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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일성 목 따야한다며 묘 파헤쳐 해골물 먹였다"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일러스트=김회룡 기자 aseokim@joongang.co.kr

 
‘실미도 부대’는 북한 침투 작전을 위해 공군 산하에 1968년 4월 창설됐다. 당시 중앙정보부(현 국가정보원) 요원들은 연 2회가량 실미도를 찾아 훈련 상황을 점검했다. 중정 요원이 현장 점검 도중 한 번은 공작원 사이에 극심한 전염병이 돈다는 걸 확인했다. 공작원들에게 마이신(항생제)을 대량으로 먹였지만 듣지 않았다. 

[그날의 총성을 찾아…실미도 50년⑪]엽기 가혹행위


 

“묘지 파 해골 물 마시게 하고 뼛가루 먹여”

의사의 진료가 필요했지만 누군가가 제안한 민간요법을 강행했다. 이들은 신분 노출 우려때문에 민간은 물론 군 통합병원에서도 치료받기 어려운 신세였기 때문이다. 민간요법은 병 걸린 공작원들에게 해골 물을 마시도록 하는 것이었다. 김모 기간병은 공작원들을 데리고 실미도 내 한 무덤을 파헤쳤다. 중국 선원의 묘였다고 한다. 해골 안에 물이 반 이상 차 있고 노란 기름까지 떠 있었다. 공작원들은 “도저히 못 먹겠다”고 물러섰다. 그러나 기간병의 기세에 눌려 억지로 마실 수밖에 없었다. 약효가 있을 리 없었다. 
 

“공작원 중 전염병에 걸린 사람이 많았는데, 담력 배양도 할 겸 실미도 내 중국 사람 묘를 파내어 해골 물을 마시게 하였음.”(2005년 국방부 실미도사건 진상조사 T/F 조사보고서)

 

“해골과 굵은 뼈를 골라 가지고 온 뒤 굵은 뼈 일부를 절구통에 넣고 빻았습니다. 공작원들에게 조금씩 나눠줬는데, 먹지 않고 주저해 제가 먼저 시범으로 먹은 뒤 다 먹게 했습니다. 빻지 않은 해골 등은 내무반 앞에 걸었습니다. 그게 부대 표지가 된 거예요.”(김모 기간병·2005년 국방부 과거사진상규명위원회 면담)

 
실미도 부대 사진에 등장하는 해골이 바로 중국인 묘에서 파 온 뼈라는 것이다. 실미도 부대는 창설된 지 2년 반가량 된 1970년 11월까지 공작원 31명 중 7명이 각종 사건·사고로 목숨을 잃었다. 특히 동료의 죽음을 지켜본 공작원들은 ‘나도 언젠가 저렇게 죽을 수 있겠구나’ 하는 불안이 깊어졌다. 실미도 부대에 폭동 조짐이 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런 상황에서 부대 해체는커녕 집단 성매매나 해골 물 마시기 같은 엽기행각이 발생한 것이다.
 
8월 25일 실미도 해변. 우상조 기자

8월 25일 실미도 해변. 우상조 기자

“기간병에겐 해골 가루 섞은 소주 먹여”

실미도 부대 창설 초기에도 유사한 가혹 행위가 있었다는 증언이 있다. 대상은 공작원이 아니라 기간병이었다. 실미도 부대의 선발대원이던 김모씨는 2004년 한 잡지와 인터뷰에서 다음과 같이 말했다. “교육대장이 ‘김일성의 목을 딸 정도의 특수 공작원을 양성하려면 교관부터 강심장이 되어야 한다’며 소주잔에 해골 가루를 넣고 그 위에 소주를 부어 기간병들에게 한 잔씩 마시게 했습니다. 해골 소주를 먹인 이후에는 ‘너희는 인간의 뼈를 갈아 마신 인간이다’며 ‘이 순간부터 인간이 아니니까 공작원들을 인간적으로 대하지 말고 악귀처럼 훈련하라’고 명령했어요.”
 
조승연 인천의료원장은 “해골을 갈아 마신다거나 해골에 고인 물을 마시는 행위가 의학적으로 효능이 없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되레 먹는 사람의 건강을 해칠 위험이 크다”고 했다. 특히 “뼈 주인이 보유하던 세균이나 바이러스가 남아 있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고, 무덤에 묻혀 있던 뼈라면 오염 확률이 더 높다”는 게 조 원장의 지적이다. 
 
실미도 부대는 온갖 우여곡절을 겪으며 훈련 기간이 3년을 넘기게 된다. 이제 실미도 부대에선 시한폭탄의 초침 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다음 회에서 계속.
 
※본 기사는 국방부의 실미도 사건 진상조사(2006년)와 실미도 부대원의 재판 기록, 실미도 부대 관련 정부 자료, 유가족·부대 관련자의 새로운 증언 등을 중심으로 재구성했습니다.
 
김민중·심석용 기자 kim.minjoong1@joongang.co.kr
 
〈지난 기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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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ews.joins.com/issue/11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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