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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정의 왜 음악인가] 아이디어의 ‘강제 만발’ 시대

김호정 문화팀 기자

김호정 문화팀 기자

뉴욕의 센트럴파크를 걷다 휴대전화의 앱을 켜고 이어폰을 연결한다. 72번가 모퉁이의 스트로베리 필즈에 도착하면 바그너 ‘라인의 황금’이 나오기 시작한다. 뉴욕필하모닉의 녹음이다. 이 지역을 떠나지 않는 이상 계속 이 음악이 흘러나온다. 조금 더 걸어가 장소가 바뀌면 음악도 바뀐다. 베토벤이 악기로 자연의 소리를 넣은 교향곡 ‘전원’부터 재즈 음악, 새로 작곡한 곡까지 눈앞의 장소에 따라 음악이 달라진다.
 
지난달 미국에서 나온 ‘사운드워크(SoundWalk)’는 GPS를 기반으로 음악을 재생시키는 앱이다. 퓰리처상을 받은 작곡가 엘렌 리드가 만들었고 뉴욕 필하모닉, 합창단, 재즈 그룹이 녹음에 참여했다. 리드는 약 340만㎡인 센트럴파크를 20여 구역으로 나눠 각 지역별로 맞는 작곡가, 조성, 템포를 정했다. 지금은 센트럴파크에서만 가능하지만 곧 미국 전역의 장소를 추가할 예정이다.
 
‘사운드워크’에 대해 미국 언론은 일제히 소개 기사를 썼다. 워싱턴포스트는 “공원을 매혹적인 음악 탐험지로 변화시켰다”고 했고, 뉴욕타임스는 공연장이 닫힌 시대에 야외로 나온 음악에 초점을 맞췄다. 뉴욕필하모닉은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내년 1월까지 공연이 없다.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내년 9월에야 다시 열 계획이다. 속사정은 시끄럽다. 대표는 월급을 받지 않고, 임원들은 급여를 삭감했다. 음악가를 비롯한 스태프들은 간신히 고용만 유지하고 있다.
 
공원 곳곳에 따른 배경음악 앱이 나온 뉴욕 센트럴파크. [중앙포토]

공원 곳곳에 따른 배경음악 앱이 나온 뉴욕 센트럴파크. [중앙포토]

예술과 기술의 관계는 오랫동안 논쟁적이었다. 예술을 기술로 복제하는 순간 예술은 고유성을 잃는다는 이론, 특히 음악의 생명력은 한번만 재생되고 다시 들을 수 없는 데서 온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기술을 타고 전파되는 예술은 전통적 예술을 파괴할 것이라는 전망도 불과 몇 년 전까지 당연시됐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이런 논의는 무색해졌다. 이제 기술이 없으면 예술은 존재를 의심받을 형편이다. 공연 전체를 온라인으로 중계하는 일은 얼마 전까지만 해도 공연의 자살 행위로 여겨졌다. 하지만 지금은 이 온라인 중계가 무대 공연을 먹여 살려야 하는 시대가 왔다. 최근 국내 최초로 영상 유료화를 시도한 일련의 공연 중 하나인 뮤지컬 ‘모차르트’는 유료 관객 1만5000명이 봤다. 공연이 열렸던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3000석이니 다섯 배다. 공연 업계는 이를 바탕으로 ‘안방 1열 티켓’ 판매의 정착을 벼르는 중이다.
 
코로나19는 예술 현장의 문을 강제로 닫았지만, 아이디어도 강제로 피어나게 했다. 음악가들은 트럭을 타고 다니며 연주해보기도 하고, 드라이브인 콘서트도 해봤고, 무료이던 온라인 공연도 유료화하고, 급기야는 산책용 증강현실 음악을 마련했다. 무대 위 공연이나 연주보다 고생스러워도, 결국 현실을 바꿔낼 것이다.
 
김호정 문화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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