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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 포럼] 헷갈리면 청년의 시각으로

서경호 경제에디터

서경호 경제에디터

청년의 날? 지난달 청와대에서 있었던 ‘청년의 날’ 기념식 뉴스를 보면서 그런 날도 있나 싶었다. 알고 보니 나름 ‘근거 있는’ 법정기념일이었다. 청년기본법령에 의해 매년 9월 셋째 주 토요일로 정해졌고, 올해는 그날이 9월 19일이었다. 올 초 제정돼 8월 시행된 청년기본법 7조에 ‘청년발전 및 청년지원을 도모하고 청년 문제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위해’ 만들었다고 나와 있다.
 

최저임금·비정규직·재정·혁신 등
청년 입장에 서야 올바른 방향
청년기본법 하려면 제대로 하라

청년기본법은 청년의 범위를 만 19~34세로 정하고 청년정책에 관한 주요 사항을 심의·조정하기 위해 국무총리를 위원장으로 하는 청년정책조정위원회를 뒀다. 각 부처 장관이 정부위원으로 참여하고, 20명의 민간위원 중 12명을 청년으로 위촉했다. 청년정책을 주로 다루는 위원회를 구성할 때 위촉직 위원의 일정 비율 이상을 청년으로 앉히라는 청년기본법령을 따른 것이다.
 
이 법은 여야 국회의원들이 내놓은 7건의 청년기본법안을 단일안으로 통합해 여야 합의로 올해 1월 통과됐다. 청년정책을 국정의 핵심과제로 삼겠다는 선언은 가상하나, 청년 대상의 기존 일자리·주거·교육정책을 짬뽕하는 선에 그친다면 조국과 인국공(인천국제공항공사) 사태로 떠나간 2030 표심을 잡기 위한 꼼수라는 평가를 피할 수 없다. 청년정책을 하려면 제대로 하라는 것이다.
 
구직활동지원금·행복주택·저금리학자금대출·청년희망키움통장 같은 청년 지원 정책도 물론 필요하다. N포세대·잉여·헬조선이라는 말이 더 나오지 않도록 이 시대 청년의 손을 정부가 따뜻하게 잡아줘야 한다. 하지만 거기에 그쳐선 안 된다.
 
청년정책은 청년기본법의 건조한 법조문을 넘어선다. 청년에게 현금성 지원을 하는 것만 청년정책은 아니다. 논란이 됐던 굵직한 정책 대부분이 청년정책이라고 생각한다.
 
서소문 포럼 10/6

서소문 포럼 10/6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은 저소득 비숙련 일자리를 줄였다. 청년 알바의 하루 벌이는 올랐겠으나 그걸 누리는 머릿수는 줄었다. 기업은 기존 일자리를 줄이는 대신 신규 채용을 줄여 인건비 부담을 회피하려 했다. 청년이 원하는 좋은 일자리일수록 그랬다. 노조는 강했고, 피해는 청년 구직자의 몫이었다,
 
정부가 강력하게 밀어붙인 주 52시간 근로도 마찬가지다. 획일적인 근로시간 규제는 노동시장을 더 경직되게 했고 경제 활력을 떨어뜨렸다. 역시 노동시장에 새로 진입한 청년의 일자리를 줄이는 실책이었다.
 
비정규직 제로 시대를 열겠다는 대선 공약을 그대로 국정과제로 채택하면서 ‘인국공 사태’가 터졌다. 노조라는 두꺼운 철갑을 두른 정규직의 보호 수준을 낮추지 않으면 청년 일자리는 새로 생기기 힘들다. 비정규직이라도 노동시장에 비집고 들어가고 싶은 이는 있다. 중요한 건 비정규직 처우를 개선해 차별을 없애는 것이지, 비정규직 일자리를 박멸하는 게 아니다.
 
‘국민의 눈높이’에 맞추라는 청와대의 지침에 흐지부지된 국민연금 개혁도 문제다. 청년과 미래세대의 주머니를 터는 세대 간 도적질이란 비판을 면할 수 없다.
 
이번 국정감사의 최대 경제이슈인 재정건전성도 청년의 시각으로 봐야 한다. 경제위기에 정부가 손발을 묶고 아무것도 하지 말라는 게 아니다. 제대로 쓸 자신 없으면 재정 곳간을 함부로 축내지 말라는 거다. 문재인 대통령이 ‘작은 위로와 정성’이라고 했던 전 국민 통신비 지원에 냉소가 쏟아진 이유는 예산을 제대로 쓰지 않아서다.
 
타다와 같은 승차 공유가 좌절되고 이런저런 혁신이 기득권자 보호라는 명분에 나래조차 제대로 펴지 못하는 현실의 최대 피해자도 청년이다. 기존 산업에 도전하는 혁신 일자리는 판교밸리에서 볼 수 있듯이 청년이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기존 산업을 보호하면서 마음껏 혁신하라는 것은 무책임한 정치꾼의 언어이지, 정책가가 할 말은 아니다. 청년의 혁신은 한껏 고취하고 이로 인해 파괴된 기존 산업의 일꾼은 사회안전망으로 보듬는 게 옳은 방향이다. 청년을 ‘보호’하려고만 하는 건 좋은 정책이 아니다.
 
문재인 정부의 이런 대표정책이 모두 청년정책 아닌가. 그렇다면 각종 사회보험위원회나 최저임금심의위원회 등에도 청년의 목소리를 반영해야 한다. 총리실은 지난달 정부 152개 위원회에 340명의 청년위원이 참여한다고 발표했다. 포장만 그럴 듯하게 하고 허투루 해선 안 된다. 청년의 시각이 제대로 반영돼야 한다. 어느 쪽이 옳은지 헷갈릴 땐 청년의 시각에서 세상을 보자. 울퉁불퉁 세련되지 않은 정책을 다듬는 균형자 역할을 할 것이다. 이제는 바야흐로 ‘청년균형자론’의 시대다.
 
서경호 경제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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