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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한의 한반도평화워치] 미·중 전략경쟁 격화, 주한미군 동남아 재배치에 대비해야

미국 군사전략 변화와 주한미군

한·미 해병대원들의 연합 공지전투훈련. 미·중의 전략경쟁이 격화하며 미국이 대중 봉쇄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변화시킬 수 있어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한·미 해병대원들의 연합 공지전투훈련. 미·중의 전략경쟁이 격화하며 미국이 대중 봉쇄를 위해 주한미군의 역할을 변화시킬 수 있어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앙포토]

현재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에 대해 펼치고 있는 전략은 냉전기 소련에 대한 봉쇄전략을 연상시킨다. 서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미국의 군사력 증강과 군사 교리의 변화가 이루어지고 있다. 미 행정부가 봉쇄(containment)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지는 않지만, 중국의 군사적 팽창을 입체적으로 저지하는 사실상의 봉쇄전략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코로나 사태 이후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 강화되며
한·미동맹의 범위가 북한에서 중국으로 확대될 수 있어
봉쇄의 최전선인 동남아에 미 지상군 주둔 필요해지며
주한미군 육군 병력의 일부를 동남아 등에 옮길 수 있어

미국이 트럼프 행정부 출범 직후 중국을 러시아·이란 등과 함께 수정주의 세력으로 간주하게 된 것은 중국판 유라시아 전략이라고 할 수 있는 일대일로 전략(BRI)과 관련이 있다. BRI는 중국을 아시아·유럽·아프리카 지역의 경제 발전 잠재력이 있는 국가들과 연계하는 작업으로, 중국~중앙아시아~러시아~유럽, 중국~페르시아만~지중해, 중국~동남아~남아시아~인도양을 경제적으로 연결하는 개념이다. 그중에서도 ‘21세기 해양 실크로드’는 중국 해안으로부터 남중국해와 인도양을 거쳐 유럽으로 가는 길과, 중국 연안으로부터 남중국해를 거쳐 남태평양으로 나가는 바닷길을 통칭한다.
  
미 군사전략 변화는 한국에 발등의 불
 
BRI를 통해 중국의 인적·물적 이동이 이루어지게 되면 이를 보호하기 위해 중국 인민해방군(PLA)의 활동 범위가 넓어질 것이다. 미국은 이 점에 주목하면서 서태평양 지역을 중심으로 한 중국의 제해권(制海權) 확대 시도를 미국의 이익에 대한 위협으로 간주한다. 특히 중국의 해·공군력 강화 및 중거리 탄도미사일 위협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을 넘고 있다고 본다. 중국은 A2/AD(반 접근/지역 거부) 전략, 즉 미 항모와 항모에 탑승한 전폭기들의 사거리에 들기 전에 이를 차단하기 위해 지상·해상·공중에서 발사하는 탄도 및 순항 미사일로 타격 태세를 갖추고 있다. 게다가 중국은 다탄두 탄도미사일, 극초음속 미사일도 개발 중이다. 우주 및 사이버 공간에서의 능력도 강화하고 있다.
 
중국의 A2/AD 전략에 대응해 미국의 전임 오바마 행정부는 기존의 작전 개념인 공해전(Air-Sea Battle)을 집권 후반기에 ‘국제 공역에서의 접근과 기동을 위한 합동 개념’(JAM-GC: Joint Concept for Access and Maneuver in the Global Commons)으로 전환한 바 있다. 해·공군 중심으로 대응하는 작전을 버리고 육·해·공, 사이버, 우주 공간 등 5개 독립적 전장에서 상호 운용성을 기반으로 하는 합동군  전력을 통해 A2/AD에 대응하기로 한 것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를 계승하여 ‘다전장 영역 전투’(MDB: Multi-Domain Battle) 개념으로 구체화했다. 역시 개념의 출발점은 모든 전장 영역 간의 연계성이다. 트럼프 행정부는 미국의 위성 능력에 대한 중국의 물리적 타격 능력이 강화되는 것을 막고자 우주군 창설을 공식화했다. 이러한 다전장 영역의 상호 연계성을 공격과 방어 측면에서 구체화해 가던 미 육군은 2018년 5월부터 ‘다전장 영역 작전’(MDO: Multi-Domain Operation)이라는 개념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이는 다전장 영역 ‘전투’(battle)가 전략적 경쟁 구도에서 전구(theater) 차원의 ‘작전’(operation)으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듯 미 행정부의 국방전략은 정파를 떠나 국익 차원에서 꾸준히 진화해오고 있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미국 군사 독트린의 변화가 우리에게 강 건너 불이 아니라는 점이다. 미국의 전략이 코로나 사태 이후 대 중국 봉쇄전략으로 변화하고 있다는 점, 그 내용이 MDO를 통해 육군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는 점에서 육군 중심으로 편제된 주한미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MDO가 전임 오바마 행정부에서 잉태됐다는 것은 11월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가 당선되더라도 육·해·공을 망라하는 다전장(多戰場) 중국 봉쇄전략이 지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 변화 가능
 
