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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님, 아빠 죽임당할 때 나라는 뭐 했나요" 분노의 편지[전문]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나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습니까?”
 

피격 공무원의 고2 아들 편지
“공무원 자부심 높았던 아빠
월북 얘기 믿을 수 없어요
가족들 삶 비관 않고 살 수 있게
아빠의 명예 찾도록 도와주세요”

북한군에 사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 이모씨의 아들 A군이 문재인 대통령에게 쓴 편지(사진)에 담긴 문구다. 이씨의 형 이래진씨가 5일 공개한 A군의 편지에는 아버지를 월북자로 규정한 데 대한 원망과 정부의 미온적 대처에 대한 비판, 아버지의 명예회복에 대한 호소의 글이 빼곡히 담겼다.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 이모씨의 아들이 자필로 작성한 편지. 이 편지는 5일 이모씨의 친형인 이래진씨가 공개했다. [이래진씨 제공]

북한군의 총격을 받고 숨진 공무원 이모씨의 아들이 자필로 작성한 편지. 이 편지는 5일 이모씨의 친형인 이래진씨가 공개했다. [이래진씨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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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을 고교 2학년으로, 자신의 여동생을 초등학교 1학년으로 소개한 A군은 편지의 서두에서 “아빠가 갑자기 실종되면서 어린 동생과 저, 엄마는 매일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한 가정의 가장을 이렇게 몰락시킬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는 “늦게 공무원이 된 아빠는 우리 학교에 와서 직업소개를 할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았고, 해수부 장관 표창장과 중부해경청장 표창장까지 받은 분”이라고 부친을 소개했다.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A씨의 아들이 쓴 편지. 친형 이래진씨가 5일 공개했다. [이래진씨 제공]

북한군에 피살된 공무원 A씨의 아들이 쓴 편지. 친형 이래진씨가 5일 공개했다. [이래진씨 제공]

편지는 이후 부친을 월북자로 규정한 데 대한 의문으로 이어졌다. A군은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고, 180㎝에 68㎏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갔다는 게 말이 된다고 생각하느냐. 신상정보를 북에서 알고 있었다는데, 총을 든 북한군이 인적사항을 묻는데 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겠느냐”고 주장했다. 이어 “나라에서는 설득력 없는 이유만을 증거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가족은 그 어떤 증거도 본 적 없어 이런 발표를 믿을 수가 없다”고 강조했다.
 
A군은 이어 “아빠가 해외 출장을 간 줄 알고 있는 어린 동생은 아빠가 선물을 사 들고 오기만을 기다리면서 매일 밤 아빠 사진을 손에 꼭 쥐고 잠이 든다”며 “그걸 보는 저와 엄마의 마음은 갈기갈기 찢어진다”고 안타까워했다.
 
편지가 이어질수록 나라에 대한 원망의 강도도 강해졌다. A군은 “보호받아 마땅한 대한민국 국민이었던 아빠가 나라의 잘못으로 오랫동안 차디찬 바다에서 고통받다가 사살당해 불에 태워져 버려졌다”며 “국가는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했는지 묻고 싶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가족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되돌려주고 하루빨리 아빠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편지를 마무리했다.
 
함민정·최모란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존경하는 대통령님께 올립니다. 
 
대통령님 안녕하십니까?
저는 이번에 연평도에서 북한군에게 억울하게 피격당한 공무원의 아들입니다. 현재 고2에 재학 중이며 여동생은 이제 여덟살로 초등학교 1학년입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통화를 했고 동생에게는 며칠 후에 집에 오겠다며 화상통화까지 하였습니다. 이런 아빠가 갑자기 실종이 되면서 매스컴과 기사에서는 증명되지 않은 이야기까지 연일 화젯거리로 나오고 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어린 동생과 저와 엄마는 매일을 고통속에서 살고 있습니다. 한 가정의 가장을 하루아침에 이렇게 몰락시킬 수 있는 자격이 누구에게 있는지요?
 
