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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utlook] 세계의 등대공장, 올해 10곳 추가…한국은 하나도 없다

세계경제포럼(WEF)은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와 함께 세계 제조업의 변화를 이끄는 ‘등대공장(Lighthouse)’ 10곳을 최근 새로 선정했다. 디지털화, 고도화 및 예측분석, 가상·증강현실(VR·AR), 산업 사물인터넷(IIoT) 등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등대처럼 제조업의 미래를 안내하는 공장들이다. 2018년 이후 지금까지 총 54개의 등대공장이 선정됐고, 24곳이 아시아에 위치한다. 중국이 15곳이지만, 한국에선 지난해 7월 선정된 포스코가 유일하다. 한국 기업은 올해 한 곳도 선정되지 않았다.
 

맥킨지가 본 기업혁신 실태
54곳 중 아시아에 24곳 가동 중
중국 15곳, 한국은 여전히 포스코뿐

국내 굴지 기업들 성과 없는 건
혁신의지 부족, 새 시스템 꺼린 탓

아람코, 드론이 검사시간 90% 단축
알리바바, AI가 의류재고 43% 줄여
1개 라인서 100종 생산하는 곳도

등대공장들은 4차 산업혁명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애자일(agile·유연함) 및 고객 중심 ▶탄력적인 공급망 ▶속도와 생산성 향상 ▶친환경 등 네 가지 혁신에 성공했다.  
 
54개 등대공장

54개 등대공장

중국 항저우에 위치한 알리바바의 쉰시 디지털 의류 공장이 대표적이다. 마윈 창업자가 2018년 제시한 신(新)제조 전략의 압축판이다. 인공지능(AI)·IoT 등을 활용해 수요 예측부터 주문, 옷감 절단, 봉제, 세탁, 배송에 이르는 과정을 디지털화했다. 같은 재료를 사용하는 여러 건의 의류 주문을 동시에 처리해 원단 낭비를 줄이고, AI 기술을 활용한 레이저 절단기는 오류를 줄였다. 세탁 과정에서도 물 소비를 50% 줄였다. 쉰시 공장은 최소 100개의 소량 주문 생산이 가능하면서도 제품 출시 기간은 기존의 75%, 재고는 43% 감소시켰다.
 
데이터 활용 기반 구축은 필수다. 독일의 산업자동화 솔루션 기업 피닉스컨택트는 정보를 담고 있는 무선인식 태그(RFID)를 활용해 디자인부터 배송까지의 전 생산 과정을 데이터화해 생산 시간을 30% 줄이고, 성능을 40% 향상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아람코는 드론을 띄워 석유 생산 플랜트에 산재해있는 파이프라인과 기계류를 검사·분석해 검사 시간을 90% 단축했다. 
 
AI가 관리한 유니레버 허페이 ‘등대공장’ 코로나에도 생산 10% 늘어
 
미국 자이머젠의 AI·유전공학 통합 플랫폼은 많은 실험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사진 맥킨지]

미국 자이머젠의 AI·유전공학 통합 플랫폼은 많은 실험을 자동으로 수행한다. [사진 맥킨지]

여러 생산설비의 센서가 서로 수천만 개의 정보를 서로 주고받으며 한 생산라인에서 100종류 이상의 제품을 생산하고(독일 지멘스 중국 청두 공장), 실시간으로 공급망을 파악하는 플랫폼을 구축해 1700만 달러 상당의 재고를 줄이며(아일랜드 얀센),  IoT를 활용해 현장에서 곧바로 비용을 계산하는(이탈리아 롤드) 기업도 있다.
 
