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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오래]8년 전 이혼한 남편이 딸의 성 변경 반대해요

기자
김성우 사진 김성우

[더,오래] 김성우의 그럴 法한 이야기(16)

Q A(30·여)는 8년 전 부모가 이혼한 후 어머니와 함께 살아왔다. 어머니가 동성동본인 새아버지와 결혼하자 “취업과 결혼을 앞두고 마음의 안정을 가지고 생활하고 싶다”는 이유로 자신의 성(姓)과 본(本)을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바꾸어 달라는 청구를 하였다. 가정법원이 A의 신청을 받아들이자, 친아버지인 B는 이에 반발해 대법원에 이의(원래 불복이 허용되지 않는 재판이어서 법률상 ‘특별항고’라고 한다)를 제기했다. A는 결국 자신의 성과 본을 바꿀 수 있을까?
 
8년 전 부모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사는 30대 A씨. 자신의 성과 본을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바꾸어 달라는 청구를 하였는데, 아버지가 이에 반발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사진 pxhere]

8년 전 부모 이혼 후 어머니와 함께 사는 30대 A씨. 자신의 성과 본을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바꾸어 달라는 청구를 하였는데, 아버지가 이에 반발하며 이의를 제기했다. [사진 pxhere]



A 2008년 이전에는 아버지의 것에 따라 한 번 정해진 자신의 성·본을 변경할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 양성평등과 가족제도의 변화 등을 이유로 호주 제도가 폐지되는 것에 발맞추어, 어머니의 성·본을 따르거나 기존의 성·본을 변경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에 따라 자녀의 성과 본은 원칙적으로 아버지의 것을 따르기는 하되 부부가 혼인할 때,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르기로 협의한 때 등에는 어머니의 성과 본을 따를 수 있다. 자녀의 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 법원의 허가를 받아 기존의 성·본을 변경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의 성·본 변경은 이혼 가정에서 어머니가 혼자 자녀를 양육하면서 어머니의 성과 본으로 바꾸고자 하는 경우와 재혼 가정에서 계부나 양부의 성과 본으로 변경하고자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 밖에 이혼이나 재혼 가정이 아니어도 성 때문에 놀림을 당한다는 등의 이유로 어머니의 성으로 바꾸기도 하고, 이미 변경된 성·본을 다시 친아버지의 성·본 또는 제3의 성·본으로 바꾸려는 경우도 있다.

 
성·본을 바꾸기 위해 가정법원의 허가가 필요한데, 바꾸고자 하는 자녀 본인이나 그 아버지나 어머니가 청구할 수 있다. 양부모는 여기의 부모에 포함되지만, 계부나 계모는 청구할 수 없다. 이러한 청구가 있으면 가정법원은 부모와 15세 이상인 자녀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부모 중 자녀와 성·본이 같은 사람이 사망하거나, 생사불명·소재불명·심신상실 때문에 그 의견을 들을 수 없다면 할아버지 등 자녀와 성·본이 같은 직계존속의 의견을 들을 수 있다. 성·본을 바꾸고자 하는 사람이 19세 이상의 성년인 경우 범죄를 기도 또는 은폐하거나 법령에 따른 여러 제한을 회피하려는 불순한 의도나 목적이 있는지 알아보기 위해 범죄경력을 조회하고 신용불량 여부를 확인한다.

 
성·본의 변경이 허용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녀의 복리’, 즉 그 변경이 본인에게 행복과 이익이 되는지 여부다. 행복과 이익이 되는지 판단하기 위해 자녀나 부모의 의견이 먼저 고려되는데, 자녀의 의견은 그 나이나 성숙도를 고려해 한쪽 부모에 의해 학습되거나 왜곡되지 않았는지 점검한다. 다음으로는 성·본이 변경되지 않았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 즉 재혼 가정에서 계부나 다른 자녀들과 성·본이 달라 가족 사이에 정서적으로 하나가 될 수 없다든지, 가족들 사이에 성· 본이 달라 다른 사람들로부터 편견이나 오해를 받지 않는지가 고려 요소이다. 
 
성·본의 변경이 허용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녀의 복리’, 즉 그 변경이 본인에게 행복과 이익이 되는지 여부다. [사진 pixabay]

성·본의 변경이 허용될 것인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기준은 ‘자녀의 복리’, 즉 그 변경이 본인에게 행복과 이익이 되는지 여부다. [사진 pixabay]

 
다른 한편 성·본이 변경되었을 때 생길 수 있는 문제, 즉 성·본을 함께 하고 있는 친아버지나 형제자매와의 유대 관계가 끊어지거나 약해진다든지, 오랫동안 자신의 교우관계나 직장생활의 형성에 기초가 되었던 인격의 동일성이 변하게 돼 학교생활이나 사회생활에 큰 불편이나 혼란을 주게 되는 것은 아닌지도 판단 요소이다. 
 
마지막으로 성·본을 바꾸고자 하는 동기가 단순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취향이나 기호에 불과한 것은 아닌지, 부모의 필요에 의한 것일 뿐 자녀의 복리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닌지, 범죄 등 불순한 목적이 있는 것은 아닌지 살피게 된다.

 
이처럼 여러 사정을 참작해 본 결과 성·본의 변경이 본인에게 행복과 이익이 된다면 변경이 허가된다. 요즈음은 변경이 허용되는 것이 원칙이어서 보통 청구된 사건의 90% 가까이 허가된다. 성·본의 변경에 친아버지의 의견이 참작되기는 하지만, 친아버지가 반대한다고 하더라도 그것만으로 변경이 불허되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이혼의 후유증 때문에 자녀가 이혼한 전 남편의 성으로 불리는 것 자체가 참을 수 없다거나, 재혼한 지 불과 3개월밖에 안 되어 새 가정에서의 유대관계가 안정적으로 형성되었다고 볼 수 없는데도 성급하게 계부의 성으로 바꾸어 달라고 하거나,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는 친아버지와의 관계를 단절시키기 위해서라거나, 어머니가 암 투병으로 힘들어하고 있어서 오로지 외로워하는 어머니를 위로하기 위해 성·본을 바꾸어 달라는 청구는 법원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법원에서는 성·본을 변경해야 할 사람이 성인인 경우 그 허가 여부를 보다 신중하고 엄격하게 보고 있다. 그것은 본인 스스로 쌓아온 사회적 유대관계의 혼란 위험성이 더 크고, 다른 목적이 개입된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기 때문이다. 그러한 관점에서 대법원은 A의 성·본 변경 허가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A는 부모가 이혼할 때인 22세까지 친아버지와 실질적, 사회적 부녀관계로서 함께 생활해 왔고, 성인으로서 부모의 이혼 전이라도 독자적으로 성과 본의 변경신청을 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부모의 이혼 후 8년간 계속 친아버지의 성·본을 사용함으로써 친아버지의 성·본을 따르기로 결정을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A는 친아버지의 성·본을 계속 사용함으로써 어떤 불이익이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또한 성·본을 변경하게 되면 오랜 기간 형성되어 온 A의 정체성에 혼란을 주고 사회생활에 어려움을 줄 우려가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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