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秋 '거짓말 공방' 2라운드…국감 선서 위증하면 처벌받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지난달 17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교육·사회·문화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목을 축이고 있다. 오종택 기자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12일 국회 법무부 국정감사에 출석한다. 법무부 장관이 국정감사에서 증인 선서를 하는 것은 2년 만이다. 
 
지난해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국정감사를 하루 앞두고 사퇴해 김오수 당시 법무부 차관이 장관 직무대리 신분으로 출석했다. 법조계에선 당시 조 전 장관의 사퇴 시점을 놓고 '위증죄'의 부담을 느꼈기 때문이란 해석이 나왔었다.
 

국정감사서 거짓말 하면 위증 처벌  

국회에서의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국회증언감정법)에 따르면 국정감사나 국정조사의 경우 대정부질문이나 인사청문회, 일반 상임위원회 출석과 달리 장관은 거짓말을 하면 처벌받을 수 있다. 국정감사 전 장·차관 등 증인들이 "답변에 거짓이 있으면 위증의 벌을 받기로 서약한다"는 증인선서를 하기 때문이다. 대정부질문에는 없는 절차다. 
 
이에 피우진 전 국가보훈처장은 지난해 국가보훈처 국정감사에서 손혜원 전 의원 부친의 독립유공자 특혜 의혹에 대한 증인선서를 거부하기도 했다. 선서를 하는 순간 위증 처벌의 대상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우진 전 보훈처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보훈처 국정감사에서 출석해 증인선서를 거부하던 모습. [뉴스1]

피우진 전 보훈처장이 지난해 10월 국회 보훈처 국정감사에서 출석해 증인선서를 거부하던 모습. [뉴스1]

피 전 처장과 달리 2016년 12월 국정농단 국정조사에서 선서를 한 뒤 위증을 했던 증인들은 대거 형사처벌을 받았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문체부 블랙리스트와 관련해 "블랙리스트를 본 적이 없다"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다. 앞선 대정부질문에서 아들 병역 특혜의혹(무혐의 처분)과 관련한 거짓말을 했다는 질타를 받은 추 장관이 긴장할 수 있는 상황이다.
 

권력 잡으면 거짓말에 관대해진다 

하지만 이 증인선서는 한편으로, 현직 장·차관과 장관 후보자들이 국회에서 거짓말을 하고도 처벌을 받지 않는 '방패막이'가 되기도 했다. 그리고 이 거짓말에 대한 여야의 반응은 당시 누가 권력을 잡았느냐에 따라 극명히 갈렸다. 여기서도 '내로남불'이란 이중적 잣대가 작용했다.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머리를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해 10월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대정부질문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머리를 넘기고 있다. [연합뉴스]

가장 최근 사례로는 인사청문회에서 사실과 다른 말을 했다는 의혹을 받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조 전 장관이 있다. 야당에선 "공직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거짓말도 처벌토록 하겠다"는 '조국·윤석열' 방지법을 거론했다. 하지만 공직후보자를 계속 청문회에 내야하는 여당에선 호응하지 않았다. 
 
지금 여당이 야당이던 보수 정부 시절엔 이 역할이 반대로 뒤집혔다. 당시 야당이던 더불어민주당은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던 후보자(신영철 전 대법관)를 고발했고, 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했던 후보자들(천성관 전 검찰총장 후보자, 김태호 전 국무총리 후보자, 정성근 전 문화체육관광부장관 후보자)을 낙마시키기도 했다. 
 
당시 이들은 인사청문회법과 국회 증언감정법을 개정해, 지금 야당의 주장처럼 장관 후보자의 거짓말을 처벌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국회에서의 거짓말은, 거짓말 그 자체보단 누가 권력을 쥐고 후보자를 내느냐가 중요했다. 
 
2017년 국정농단 의혹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모습. 두 사람은 국정농단 국정조사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중앙포토]

2017년 국정농단 의혹으로 영장실질심사를 받았던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체부 장관의 모습. 두 사람은 국정농단 국정조사에서 위증을 한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중앙포토]

국회 위증 처벌의 뿌리  

법조계에선 국회에서 한 거짓말 처벌의 차등을 둔 현행 국회 증언감정법의 뿌리를 형법 제152조의 위증죄와, 국정감사와 국정조사의 근거를 마련한 헌법 제61조로 보고있다. 위증죄는 1953년 제정된 최초의 형법부터 있었고, 국회 증언감정법상 위증죄는 1975년에 신설됐다. 
 
부장판사 출신인 도진기 변호사는 "법정에서 증인의 위증을 처벌토록 하는 위증죄도, 사건의 당사자인 피고인의 거짓말에 대해선 책임을 묻지 않는다"며 "국회 증언감정법 역시 '피고인은 자신에게 불리한 진술은 거부할 수 있다'는 권한을 보장한 위증죄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의 재판에서도, 재판장은 선서의 의무가 있는 증인의 출석 거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사건 당사자인 정 교수의 피고인신문 거부는 받아들였다. 피고인의 경우 증인과 달리 위증의 부담이 없다. 거짓말을 해도 처벌할 수 없으니, 재판의 목적인 진실 발견에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병역 특혜의혹 수사 관련 국회 발언 모음.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 병역 특혜의혹 수사 관련 국회 발언 모음.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거짓말 방지법 필요" vs "정치의 사법화 우려" 

현행 법률체계상 국회에서의 거짓말(징역 1년 이상, 10년 이하)을 법정 위증죄(1000만원 이하 벌금, 징역 5년 이하) 보다 엄하게 처벌하는 만큼, 고위 공직자들의 거짓말에 면죄부를 주는 현행 법률 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인사청문회 만큼은 후보자 본인의 거짓말도 처벌하자는 주장이다. 
 
미국의 경우 공직후보자가 인사청문회에서 거짓말을 하면 '허위진술죄'로, 증인이 증인 선서를 거부할 경우엔 '의회모독죄'로 처벌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위증죄 처벌의 형량은 5년 이하의 징역이다. 하지만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정치인은 거짓말을 하지 않은 것이 당연하다. 국민에게 거짓말을 하면 정치적 책임을 지면 되는 것"이라며 "국회의 모든 발언에 형사처벌 잣대를 적용하는 것은 정치를 사법의 영역으로 끌고가는 위험한 시도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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