따라서 트럼프가 재선되면 주한미군 감축이 이루어지고, 바이든이 당선되면 변화가 없을 거라는 예측이 빗나갈 수 있다. 미·중 전략경쟁이 격화되면 2020년 7월에 결정된 주독 미군 감축 및 재배치와 같은 상황이 주한미군에 일어나지 말라는 법이 없다. 대만이나 남중국해 유사시 미국이 해·공군 위주로 대응하게 되면 성급히 중국 지휘부를 공격하게 되어 전면전 위험성이 높아지지만, 육군의 역할 확대를 통한 MDO를 체계적으로 전개할 수 있게 되면 확전 방지와 대비를 동시에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봉쇄전략의 최전선인 동남아 어딘가에 미 지상군(육군·해병대)이 주둔할 필요가 있다. 미 국방부가 독일 주둔 미군 1만2000명을 감축해 그중 일부를 유럽 1~2개 국가로 재배치하기로 했듯이 주한미군 육군 병력의 일부를 동남아로 옮길 수 있다.
 
미국의 중국 봉쇄전략이 구체화할수록 한·미 동맹의 범위가 북한에서 중국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있고, 그 결과 미국 대선에서 누가 승리하건 주한미군의 역할과 규모에 변화가 생길 수 있다. 문재인 정부가 북한에 ‘올인’하지 말고 미·중 경쟁에 따른 거대한 전략적 파고를 잘 파악하고 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우리는 ‘퍼펙트 스톰’의 가장 큰 피해자가 될 수 있다.
 
미국의 ‘21세기형 봉쇄전략’ 성공은 우방 협조에 달려
1950년 12월 백악관에서 논의하는 트루먼 대통령과 애치슨 국무장관(오른쪽). [사진 위키피디아]

1950년 12월 백악관에서 논의하는 트루먼 대통령과 애치슨 국무장관(오른쪽). [사진 위키피디아]

모스크바에 근무하던 미국 외교관 조지 캐넌은 1947년 ‘포린 어페어스’에 Mr. X라는 익명으로 ‘소련 행태의 근원’이라는 글을 기고했다. 그는 “소련에 대한 미 정책의 핵심은 장기간에 걸친 인내심과 경계심으로 팽창주의적 경향을 봉쇄하는 것이며, 소련은 결국 해체(break up)되든지 점차 유연해지게(mellow) 될 것”이라고 주장하여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그의 주장은 1950년 4월 해리 트루먼 대통령이 서명한 ‘NSC 68’을 통해 봉쇄전략으로 공식화되었다.
 
국방비 대폭 증액을 통해 소련의 군사적 팽창을 막고 주요 산업 강국의 방어를 넘어 자유 진영 전체를 방어하기로 했다. 1950년 1월 미 국무장관 딘 애치슨이 한국을 미 방어선에서 제외하는 ‘애치슨 라인’을 발표했음에도 불구하고, 트루먼 대통령이 주요 산업 강국이 아닌 가난한 나라 한국의 방어를 위해 6·25 전쟁에 참전한 것은 캐넌의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미국 트럼프 행정부가 현재 중국에 가하는 봉쇄전략은 냉전기와는 차이를 보인다. 군사적 봉쇄에다 체제 및 경제 압박을 더 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의 정치체제가 자유민주주의 체제였다면 코로나 발발을 숨기면서 골든타임을 놓치진 않았을 것으로 보고 체제 문제를 근본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원래 미국이 국교 정상화 이후 중국을 자유주의 국제질서에 편입시키기로 하고 세계무역기구(WTO) 가입 등을 용인했던 것은 이러한 과정을 통해 중국이 민주화될 것이라고 기대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시진핑 체제는 1인 독재화하고 있으므로 미국은 중국을 자유주의 국제 체제로부터 축출하겠다는 것이다. 경제적으로 미 트럼프 행정부는 미·중 경제 관계의 탈동조화(decoupling)를 내세운다. 글로벌 가치사슬로부터 중국을 퇴출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이러한 측면을 볼 때 미국은 중국에 대해 ‘21세기형 봉쇄전략’을 가동 중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전략의 성공을 위해서는 미국의 동맹국과 우방국의 협조가 관건이다.
 
김성한 고려대 국제대학원장·전 외교부 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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