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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갈비·막국수냐, SNS서 뜬 감자빵이냐…뭐부터 먹을까

일일오끼 - 강원도 춘천

춘천은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고, 너른 호수가 펼쳐지는 물의 도시다. 춘천댐 매운탕골을 비롯해 강변과 호반으로 유서 깊은 맛집이 널려 있다. 사진은 랜드마크로 통하는 소양강 처녀상. 뒤로 쏘가리 형상의 조형물과 소양강 스카이워크가 보인다.

춘천은 북한강과 소양강이 만나고, 너른 호수가 펼쳐지는 물의 도시다. 춘천댐 매운탕골을 비롯해 강변과 호반으로 유서 깊은 맛집이 널려 있다. 사진은 랜드마크로 통하는 소양강 처녀상. 뒤로 쏘가리 형상의 조형물과 소양강 스카이워크가 보인다.

입이 즐거우면 여행도 즐거워진다. 날이 궂어도 본전은 뽑을 수 있다. 강원도 춘천이 그러하다. 지명을 딴 ‘춘천 닭갈비’와 ‘춘천 막국수’가 국민 브랜드가 된 지 오래다. 인구가 채 30만 명이 안 되는 춘천시에 ‘닭갈비’를 상호로 쓰는 식당만 275개(막국수 집은 117개)에 달한다. 집마다 맛이 다르니 닭갈비와 막국수만 먹고 다녀도 1년이 모자라다. 술꾼에겐 민물 매운탕이 있어 든든하다. 유서 깊은 호반의 도시답게 숙련된 솜씨의 매운탕 집이 널려 있다. 젊은 여행자라면 전국구 빵집, 최근 핫하다는 골목 식당가도 기웃거려볼 만하다. 역시 먹는 게 남는 일이다.

닭갈비 간판 건 집만 275개
반세기 사랑 받은 버터크림빵
속풀이엔 얼큰한 쏘가리 매운탕

  

굽느냐 볶느냐 

닭갈비는 춘천에서 태어났다. 해방 후 판자촌 술집에서 닭고기를 뼈째 토막 내 연탄불에 구워 먹던 문화가 1970년대 조양동 ‘명동거리’로 옮아가면서, 춘천을 대표하는 먹거리로 자리 잡았다. ‘닭갈비’는 뼈째 잡고 뜯을 수 있다고 하여 붙은 이름. 사실 우리가 먹는 닭갈비는 대개 닭 다리 살이다.
 
갖은 야채를 곁들이는 철판 닭갈비.

갖은 야채를 곁들이는 철판 닭갈비.

명동 닭갈비골목 협의체 ‘계명회’의 지헌용(70) 회장은 “80년대 춘천 지역 군인과 대학생의 인기 안주였다. 그 시절 닭갈비 한 대 값이 200~300원에 불과했다”고 회상했다. 닭고기에 야채를 곁들이고, 마무리로 볶음밥을 눌려 먹는 철판 닭갈비가 유행한 것은 90년대에 들어서다. 대식가가 아니라면 이것부터 정해야 한다. 숯불이냐 철판이냐. 불 향 가득한 숯불 닭갈비, 볶음밥 곁들이는 철판 닭갈비 모두 군침이 솟긴 마찬가지다.
 
닭고기를 뼈째 토막내 숯불에 구워 먹던 문화에서 춘천 닭갈비가 출발했다. 소양강변 ‘토담숯불 닭갈비’에서 내는 삼색(고추장·소금·간장) 닭갈비.

닭고기를 뼈째 토막내 숯불에 구워 먹던 문화에서 춘천 닭갈비가 출발했다. 소양강변 ‘토담숯불 닭갈비’에서 내는 삼색(고추장·소금·간장) 닭갈비.

30년 내력의 닭갈빗집이 널린 춘천이지만, 요즘은 소양강변의 ‘토담숯불닭갈비’가 가장 붐빈다. 전국 티맵 이용자가 가장 많이 검색한 춘천 1위 가게(20년 7~9월, SKT)다. 전통 방식의 고추장 닭갈비 외에 소금·간장 양념 닭갈비까지 맛볼 수 있다. 이른바 ‘삼색닭갈비’에 더덕구이·막국수·된장찌개가 딸려 나오는 3인 세트(5만4000원)가 잘 팔린다. 골라 먹는 재미가 큰 데, 간장 닭갈비에 막국수를 싸 먹을 때가 가장 꿀 조합이었다.
  

