까지 겹쳐져 쉽게 건드리기 어렵다. 서울시만 해도  2015년에 1050원이던 버스 요금(카드 기준)을 1200원으로 올린 뒤 5년째 동결상태다.
 
2004년 도입한 ‘수도권 통합환승할인’도 버겁다. 과거 지하철과 버스를 갈아탈 때마다 각각 요금을 내던 것과 달리 일정 시간 내에 환승하면 무료 또는 약간의 차액만 더 지불하면 되는 제도다. 통근·통학을 위해 환승을 자주 하는 직장인과 학생으로선 교통비 지출이 훨씬 덜어진다. 반면 버스와 지하철 입장에서 보면 예전엔 한사람 몫의 요금을 각각 받았지만, 환승할인 이후에는 한 명이 낸 돈을 여러 운송기관이 나눠 갖게 되면서 수입이 대폭 감소했다. 서울시의 운송수입금 공동관리업체협의회에 따르면 환승할인으로 인한 손실금만 매년 5000억원에 육박한다. 이러한 태생적 한계에다 올해처럼 코로나19 같은 팬데믹까지 겹치면 그야말로 재앙급 부담을 피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준공영제를 재정비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우선 적정 수준의 요금인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물론 버스업체 운영현황과 비용에 대한 보다 정밀한 조사와 감시가 필요하다는 전제에서다. 정진혁 연세대 교수는 “비용 절감도 한계가 있기 때문에 결국은 수입 증대를 고려해야 한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버스 요금을 일정 수준으로 올리는 방법밖에는 없다”고 지적했다. 유정훈 아주대 교수도 “현재처럼 원가 이하의 요금체계는 바꿔야 한다”며 “요금을 정상화하되 늘어난 부담은 이용자에게 직접 환급·지원해주는 방식을 검토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재정 지원금의 상한선을 정하고, 노선체계를 효율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김응철 인천대 교수는 “버스 준공영제는 결국 세금으로 손해를 메우는 방식인데 원가 절감엔 한계가 있다”며 “국가 예산 중 복지가 차지하는 비중의 적정선이 있어야 하듯이 준공영제의 재정지원금에도 적정 상한선을 설정해야 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상한 없는 지원은 결국 비효율을 초래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적정한 요금 인상, 버스운영 및 경영 효율화, 노선체계 정비 등도 함께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고준호 한양대 교수도 “대중교통 운영에 있어서 재정적자는 당연하지만, 그 수준을 어느 정도로 해야 할지 결정이 필요하다”며 “준공영제도 오랜 시간이 지난 만큼 대중교통의 적정 서비스 수준을 유지하는 선에서 불필요한 공급을 축소 조정하는 등 2차 버스체계 개편을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16년 동안 별 변화 없이 유지해온 준공영제를 뜯어고치는 건 쉽지 않을 것이다. 요금 인상과 노선 개편엔 상당한 저항도 예상된다. 그러나 이대로 둔다면 준공영제는 세금만 잡아먹는 ‘밑 빠진 독’ 신세를 면키 어렵다. 어렵더라도 손을 대야만 하는 이유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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