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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주 낙태 허용' 입법 예고에…여성계 분노 "전면폐지 마땅"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회원들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지난달 2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대학생 페미니즘 연합동아리 '모두의 페미니즘' 회원들이 낙태죄 전면 폐지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정부가 7일 임신 초·중기 여성의 낙태를 처벌하지 않겠다는 취지의 개정안을 입법 예고함에 따라 낙태 허용 기간과 인정 사유가 지금보다 더 확대될 전망이다. 앞으로는 임신 14주까지 조건 없이 낙태가 가능하고 국내에 수입되지 않았던 ‘먹는 낙태약’도 합법화된다. 그러나 여성계에서는 임신 당사자인 여성의 목소리가 배제된 개정안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책임 전가하는 역사적 후퇴”

현행·개정 낙태 허용 요건. 연합뉴스

현행·개정 낙태 허용 요건. 연합뉴스

 
여성계는 그동안 낙태죄를 규정한 형법 조항 자체의 폐지를 주장해왔다.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는 이유에서다. 그러나 이번 개정안에서 낙태죄는 그대로 유지됐다. 임신 기간에 따라 낙태 행위의 처벌 유무가 달라질 뿐이다. 임신 14주 이후의 낙태 행위는 특정 조건에 적용되는 않는 한 기존과 같이 1년 이하 징역이나 2백만 원 이하 벌금형의 처벌을 받는다.
 
여성계는 이번 개정안이 헌법재판소의 결정과도 거리가 멀다고 지적한다. 헌재는 지난해 4월 낙태를 처벌하도록 한 형법 조항이 임신한 여성의 자기결정권을 침해한다며 헌법불합치 결정했다. 헌법불합치란 해당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만 즉시 효력을 중지하면 사회적 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어 법을 개정하기 전까지 한시적으로 효력을 인정하는 결정이다.  
 
헌재 결정 이후 여성계는 낙태죄 폐지를 기대했지만 이번 개정안은 제한적으로만 낙태를 허용하는 내용을 담았다. 앞서 지난달 28일 여성단체 ‘모두를 위한 낙태죄 폐지 공동행동’은 특정 임신 주수에 대해서만 낙태를 허용하는 입법 방향에 대해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에도 또다시 처벌로써 책임을 여성에게 전가하는 역사적 후퇴”라고 비판했다.
 

“정부 ‘허용 프레임’ 벗어나지 못해”

개정안에서 임신 기간에 따라 합법적인 낙태 기준을 설정한 것을 두고도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조건 없는 낙태가 가능한 ‘14주 이내’의 기간을 명확히 확정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나영정 장애여성공감 정책연구원은 “임신 초기에 임신 사실을 알지 못하거나 정보 접근이 떨어지는 장애인의 경우 14주라는 기간을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전히 정부가 임신 지속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허용 프레임’의 근본적인 인식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난 8월 법무부 자문기구인 양성평등정책위원회도 “임신 중단의 비범죄화를 위해 임신 주 수와 관계없이 형법상 낙태죄를 폐지해 여성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자기 결정권을 보장해야 한다”고 권고한 바 있다.  
 
낙태 전 상담과 숙려기간을 거쳐야 한다는 규정이 개정안에 포함된 것을 놓고도 논란이 일고 있다. 정부는 임신 15~24주 이내에서는 사회·경제적 사유가 있을 경우 낙태를 허용하기로 했다. 다만 이 경우 상담과 24시간의 숙려기간을 거쳐야 하는 조건을 달았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관계자는 “낙태 상담을 누가 어떤 방식으로 하느냐에 따라 여성의 결정은 크게 달라질 수 있다”며 “그동안 낙태 행위 자체를 반대해온 종교계 인사들이 상담 과정에서 여성들의 결정권을 침해할 여지가 있다”고 말했다. 앞서 2012년에 세계보건기구(WHO)는 의무적 숙려기간을 둘 경우 시술을 지연시켜 여성의 안전하고 합법적인 낙태 시술을 제한할 수 있다고 밝혔다.
 

종교계와도 갈등 이어질 전망

낙태 자체를 반대해 온 종교계 역시 이번 개정안에 반발하고 있어 논란은 더 확산할 전망이다. 종교단체들은 태아의 생명권을 이유로 낙태를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현행 법률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해왔다. 김형철 기독교생명윤리협회 사무총장은 “생명의 존엄성은 임신 기간과 상관없이 난자와 정자가 만나 수정이 이루어지는 그 순간부터 시작된다”며 “원치 않는 임신에 대해서는 남성도 동일하게 책임을 지게하고 입양 등의 대안을 통해 여성의 인권이 향상되어야지 낙태를 허용하는 방향으로 법률이 개정되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앞으로 정부는 개정안에 대해 40일 이상 의견 수렴을 거친 뒤 법제처 심사와 국무회의 등을 거쳐 국회에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다.
 
이가람 기자 lee.garam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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