사우디 아람코는 유전에 4만개의 센서를 설치해 안전성을 높였다. [사진 맥킨지]

사우디 아람코는 유전에 4만개의 센서를 설치해 안전성을 높였다. [사진 맥킨지]

가치사슬(부가가치가 생성되는 과정)을 디지털화해 비즈니스 모델의 혁신을 이루기도 한다. 중국 상하이자동차그룹의 맥서스는 대량생산이 어려운 맞춤형 자동차의 공정을 혁신했다. 고객은 온라인으로 맞춤형 차를 주문하고, 제작과정을 추적한다. 회사는 3차원(3D) 시뮬레이션으로 디자인한 후 이에 맞춰 부품을 배송받으며, AI로 품질을 체크한다. 구매·생산·재고·물류 등을 자동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춘 맥서스는 주문 접수 4주 이내 배송을 끝내는 게 목표다. 출시 기간을 35% 줄였고, 별도의 시간·비용 증대 없이 맞춤 생산 체계의 효율성을 높였다.
 
프랑스 르노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로봇. [사진 맥킨지]

프랑스 르노의 빅데이터를 활용한 로봇. [사진 맥킨지]

영국 유니레버의 중국 허페이 공장은 코로나19 위기를 맞자 생산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디지털 및 AI를 도입했다. 집에서 현장 생산라인의 모니터링이 가능하게 하고, 문제를 바로 포착해 수정하게끔 했다. 덕분에 코로나19 기간에도 일일 생산량은 10% 늘었다. 또 AI가 재활용 잔열을 공장 전력에 활용하는 방식으로 증기 소비량을 93% 줄였다.
 
중국 알리바바의 디지털 의류 공장. [사진 맥킨지]

중국 알리바바의 디지털 의류 공장. [사진 맥킨지]

등대공장의 과반수는 디지털 역량 구축에 적극적이다. 글로벌 석유화학 기업 페트킴은 디지털 아카데미를 사내에 구축하고 AR·VR로 직원들을 교육한다. 인도네시아 페트로시는 게이미피케이션(게임적 요소를 접목해 사용자의 몰입을 끌어내고 동기를 부여하는 것)을 활용해 빠르게 디지털 기술을 익히도록 한다. 최고 경영진의 참여도가 높고, 이를 관리·지원하는 혁신조직을 구축하고 있는 것도 공통분모다. 설문조사 결과, 직원 만족도는 10점 만점 중 8점으로 다른 일반 기업에 비해 높다.
 
성과는 수치로 드러난다. 일반 기업과 비교해 생산성은 최대 200% 높고, 신제품 출시 기간 최대 90% 단축, 운영 비용 최대 45% 절감 등의 성과를 냈다.
 
한국은 반도체와 자동차·화학·철강·조선 등에서 세계적 기업을 보유하고 있으나, 등대공장은 단 한 곳에 불과하다. 수년째 파일럿(시범 운용 프로젝트)만 반복하고 있는 기업의 혁신 의지 부족을 주된 이유로 꼽고 싶다. 이런 현상을 ‘파일럿 연옥’(Pilot purgatory)이라고 부른다. 전 세계 제조업체들의 70%가 파일럿 연옥에 갇혀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하지만 한국 기업은 단기 비용에 대한 걱정, 새로운 시스템에 대한 의구심이 다른 경쟁국보다 큰 편이다. 과감한 기업문화 혁신 및 기업환경 조성도 필요하다. 보다 적극적인 규제 완화, 유연한 제도 운용 등이 뒷받침된다면 기업들의 4차 산업혁명 기술 적용이 활기를 띨 수 있다.
 
경영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등대공장의 기술 혁신은 위기 극복의 핵심 열쇠로 작용한다. 등대공장과 다른 기업 간 간극은 코로나19 이후 더 커질 것으로 예상한다.
  
최승혁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최승혁

최승혁

맥킨지 미래 모빌리티 센터(MCFM) 및 제조·IIoT 부문 아시아 공동 리더. 자동차·모바일·IIoT 분야 전문가다. 연세대 경영학과, 미국 MIT MBA를 졸업했다. 

 
 
 
 
 
최승혁 맥킨지 한국사무소 파트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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