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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호중 현상 ‘팬덤 탄생의 정석’ 그대로 따랐다

가수 김호중이 지난 8월 15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열린 첫 단독 팬미팅 ‘우리家 처음으로’ 리허설에서 열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가수 김호중이 지난 8월 15일 서울 강서구 KBS아레나에서 열린 첫 단독 팬미팅 ‘우리家 처음으로’ 리허설에서 열창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바로티’ 김호중의 기세가 거침없다.
 

트바로티 키운 건 ‘ABC+N 팬덤’
미스터트롯 이전 성악 ‘실력’ 입증
가수 길러내는 재미 ‘이케아 효과’
입대·폭력 의혹 번지며 퇴출 ‘위기’
어려운 환경 극복 ‘서사’까지 갖춰

9일 방송된 KBS ‘뮤직뱅크’에서 김호중은 10월 둘째 주 1위 후보에 올라 월드 스타 방탄소년단(BTS)과 정상을 놓고 겨뤘다. 비록 1위는 BTS에 돌아갔지만, 그동안 음악방송 순위경쟁이 아이돌 위주로 짜였다는 점에서 이례적이었다. 실제로 1998년 ‘뮤직뱅크’가 시작되고, 트로트 곡이 1위 후보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더구나 김호중은 지난달 입대해 활동할 수 없는 상태다.
 
조짐은 있었다. 김호중이 지난달 23일 발매한 첫 번째 정규앨범 ‘우리가(家)’는 초동 판매 52만장으로 남자 솔로 음반 역대 2위 기록했다. 1위는 엑소의 백현이 ‘딜라이트’로 기록한 73만장이며, 3위는 워너원 출신 강다니엘이  ‘컬러 온 미’로 기록한 46만장이다. 또 첫 팬미팅 무비 ‘그대, 고맙소’는 신종코로나바이러스 여파에도 지난달 30일 개봉 후 7만명이 넘는 관객을 모으며 선전했고, 일주일 연장 상영까지 결정했다.
 
이러한 김호중 현상을 의아하게 보는 시각도 있다. 그가 ‘내일은 미스터 트롯(TV조선)’에서 성공을 거둔 뒤, 활동을 본격화하면서부터 의혹이 쏟아져서다. 전 여자친구 폭행, 병역기피 등의 의혹이 연이어 나왔다. 9일 국회 국정감사에선 김호중을 따로 만난 강원지방병무청장이 경고 처분을 받은 것이 확인됐다.
 
일부 의혹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지만, 대중가수로서 활동을 막 시작한 김호중으로서는 혹독한 출발이었다. 가요계에선 데뷔 직후 이렇게 많은 의혹이 쏟아진 예는 드물다는 게 중론이다. 김일겸 대중문화마케터는 “기존 상식대로라면 출발선에서 삐끗하면서 회복이 어려울 만큼 인기가 하락할 상황인데, 정반대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팬덤의 막강한 파워”를 그 배경으로 꼽았다. 김호중이 논란만큼이나 ‘팬덤의 ABC’를 골고루 갖췄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대, 고맙소: 김호중 생애 첫 팬미팅 무비’에서 감사를 표하는 김호중. [사진 CJ 4DPLEX]

‘그대, 고맙소: 김호중 생애 첫 팬미팅 무비’에서 감사를 표하는 김호중. [사진 CJ 4DPLEX]

①Ability(실력)=팬덤은 실력이 있어야 따른다. BTS 등 K팝 아이돌 그룹이 해외 팬덤까지 얻은 것도 군무 실력과 함께 이전 아이돌과 차별화되는 가창력이나 작곡·작사 능력을 보여준 배경이 컸다.
 
김호중이 각종 구설에 휘말렸지만, 실력 자체는 전문가들도 인정한다. 한양대 성악과와 독일 유학을 거친 그는 ‘미스터 트롯’이 시작되자마자 ‘트바로티(트로트+파바로티)’로 불리며 실력을 인정받았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가창력이 뛰어난 성악가 출신이어서 트로트를 고급스럽게 포장하는 기술을 갖고 있다. 그런 점이 대중을 사로잡았다”며 “실력 없이 논란만 일으켰다면 지금처럼 버티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②Bring up(양육)=경제학에서 ‘이케아 효과’라고 부르는 현상이 있다. 직접 조립하는 이케아 가구는 불편하지만 인기가 높다. 가성비도 좋지만, 조립 과정에서 완성품 가구를 사는 것보다 높은 만족감이나 애착이 높아진다고 해서 명명된 현상이다.
 
이런 현상을 대중문화에서 잘 보여준 것이 ‘프로듀스(Mnet)’ 시리즈다. 투표 조작으로 퇴출당하긴 했지만 오디션 프로그램 중 기록적인 성공을 거뒀다. 여기서 데뷔한 워너원과 아이즈원은 단번에 정상급 아이돌 반열에 올랐다. 대국민 오디션 시스템 덕이 크다. 두세 달가량 수차례 경선을 치르며 시청자는 자신이 응원한 가수에게 특별한 애착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김호중도 ‘미스터 트롯’을 거치며 이 효과를 톡톡히 누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팬덤 입장에선 내가 키운 ‘자식’이라 기존 연예인에게 갖는 감정과는 다르다”며 “대중은 자신들이 세상에 내놓은 김호중이 성공하도록 이끌고, 보호해야 한다는 특별한 감정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나은경 국민대 언론정보학부 교수는 논문 ‘미디어 팬덤의 심리학: 아무나 팬을 가진 시대, 숭배에서 친밀감으로’에서 팬덤 확산의 요소 중 하나로 사회적 실재감(social presence)을 들었다. 과거엔 신비감에 싸였던 유명인들이 미디어의 발달로 자신 주변에서 실존하는 느낌을 경험하게 되면서 팬덤이 더욱 확산·강화한다는 것이다.
 
③Crisis(위기)=가수에게 닥친 위기는 팬덤의 결속 강화로 이어지곤 한다.
 
정덕현 평론가는 “김호중 현상엔 ‘위기’가 독이 아닌 약이 되고 있다. 의혹이 제기될 때마다 팬덤에선 ‘김호중을 음해하려는 불순한 의도’라며 더 결집하는 모습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과거 JYJ가 동방신기에서 나오면서 각종 의혹들로 어려움을 겪었지만, 팬들이 이를 ‘거대 기획사의 공작’으로 규정하고 더 뭉친 사례도 있다. 다만 정덕현 평론가는 “김호중 현상과 기존 팬덤은 다소 차이가 있다”며 “BTS 등 대부분의 팬덤은 지지하는 가수가 불명예스러운 의혹에 휘말리면 유감을 표명하거나 지지를 철회하기도 하는데, 김호중의 팬덤은 ‘무조건 지지’에 가깝다”고 지적했다.
 
④Narrative(서사)=가수를 둘러싼 서사다. 김호중은 이미 2009년 SBS 예능 ‘스타킹’에 출연해 이름을 알렸다. 당시 어두운 과거를 딛고 성악가라는 꿈을 위해 노력하는 ‘고딩 파바로티’로 주목받았고, 한석규·이제훈 주연의 영화 ‘파파로티’의 모티브가 됐다. 한 기획사 관계자는 “팬덤은 스토리텔링이 핵심이다. 김호중은 이미 스토리텔링을 갖고 태어난 가수니, 확실한 상품성을 가진 셈”이라고 말했다.
 
유성운 기자 pirat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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