저의 아빠는 늦게 공무원으로 임용되어 남들보다 출발이 늦었던 만큼 뒤처지지 않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셨습니다. 제가 다니는 학교에 오셔서 직업소개를 하실 정도로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높으셨고 서해어업관리단 표창장, 해양수산부 장관 표창장, 인명구조에 도움을 주셔서 받았던 중부지방해양경찰청장 표창장까지 제 눈으로 직접 보았고 이런 아빠처럼 저 또한 국가의 공무원이 되고 싶어서 현재 준비하고 있는데 이런 것을 누구보다 잘 알고 계신 아빠입니다.
 
출동이라는 직업의 특성상 집에는 한 달에 두 번밖에 못 오셨지만 늦게 생긴 동생을 너무나 예뻐하셨고 저희에게는 누구보다 가정적인 아빠이셨습니다. 수영을 전문적으로 배운 적이 없는 저희 아빠가 180㎝의 키에 68㎏밖에 되지 않는 마른 체격의 아빠가 38㎞의 거리를 그것도 조류를 거슬러 갔다는 것이 진정 말이 된다고 생각하시는지 묻고 싶습니다.
 
본인만 알 수 있는 신상정보를 북에서 알고 있다는 것 또한 총을 들고 있는 북한군이 이름과 고향 등의 인적사항을 묻는데 말을 하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을까요? 생명의 위협을 느낀다면 누구나 살기 위한 발버둥을 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 또한 나라에서 하는 말일 뿐 저희 가족은 그 어떤 증거도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런 발표를 믿을 수가 없습니다. 저는 북측 해역에서 발견되었다는 사람이 저의 아빠라는 사실도 인정할 수 없는데 나라에서는 설득력 없는 이유만을 증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대통령님께 묻고 싶습니다. 지금 저희가 겪고 있는 이 고통의 주인공이 대통령님의 자녀 혹은 손자라고 해도 지금처럼 하실 수 있겠습니까? 아빠는 왜 거기까지 갔으며 국가는 그 시간에 아빠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어떤 노력을 했는지 왜 아빠를 구하지 못하셨는지 묻고 싶습니다. 이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저와 제 동생을 몰락시키는 현 상황을 바로 잡아주십시오.
 
평범했던 한 가정의 가장이었으며 치매로 아무것도 모르고 계신 노모의 아들이었습니다. 직업에 대한 자부심이 있으셨고 광복절 행사, 3·1절 행사 참여 등에서 아빠의 애국심도 보았습니다. 예전에 마트에서 홍시를 사서 나오시며 길가에 앉아 계신 알지 못하는 한 할머니께 홍시를 내어 드리는 아빠의 모습을 본 적이 있습니다. 표현은 못했지만 마음이 따뜻한 아빠를 존경했습니다.
 
어린 동생은 아빠가 해외로 출장가신 줄 알고 있습니다. 며칠 후에 집에 가면 선물을 사준다고 하셨기에 아빠가 오기만을 기다리며 매일 밤 아빠 사진을 손에 꼭 쥐고 잠듭니다. 이런 동생을 바라봐야 하는 저와 엄마의 가슴은 갈기갈기 찢어지고 있습니다. 왜 우리가 이런 고통을 받아야 합니까?
 
대한민국의 공무원이었고 보호받아 마땅한 대한민국의 국민이었습니다. 나라의 잘못으로 오랜 시간 차디찬 바다 속에서 고통받아가 사살당해 불에 태워져 버려졌습니다. 시신조차 찾지 못하는 현 상황을 누가 만들었으며 아빠가 잔인하게 죽임을 당할 때 이 나라는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왜 아빠를 지키지 못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대통령님께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저와 엄마, 동생이 삶을 비관하지 않고 살아갈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돌려주십시오. 그리고 하루빨리 아빠가 가족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도와주십시오.
 
2020. 10. 06
실종자 공무원 아들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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