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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크 훌러덩 벗었다…트럼프 기행, 한국이면 형사 처벌감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스크를 벗어 보이고 있다. [CNN 캡처]

미국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마스크를 벗어 보이고 있다. [CNN 캡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확진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완치 전 퇴원을 강행하고, 공공연하게 마스크를 벗는 행동을 두고 국내에서 이해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많다.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한국의 방역 기준에서 볼 때 '기행(奇行)'에 가깝다.    
트럼프 대통령처럼 74세인 고령 확진자가 국내에서 격리 조치에서 이탈해 병원 밖으로 나갔다면 현행 법률상 범법 행위에 해당될 소지가 크다.  
 
국내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감염병 예방법)은 자가격리나 입원치료 조치를 위반할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고 있다. 기존 벌금 300만원에서 올해 처벌이 강화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확진 뒤 병원에 입원했지만, 지난 4일(현지시간)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병원 밖으로 '깜짝 외출'했다. 차량을 타고 병원을 한 바퀴 돌았는데, 현지에서도 통상적인 격리 조치를 위반했다는 비난이 빗발쳤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은 시작일뿐이었다. 다음날 입원 사흘 만에 조기 퇴원을 한 데 이어 백악관 복귀 직후엔 마스크를 벗고 경례하기도 했다.  
 
국내에선 70대 고령의 고위험군 확진자는 열이 내리고 상태가 호전하더라도 2~3주가량 입원 치료를 하는 게 통상적이다. 고령 환자는 상태가 언제든 악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오후 월터리드 군병원 앞을 차량으로 돌고 있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깜짝 외출했다. 연합뉴스

트럼프 대통령이 4일 오후 월터리드 군병원 앞을 차량으로 돌고 있다. 지지자들에게 인사하기 위해 깜짝 외출했다. 연합뉴스

 
다만 퇴원의 경우 주치의 판단 재량이기 때문에 법 위반사항은 아니라는 게 국내 감염병 전문가들의 견해다.  
 
방지환 중앙감염병 병원운영센터장은 "국내에서 사흘 만 퇴원은 이례적으로 보일 순 있지만 퇴원 여부는 주치의 판단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도 6일 정례 브리핑에서 "의료기관 퇴원과 격리해제는 다르다"며 "퇴원은 대부분 국가가 전적으로 주치의, 의사  판단에 의존하고 있고, 예를 들어 발열이 해소되는 등 현저히 호전됐을 때 주치의 판단에 따라 퇴원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권 부본부장은 격리해제 기준에 대해서도 "미국과 한국의 차이가 크다"며 "한국의 경우 유증상자의 경우 발병 후 10일 경과 후 72시간 동안 발열이 없고 임상증상이 호전되거나, PCR검사 결과 24시간 이상의 간격으로 연속 2회 음성이 나오는 것 중 한 가지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은 PCR 검사에 근거한 격리해제 기준을 더 이상 사용하고 있지 않고, 해열제 치료 없이 24시간 경과하고, 증상이 호전되는 것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의 돌발 행동은 국내 기준에서 방역상 위험을 초래할 게 명백해 범법 행위에 해당하지만, 미국에선 주치의 판단 아래 용인 가능한 수준이란 얘기다.  

대통령 주치의 숀 코리가 4일(현지시간)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대통령 주치의 숀 코리가 4일(현지시간) 월터 리드 군 병원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상태에 대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AFP=연합뉴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의 행동은 미국 내에서도 통상적인 것은 아니어서 비난의 목소리가 크다. 특히 완치 전 백악관에 복귀해 마스크를 벗은 행동은 직원들에게 추가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1일 확진된 후 백악관에선 닷새 만에 12명이 추가 확진됐다.
 
국내 전문가들은 방역 최강국으로 손꼽히는 미국에서 최고 통수권자가 코로나19에 감염되는 현실을 보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미국 질병예방통제센터(CDC)는 한국 보건당국엔 교과서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이번 코로나19 대응을 보면서 실망하는 전문가들이 적지 않다. 한마디로 미국의 방역 자존심이 제대로 구겨졌다는 평가다.  
 
미국이 방역 모범국으로서 진가를 발휘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 시절인 2014년 서아프리카 에볼라 바이러스 대유행 때다. 미국은 서아프리카로 의료진을 급파해 초기 유행을 통제했고, 세계로 확산하는 걸 막았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방역은 과학'이라며 감염병 전문가의 조언을 경청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코로나19 초기 중국에 의료진을 보내며 함께 대응했다면 세계가 지금처럼 코로나 몸살을 겪진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 교수는 "법률상 제한이 없더라도 트럼프 대통령의 일탈 행동은 미국에서도 방역 원칙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특히 마스크를 벗는 행위는 위험한 행동"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이 쌓아온 그간의 방역 명성도 리더에 따라 순식간에 무너질 수 있다는 걸 본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코로나19 초기 중국을 비웃었지만, 9개월여 지난 지금 미국이 코로나 누적 확진자 및 사망자 수에서 세계 1위다.   
정부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담임목사를 고발하기로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8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조사대상 명단을 누락ㆍ은폐해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전광훈 담임 목사를 오늘 중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월 교회에 대한 명도집행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전광훈 목사.연합뉴스

정부가 코로나19 집단감염이 발생한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의 전광훈 담임목사를 고발하기로 했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8월 16일 보도자료를 내고 "자가격리 조치를 위반하고 조사대상 명단을 누락ㆍ은폐해 제출하는 등 역학조사를 방해한 혐의로 전광훈 담임 목사를 오늘 중에 고발 조치할 것"이라고 밝혔다. 사진은 지난 6월 교회에 대한 명도집행과 관련 기자회견을 하는 전광훈 목사.연합뉴스

 
한편 국내에선 코로나19 발생 이후 8월 말까지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1630명이 사법처리를 받거나 수사를 받고 있다.

김원이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코로나19 발생 이후 감염병예방법 위반에 따른 사법처리 현황’ 자료에 따르면 8월 26일 기준, 격리조치 위반 610명, 집합금지 위반 758명, 집회금지 위반 108명, 역학조사 방해 132명 등 총 1630명이 감염병예방법을 위반해 사법처리를 받거나 수사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격리조치 위반으로 7명, 역학조사 방해로 4명, 기타 위반사항 1명 등 총 12명은 구속됐다.
 
백민정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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