춘천 막국수는 하얗다 

소양강변의 메밀밭이 메밀꽃으로 하얗게 물들었다.

소양강변의 메밀밭이 메밀꽃으로 하얗게 물들었다.

예부터 강원도에선 메밀을 주식(主食)처럼 먹었다. 쌀 한 톨 거두지 못하는 산간에서도 메밀은 잘 자라기 때문이다. 맷돌에 메밀을 갈고 반죽해 면을 뽑은 다음, 김치나 동치미 국물에 비벼 먹던 것이 춘천 막국수의 원형이다. 신북읍에 옛 방식 그대로 막국수를 직접 만들어볼 수 있는 ‘막국수 체험 박물관’이 있다.
 
메밀은 빨리 상한다. 하여 춘천 막국수는 속도가 생명이다. 반죽에서 양념까지 앉은자리에서 바로 해 먹는다 하여 ‘막’ 국수가 됐다는 게 정설이다. 어떤 대박집도 배달은 상상 못 한다.
 
100% 메밀을 고집하는 ‘명가 춘천막국수’의 홍웅기 대표.

100% 메밀을 고집하는 ‘명가 춘천막국수’의 홍웅기 대표.

소양강 스카이워크 인근 ‘명가 춘천막국수’는 46년째 100% 메밀면만 낸다. 순메밀면은 툭툭 끊기고, 검은 기가 돈다고 배웠다. 국어사전에도 ‘거무스름한 빛깔의 국수’라고 나온다. 한데 요즘 순메밀면은 색이 희고 곱단다. 제법 찰기도 있다. 제분기·반죽기 따위의 기계가 사람 손을 대신해 껍질을 거르고 정교하게 면을 뽑기 때문이다. 홍웅기(56) 대표는 “손 반죽해 나무 틀에 눌러 먹던 시절보다 되레 맛과 향이 더 좋아졌다”고 설명했다.
 
율문리 ‘시골막국수’의 상차림. 맛깔스러운 양념장 위로 동치미 국물을 부어 비벼 먹는다.

율문리 ‘시골막국수’의 상차림. 맛깔스러운 양념장 위로 동치미 국물을 부어 비벼 먹는다.

율문리에서 2대째 내려오는 ‘시골막국수’는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의 단골로 소문난 집이다. 소셜 미디어에 남겼던 정 부회장의 표현을 빌리자면 “시원한 동치미 국물의 개운한 맛이 일품. 면발·양념장·국물 맛에 반해 춘천에 가면 꼭 들리는 머스트 고 플레이스”다.
  

술 한잔 생각날 때 

춘천 시내 어디를 가든 칼칼하고 진한 매운탕 냄새가 감돈다. 북한강과 소양강이 교차하고, 너른 호수를 품은 곳이 춘천이다. 도시 전체가 물기를 흥건하게 머금고 있다. 사계절 다양한 민물고기가 잡히니, 자연히 매운탕이 발달했다.
 
춘천 서면의 오월리 계곡. 그러니까 춘천댐 턱밑에 명성 자자한 매운탕골이 틀어 앉아 있다. 1960년대 춘천댐 건설 때 인부를 상대하는 밥집과 술집 하나둘 계곡에 자리 잡으면서 매운탕골을 형성했단다. 이선자(63) 문화해설사는 “80~90년대 한창때는 매운탕 집이 20곳 넘게 줄지어 서 있었다”고 기억했다. 현재는 13곳이 매운탕골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춘천댐 매운탕골 ‘춘천횟집’의 쏘가리 매운탕.

춘천댐 매운탕골 ‘춘천횟집’의 쏘가리 매운탕.

집집이 간판은 달라도 메뉴는 닮았다. 향어·송어·메기·빠가사리 등의 민물고기로 회를 치고, 찌고, 매운탕을 끓인다. 매운탕골에서 가장 귀한 어종은 예나 지금이나 소양호에서 잡은 쏘가리다(소양강 한가운데에도 춘천을 대표하는 상징물로 쏘가리 조형물이 설치돼 있다). 맛은 두말할 것 없다. 미나리 따위의 야채를 올리고 고춧가루를 풀면 알아서 깊은 맛을 낸다. 육질도 탱탱하다. 매운탕골 초입 28년 내력의 ‘춘천횟집’ 야외 평상에 자리를 잡았다. 계곡물 소리가 기분 좋게 장단을 맞추는 그곳에 앉아 쏘가리 민물매운탕(소 8만원)을 맛봤다. 소주 한잔이 간절했다.
  

새로 뜬 맛 vs 추억의 맛 

춘천 명물로 뜬 감자빵. ‘카페 감자밭’ 이미소 대표의 솜씨다.

춘천 명물로 뜬 감자빵. ‘카페 감자밭’ 이미소 대표의 솜씨다.

요즘 춘천 최고의 여행 상품은 감자빵이다. 소양강변의 신흥 ‘카페 감자밭’에서 올 초 감자 모양을 꼭 빼닮은 감자빵(3000원)을 내 이른바 대박을 쳤다. 주말 하루 평균 감자빵 3000개 이상이 팔려나간다. 먹고 가는 사람이 반, 선물 포장해 가는 사람이 반이다.
 
농사꾼 아버지와 남편이 수확한 ‘로즈감자’를 재료 삼아, 딸이 빵을 굽는다. 이미소(31) 대표는 “실제 감자의 맛과 모양을 살리기 위해 2년을 쏟았다”고 했다. 빵 속은 50% 이상이 감자다. 겉은 흑임자가루와 콩가루까지 두루 묻혀, 누가 봐도 밭에서 갓 캔 감자 꼴이다. 누구나 여러 장의 인증샷을 남긴 뒤에야 입에 가져간다. 지명만 다르고 맛은 똑같은, 소위 지역 명물 빵만 먹다가 간만에 특색 있는 명물 빵을 찾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과자·버터크림빵·단팥빵..., 52년 내력 ‘대원당’의 대표 선수들이다. 맛도 모양도 정겹다.

생과자·버터크림빵·단팥빵..., 52년 내력 ‘대원당’의 대표 선수들이다. 맛도 모양도 정겹다.

카페 감자밭이 젊은 여행자 사이에서 뜬 맛집이라면, 공지천변의 ‘대원당’은 춘천 시민이 고향 집처럼 여기는 빵집이다. 1968년 문을 열어 2대째 가게가 내려온다. 보들보들한 ‘버터크림빵(1400원)’, 어른의 얼굴을 가릴 만큼 큼지막한 ‘구로맘모스(5000원)’가 오랜 인기 메뉴. 100% 버터크림을 사용해 달콤하면서도 느끼하지 않다. 익히 아는 맛이어서, 내공의 깊이를 더 확연히 느낄 수 있다.
 

낡고 젊은 가게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 인근의 ‘육림고개’. 새로 뜬 골목 상권이다. 안쪽으로 젊은 감성의 밥집과 디저트 가게가 몰려 있다.

춘천 명동 닭갈비 골목 인근의 ‘육림고개’. 새로 뜬 골목 상권이다. 안쪽으로 젊은 감성의 밥집과 디저트 가게가 몰려 있다.

닭갈비 냄새 진동하는 명동거리를 벗어나 옛 육림극장 방향으로 5분만 걸으면, 개성 넘치는 옛 골목과 마주하게 된다. ‘육림고개’라는 이름의 고갯길. 20년 가까이 발길이 끊겼던 구도심이, 4년 전 청년 상인이 하나둘 모여들며 생기를 찾았다. 대략 25개 빈집과 창고가 식당·카페·액세서리·공방 등으로 탈바꿈했다. 이제 30년 이상 된 노포에도 젊은이들이 기웃거린다. 강냉이 집과 기름집이 젊은 감성의 케이크 가게, 와플 가게와 어깨를 맞댄 거리의 풍경이 영 낯설면서도 재밌다.
 
세 명의 청년 농부가 밥상을 차리는 ‘어쩌다 농부’, 전망 좋은 언덕에 자리한 카페 ‘올라’, 마카롱 가게 ‘구스타프 케이프’가 육림고개에서 손꼽히는 맛집이다. 옛 골목을 구석구석 누비며 식사에서 디저트까지 해결할 수 있다.
 
춘천 사람의 산책코스인 공지천엔 레트로풍의 카페 겸 술집 ‘강남1984’가 있다. 이태 전 4층짜리 낡은 여관을 고쳐 자리를 튼 뒤 인근 젊은이의 아지트로 거듭났다. 그 자리에서 84년 문을 열어 숱한 여행자가 머물다간 여관 ‘강남장’에서 이름을 따왔다. 옛 ‘여관’ 간판과 타일 등 가게 안팎으로 세월의 때가 스며 있다. ‘수제 돈가스& 함박(2만원)’이 인기 안주다.
  
글·사진 백종현 기자 baek.jo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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